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문영 기자 |
‘시민들의 발’이라고 자처하던 시내버스를 서게 한 것은 물론, 애지중지 아끼던 자신의 차량마저 도로 한 가운데 무작정 내팽개치게 했을 정도였다.
심지어 고속도로를 이용하던 운전자 1만7000여명이 24시간 동안 제자리에서 오도 가도 못했는가 하면 수많은 농가를 눈으로 뒤덮어 우리지역에서만 무려 4000억원 상당의 재산피해를 입혔다는 것은 도무지 믿기지 않는 현실이 되고 말았다.
그러나 이런 현실 뒤로 보여졌던 ‘공동체·시민의식 결여’라는 정신적 피해는 재해로 인한 물질적 피해 못지 않은 또 다른 아픔과 답답함으로 다가오는 것이 다만 몇몇 사람의 감정만은 아닐 듯 하다.
대부분 도로와 교차로, 피해농가 등은 민·관·군에 의해 제설 및 복구작업을 통해 폭설의 여파가 차차 사라져 가고 있지만 9일까지 주택가 골목과 일부 아파트 진입로와 주차장 등은 전혀 딴 판이었다. ‘내가 치우지 않아도 누군가 해 주겠지’라는 생각은 없었는지 돌아볼 일이다.
자치단체에서는 1년 내내 사용할 수 있는 분량의 염화칼슘 3분의 1 가량을 이번 폭설기간 동안 사용했다고 한다.
도로는 물론 주택가 골목길에 쌓인 눈을 치우기 위해 환경미화원까지 동원되고 있는 현실에 안주하며 내 집 앞에 쌓인 눈을 그대로 놔두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게 여겨질 정도다.
환경미화원 김 모(52)씨. “요즘에는 자기 집 앞 조차 치우는 사람이 드물어요. 예전엔 이렇지 않았는데요. 우리라도 치우지 않으면 누가 치우겠습니까?”라며 살짝 흘려 보내는 그의 허허로운 웃음에 외로움이 묻어 나는 것이 괜한 심상은 아닐 듯 싶다.
경칩 폭설 속에서 예전에 골목길 집 앞에 던져졌던 누런 연탄재가 소중하고 따듯하게 떠오르는 이유는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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