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그동안 방관자적인 입장을 보여준 대전시와 산업은행도 정신을 차려야 합니다.” 대덕테크노밸리 용지 분양에 참여했던 한 벤처기업 대표가 털어놓은 불만중 일부다. 침착을 잃지 않으려는 듯 차분한 어투였지만 그의 격앙된 억양에서 그동안의 마음고생을 보는듯하다.
대덕테크노밸리는 당초 ‘실리콘밸리 그 이상’을 꿈꾸는 원대한 이상을 그리며 출발했다. 유성구 탑립, 관평동 일대 129만평의 부지에 2007년까지 1000여개의 벤처기업을 유치, 10만명의 고용창출 효과와 연 10조원에 달하는 부가가치를 끌어낸다는 것이 그것이다. 산업단지로 묶여 10여년간 개발도 안된채 ‘애물단지’로 전락한 땅덩어리가 이른바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탈바꿈하는 위대한 변신인 셈이다.
여기에다 행정수도 이전, 고속철 개통등 호재와 맞물리면서 이같은 장밋빛 꿈은 갈수록 그 빛을 더해갔다. 그러나 이렇게 화려하게 출범했던 대덕테크노밸리는 불과 2년만에 유감스럽게도 각종 비리,편법,특혜시비로 얼룩진 복마전의 모습으로 실체를 드러내고 있다. 공사비 부풀리기, 분양가 인상, 분양대금 선납등 이들이 사용한 방법도 교묘하고 다양하다.
조성공사를 맡은 한화건설이 하도급회사및 감리단과 짠 뒤 공사비를 부풀리는 수법으로 비자금을 조성, 대선자금으로 건네졌음은 이미 검찰조사 결과 드러났다. 이 과정에서 하도급회사는 자사 임원출신이 사장이었고 공사의 적정성 여부를 감독해야할 감리단은 한화에서 떨어져 나간 별도회사였음이 후에 밝혀졌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한화로서 비자금마련은 말그대로 누워서 떡먹기인 셈이다.
분양가의 일방적 인상, 분양대금 선납이란 기상천외한 수법도 알고보니 한화로선 별 문제가 되지않는 부분이다. 지분이 한화그룹 65%, 대전시 20%, 한국산업은행 15%란 기형적 구조로 되어있기 때문이다. 전체지분의 25%가 넘어야만 감사권한을 갖도록 했기에 대전시와 산업은행은 불행하게도 의결권 행사외에는 강제적 감사권한을 가질수 없다. ‘역대 대전최고 의 토지가’로의 분양가 인상, 착수도 하지않은 2단계 공사의 분양대금을 선납받아 3단계 공사비 마련이란 한화의 거칠것없는 일방통행식 사업추진을 가능케한 대목이다.
“이같은 방식은 같은 건설업자로서 도저히 이해할수 없는 교묘한 방법”이라는 한 지역 중견 건설업계 관계자의 말에서 이들의 안하무인식 사업추진을 짐작케 한다. 10년간 방치된 산업단지를 어떻게든지 개발해야 한다는 조급함에 감사권이 극히 제한된 불공정 계약을 자초한 대전시도 비난을 면키 어려운 대목이다.
공사비의 적정성을 맡은 산업은행의 시스템도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별도의 전담부서도 없이 단 한명의 직원이 그것도 현장이 아닌 서울에 근무하며 몇백억원대의 자금을 서류만 검토한 뒤 지원해 주었다니 검찰 수사를 받지 않았다면 이상할 정도다. 서민들에게는 그렇게 문턱이 높던 은행들이 왜 대기업 앞에서는 작아지는지 또 하나의 의문만 더할 뿐이다. 앞뒤 정황을 놓고 볼때 한화 ‘주연’, 대전시. 산업은행 ‘조연’인 이른바 ‘대덕테크노밸리 잔혹사’ 에 다름아닌 셈이다.
대덕테크노밸리조성은 지역경제 나아가 국가경제의 명운이 걸린 중차대한 사업이다. 대덕테크노밸리가 더 이상 삐걱거리지 않고 환골탈태해야 하는 이유가 거기에 있다. 이제 대전시가 나서야 한다. 더 이상 한화에 끌려가서는 안된다. 눈뜬 장님역이 아닌 무서운 감시자로 거듭나야 한다.
앞으로도 각종 인,허가등 대전시가 감독해야할 부분이 많기 때문이다. 산업은행도 자금 흐름에 더 이상 방관자로 남아서는 안될 것이다. 이와함께 검찰 감사원등 사정기관들도 제 이름값을 해야 한다. 이제 대덕테크노밸리가 대기업의 경영노하우, 지자체의 행정력, 금융기관의 자금력이 이상적으로 배합된 그런 진정한 테크노밸리로 거듭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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