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행정수도 건설 논란 이유없다

지난해는 지방화, 분권화시대를 연 원년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신 지방화시대의 근간이 될 지방분권특별법을 비롯한 3대 개혁입법이 제정됐기 때문이다. 국회는 산고 끝에 지난해 12월 29일 참여정부의 3대 개혁입법을 통과시켰다. 전국적인 화두로 등장한 국가균형발전특별법, 지방분권특별법, 신행정수도건설특별법 등이 바로 그것이다. 이는 지방이 살아야 나라가 산다는 국가 경영 패러다임의 변화이자 신 지방시대의 선언이다.

신 지방화시대가 갖는 의미는 국토의 균형있는 개발을 통해 수도권과 지방, 지역과 지역간에 상생의 발전을 이루는데 가장 큰 목표가 있다. 지난 시기 강력한 중앙집권과 집중을 통해 단시간내에 농업경제를 산업경제로 전환, 제1차 국가 도약을 이루어 낸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이러한 도약은 수도권의 비대화와 대기업위주 성장정책의 한계로 인해 불평등과 불균형이라는 경제 사회적 문제에 봉착하게 되었다.

그 해법이자 대안으로 제시된 것이 바로 분권과 국가균형발전전략이다. 참여정부는 정권탄생의 공약이자 핵심국정과제를 지방분권, 국가균형발전, 신행정수도건설에서 찾고 제 2의 국가도약을 기약하고 있다.

그러나 국가발전 전략의 축으로 부상한 지방화와 지방분권화 시대를 열어가는 길은 녹록지 않았다. 3대 개혁입법은 당시 서울공화국이라는 지역이기주의, 수를 앞세운 당리 당략에 사문화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를 낳기도 했다.

하지만 3대 개혁입법은 양보할 수 없는 시대조류이자 대세였다. 요원한 것으로 보이던 이 이상은 지역과 정파를 떠나 적극적인 동참과 협조를 통해 분권과 국가균형발전이라는 합작품을 만들어 낸 것이다. 우여곡절은 있었지만 3대 특별법은 지난 1월 중순 공포에 이어 현재 시행령제정에 들어가는 등 범국가적인 추진체계가 확립되어 가는 중이다.

그러나 문제는 이미 공약과 여론수렴, 그리고 법 제정을 통해 신행정수도건설이 기정사실화됐음에도 관련한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1월 임시국회에서 일부 의원들은 자신들이 제정한 법을 무시한 채 때늦은 신행정수도 논란을 벌였는가 하면 고건 총리는 개인적 답변이라는 단서를 통해 통일수도는 서울이 좋다고 해 어리둥절하게 했다.

안타깝게도 신 행정수도 이전의 필요성을 맨 처음 제기한 노무현 대통령도 예외는 아니었다. 노 대통령은 지난 24일 취임 1주년을 맞아 SBS 목동 신사옥에서 한국방송기자클럽 초청으로 열린 특별회견에서 “행정수도 이전에 대한 큰 싸움과 찬반이 있으면 이후라도 국민투표로 확증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해 경악을 금치 못하게 했다. 노 대통령은 이날 신 행정수도 건설이 선거용이라는 지적에 “국민적 합의는 보기 나름인데 국회동의로써 국민적 합의가 가름된 것이 아니냐”라고 전제하고도 이같이 국민투표의 가능성을 내비쳐 개운치 않은 뒷맛을 남겼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악법도 법이라는 대원칙이다. 법이 제정됐다면 제정취지에 맞게 구현될 때 그 빛과 가치가 발함은 물론이다. 하물며 진통과 산고 끝에 모아진 국민적 합의를 몇몇 사람의 딴죽 때문에 과거로 회귀할 수는 없다. 법치주의를 망각한 오락가락 행정의 표본이 되지 않을까 걱정이 앞서기 때문이다.

3대 개혁입법이 국가발전의 동력이자 시대적 조류라면 좌고우면하지 않는 도도한 추진력이 필요한 때다. 세계화, 정보화, 지방화시대로 표현되는 21세기에 이번 마저도 실기한다면 낙오하는 국가가 되지 않을까 두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