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품은 좋은 곳을 찾아 혼자 술을 즐기는 것이고, 2품은 좋은 경치 속에서 좋은 사람과 대작하는 것이며, 3품은 집(사랑)에서 혼자 마시는 것, 4품은 자기집이나 친구집에서 대작하는 것, 6품은 술집에 가서 여럿이 마시는 술, 7품은 잔칫집이나 상가에서 낯선 사람과 마시는 예주(禮酒),8품은 공식석상에서 마시는 술, 9품은 윗사람 앞에서 공손히 마시는 술이라는 것이다.
또한 술을 마시는 방법 또한 매우 풍류적이었다. 성종 때 신용개라는 재상은 달이 떠 환한 밤이면 국화화분 옆에 술상을 놓고 술을 마셨고, 명조 때 상진이라는 재상은 달빛 아래에서만 술을 마셨는데 그것은 잔 속에 달을 담아 술과 함께 마시기 위함이었다. 이런 것을 보면 옛날에는 술맛에도 벼슬처럼 높고 낮음이 있었고, 술을 마시는 방법이나 분위기도 고고한 것을 음주풍류로 여겼다.
요즘 신학기 들어 각 대학교 주변 음식점이나 술집에는 초저녁부터 대학생들로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다. 학과단합모임, 신입생 단합, 동창회 모임, 동향인 모임, 동아리 모임 등 각양각색의 모임이 있기 때문인데 적게는 10~20명부터 많게는 100명이 넘는 학생이 모여 밤늦도록 주거니 받거니 술을 마시고 있는 실정이다. 이렇게 밤늦도록 마신 술로 인사불성이 되고 심지어 사고까지 일으키는 것을 보면 씁쓸하기만하다. 이런 상태에서 어찌 술맛의 품격이 있겠으며 모임의 참뜻이 새겨지겠는가.
근데 철학의 시조인 칸트는 “술은 입을 경쾌하게 하고 마음을 털어놓게 한다. 이리하여 술은 하나의 도덕적 성질, 즉 마음의 솔직함을 운반하는 물질이다” 라고 말했는데 이는 술이 ‘마음을 열어 하나로 통합’케 하는 선의의 기능을 설파한 것이다.
그러나 오늘날과 같은 대학음주문화는 결코 대학 생활에 크게 기여하지 못한다. ‘전래소화’를 보면, 술을 적당히 마시면 도학자 선비를 닮아 점잖고 예의가 바르다가도 좀더 마시면 못 먹겠다는 사람에까지도 자꾸 권하게 되고, 그러다가 완전히 취하면 정신병자처럼 사리분별을 못하게 된다는 것인데 이는 술 속에 조화를 부리게 하는 성분이 들어 있기 때문이라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어쨌든 대학생의 음주문화는 나름대로의 품격을 갖추었을 때 그 효용가치가 있는 것이 아닌지. 이제 대학음주문화도 바뀌어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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