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립된 운전자들의 간식 2000명분을 준비해 주차장에 마련된 임시헬기장에서 3시간째 기다리던 봉사대원과 공무원들은 마냥 하늘만 쳐다보며 분통을 터트리고 있었다.
같은 상황은 천안 오룡경기장에서도 마찬가지. 새벽부터 우유와 생수. 제빵 대리점을 뒤져 마련한 음식을 쌓아놓고 오지 않는 헬기를 기다리는 상황이 3시간째 계속됐다.
전날 밤을 새우고 동원된 한 공무원은"예고된 폭설조차 이렇듯 우왕좌왕 하니 정부의 위기관리 능력을 비난하는 목소리에 함께 동참하고 싶은 심정이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비슷한 시각. 청주를 22㎞남겨둔 고속도로 하행선에는 꼼짝달싹 못하는 운전자들이 음식과 담요를 제공하고 있다는 정부의 발표에 또 다른 분통을 삭히고 있었다.
간식과 음료가 접근이 용이한 휴게소와 톨게이트 인근에서만 집중적으로 배포돼 정작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운전자들은 밤새 추위와 배고픔, 고립감에 시달려야만 했다.
반대차선인 상행선의 소통이 원활해진지 4시간여가 지나고 도로공사 차량들이 요란스런 사이렌소리만 내며 역주행으로 스쳐 지났지만 이들에게는 아무런 도움이 되질 못했다. 이 같은 상황은 한마디로 정부의 위기관리 능력이 아예 없었음을 반증하는 것이었다. 산림청과 경찰청, 소방본부의 헬기를 이용해 간식을 공수하려 했지만 가용능력과 일정도 제대로 잡지 않고는 지자체마다 “무조건 음식을 준비해 놓으라"는 지시로 일관했기 때문이다.
오죽하면 고건총리 조차도 무계획적이고, 구태의연하고, 안일하다는 부정적 언어로 이번 사태를 개탄했겠는가.
더 이상 천재지변을 들이대며 어쩔 수 없었다는 핑계만으로 책임을 회피하려 한다면 국민의 더 큰 분노만을 살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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