평소의 많은 시간 속에서 우리는 그 시간이 어떻게 지나가는지 잘 모르고 지낸다. 그러나 한순간 몰아붙인 폭설이 시내 전역을 꽁꽁 묶어버리자 그동안 우리들이 얼마나 숨가쁘게 달려오면서 가파른 삶을 살고 있는가 하는 점을 여실히 느끼게 해주었다.
우리가 매일 오가던 길도 눈송이들이 덮어버리자 사라져 버려 그 위에 우리는 다시 새 길을 내야만 했다. 인간이 만든 길들이 얼마나 쉽게 사라지는가를 보았다. 시간과 함께 ‘길’에 대해서도 생각하는 계기를 만들어주었다. ‘시간’에 갇혀 ‘길’을 잃고 꼼짝도 못하고 있으면서 우리는 그동안 필요 이상으로 너무나 많은 길을 만들어 오가며 살아온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해보았다.
보통 때는 20분의 거리가 2시간이 걸리기도 하였다. 빤히 보이는 100m의 거리를 30분이 걸려서 가기도 하였다. 귀성인파 속에 정체되었던 체험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눈발에 갇혀서 꼼짝도 못하고 있어 보기는 처음이었다. 그러면서 우리는 얼마나 많은 길을 만들어 놓고 또 얼마나 많은 시간을 소비하며 살아왔는가 하는 점을 돌아볼 수 있었다.
이제는 눈발이 휩쓸고 간 상처를 치유하고 무너진 담장을 바로 세울 때다. 골목마다 얼어붙은 눈덩이를 긁어내 다시 정상적인 ‘길’을 열어야 한다. 그러나 그것 말고도 진정으로 우리가 바로 세우고 새롭게 열어야만 할 것들이 있다. 우리 사회를 무겁게 누르고 있는 서로간의 불신, 대화의 단절 등 우리 사회는 보이지 않는 문제들로 꽉 막혀 있다.
쌓인 눈더미야 시간이 가면 녹아 없어지겠지만, 우리 사회의 원활한 흐름과 소통을 막고 있는 모순과 갈등으로 심한 체증을 앓고 있다. 그렇다. 이번의 재해는 오히려 그것을 우리에게 일러주려 했는지 모른다. 폭설을 통해서 우리 삶과 사회를 돌아보는 지혜를 배워야 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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