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산 정명희씨의 '금강 2003' |
예술가 고뇌 작가적 시각으로
방아실 화가 기산 정명희의 시세계를 살필 수 있는 평론 ‘시야 금강의 따오기 울음’이 ‘문학사랑 2004 봄’호를 통해 발표됐다.
리헌석씨는 ‘시야 금강의…’에서 기산의 문학세계를 화가로서가 아닌 문인으로서의 시각으로 풀어내고 있다.
기산의 작업 세계를 얘기하고 있는 리헌석씨는 “기산 선생은 그야말로 신의 크신 은총을 받은 듯 하다”며 “가장 먼저 받은 것이 그림 그리는 재능과 열정이라고 한다면, 시와 음악은 보너스에 속할 듯 싶다.
그러면서도 강건한 신체를 선물로 받아 나이 60에 마라톤 완주 코스를 달리고 있으니, 그 분으로부터 받은 달란트가 특별한 것은 사실이다”고 말한다.
콧수염을 길러, 해방후 명동에 넘치던 인텔리들과 같은 멋을 지닌 기산의 모습을 ‘은백의 머리칼에 코트 자락을 바람에 날리는 그는 분명 멋쟁이’로도 평했다.
지난 1962년 충남 공보관 화랑에서 5인전으로 첫 전시를 연 기산은 ‘하늘을 나르는 물고기’, ‘백두산에서 히말라야까지’의 화문집과 ‘하늘그림자’, ‘아침이 숲을 깨운다’, ‘아메리카를 포기한다’, ‘금강사랑-고백 혹은 변명’ 등의 시집을 발간, 화가로서뿐아니라 작가적 기질도 만만치 않음을 과시했다는 것.
리헌석씨는 이번 평론서에서 예술가로서의 고단한 일상과 화가, 작가로서의 정명희에 대해 지인으로서, 그리고 평론가로서 비교적 소상히 풀어내고 있다.
자신이 그리고 있는 자연(금강) 예찬에서부터 예술가로서의 고뇌, 그리고 일상에서의 소소한 감정을 담아 내고 있는 정명희의 시세계에 대해 리헌석씨는 가볍지도 무겁지도 않은 필치로 그려내고 있는 것.
평론서에서는 “가족과 이웃들은 좀 불편할 수도 있다. 현실이 예술의 대상으로 존재하거나 예술적 삶이 현실로 수용되거나 할때, 예술가들은 특별한 존재로 인식된다.
이럴때, 예술가들의 생활은 현실에 바탕하지 않을 수 있고, 그래서 조금쯤은 고단한 삶을 살아가기도 한다”고 말하는 가 하면 “예술에만 집착해 좋은 예술을 창작하지만, 그의 가족들은 생활고를 체험하게 되고, 이를 바라보는 예술가 역시 할 말을 잃는다. 신라시대 세밑의 가난을 잊기 위해 거문고로 방아타령을 뜯던 백결 선생의 고사가 물비닐속에 어른거린다”고 말한다.
지난 2003년 기산 선생은 대전 도심의 선화산방을 정리하고 2003년 봄, 대청호숫가 방아실에 화실을 마련한 정명희에 대한 부러움도 담고 있다. 그는 “그야말로 필생의 역작이라 할수 있는 기산미술관은 외관을 하얀 쇠막대로 치장해 한껏 멋을 부렸다… 본인 말처럼 천상화가의 우거라 할 만하다”고 말하고 있다.
기산의 그림과 시의 중심부인 대청호에 대해서도 “‘숨을 턱 막히게’할 정도로 대청호는 기산 선생의 삶의 중심에 서 있다. 아니, 호수의 물과 산의 숲이 바로 선생이고, 선생이 바로 그 모습으로 살아간다. 그 자연에 몰입해 물아일체의 경지에서 새로운 예술 창작의 붓을 들고 있다”고 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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