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관리 부재

  • 오피니언
  • 기자수첩

위기관리 부재

  • 승인 2004-03-07 00:00
  • 맹창호 기자맹창호 기자
폭설로 경부고속도로 통행이 중단된지 만 24시간이 지난 6일 낮 12시30분께 천안 독립기념관 주차장.

고립된 운전자들의 간식 2000명분을 준비해 주차장에 마련된 임시헬기장에서 3시간째 기다리던 봉사대원과 공무원들은 마냥 하늘만 쳐다보며 분통을 터트리고 있었다.
같은 상황은 천안 오룡경기장에서도 마찬가지. 새벽부터 우유와 생수. 제빵 대리점을 뒤져 마련한 음식을 쌓아놓고 오지 않는 헬기를 기다리는 상황이 3시간째 계속됐다.
전날 밤을 새우고 동원된 한 공무원은"예고된 폭설조차 이렇듯 우왕좌왕 하니 정부의 위기관리 능력을 비난하는 목소리에 함께 동참하고 싶은 심정이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비슷한 시각. 청주를 22㎞남겨둔 고속도로 하행선에는 꼼짝달싹 못하는 운전자들이 음식과 담요를 제공하고 있다는 정부의 발표에 또 다른 분통을 삭히고 있었다.
간식과 음료가 접근이 용이한 휴게소와 톨게이트 인근에서만 집중적으로 배포돼 정작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운전자들은 밤새 추위와 배고픔, 고립감에 시달려야만 했다.

반대차선인 상행선의 소통이 원활해진지 4시간여가 지나고 도로공사 차량들이 요란스런 사이렌소리만 내며 역주행으로 스쳐 지났지만 이들에게는 아무런 도움이 되질 못했다. 이 같은 상황은 한마디로 정부의 위기관리 능력이 아예 없었음을 반증하는 것이었다. 산림청과 경찰청, 소방본부의 헬기를 이용해 간식을 공수하려 했지만 가용능력과 일정도 제대로 잡지 않고는 지자체마다 “무조건 음식을 준비해 놓으라"는 지시로 일관했기 때문이다.

오죽하면 고건총리 조차도 무계획적이고, 구태의연하고, 안일하다는 부정적 언어로 이번 사태를 개탄했겠는가.

더 이상 천재지변을 들이대며 어쩔 수 없었다는 핑계만으로 책임을 회피하려 한다면 국민의 더 큰 분노만을 살 뿐이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사업성, 주민동의율 등 과제 산적…대전 1기 신도시도 촉각
  2. 대전 유성 둔곡 A4블록 공공주택 연말 첫삽 뜨나
  3. 충청권 아파트 입주물량 내년 1만 7000여 세대 줄어드나
  4. 대전-충남 행정통합, '주민투표'·'의회승인' 쟁점될까
  5. [사설] 충남 산업 패러다임 바꿀 '수소 허브'
  1. 백일해 발생신고 증가 추세… 대전충남 2000여건
  2. 건양사이버대 이진경 교수 K-MOOC 특강·컨퍼런스
  3. 1기 신도시 재건축 본격화…주민동의율, 공공기여 등 핵심
  4. [신동렬 변호사의 경매 첫걸음] 배당에 대한 이의 ④
  5. 지천댐부터 충남-대전 행정통합까지… 충남도의회 제356회 정례회 도정 및 교육행정 질문

헤드라인 뉴스


"뜨끈한 한 끼에 마음도 녹아"… 함께 온기 나누는 사람들

"뜨끈한 한 끼에 마음도 녹아"… 함께 온기 나누는 사람들

27일 낮 12시께 눈발까지 흩날리는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대전 중구 한 교회의 식당은 뜨끈한 된장국에 훈훈한 공기가 감돌았다. 식당 안에서는 대전자원봉사연합회 소속 자원봉사자들이 부지런히 음식을 나르며 어르신들을 대접하고 있었다. 150여 명의 어르신이 빼곡히 마주 앉아 담소를 나누며 식사를 기다렸다. 얇은 패딩과 목도리 차림인 어르신들은 강한 바람을 뚫고 이곳까지 왔다고 한다. "밥도 같이 먹어야 맛있지." 한 어르신이 식당에 들어서자 자원봉사자가 빈자리로 안내했다. 이곳에 오는 대부분은 75세 이상의 독거 노인이다. 매일 혼..

"홈 승리하고 1부 간다"… 충남아산FC 28일 승강전 홈경기
"홈 승리하고 1부 간다"… 충남아산FC 28일 승강전 홈경기

창단 후 첫 K리그1 승격에 도전하는 충남아산FC가 승강전 홈경기를 앞두고 관심이 뜨거워 지고 있다. 충남아산FC는 28일 대구FC와 승강전 첫 경기를 천안종합운동장에서 홈 경기로 치른다. 홈 경기장인 아산 이순신종합운동장 잔디 교체 공사로 인해 임시 경기장으로 천안에서 경기를 하게 됐다. 승강전은 홈 앤드 어웨이 방식으로 28일 홈 경기 사흘 후인 12월 1일 대구로 이동해 어웨이 경기를 치른다. 승리수·합산 득실차 순으로 최종 승격팀을 정하게 되며 원정 다득점 규정은 적용하지 않아 1·2차전 결과에 따라 연장전 또는 승부차기까지..

충청권 4개시도 "2027 하계U대회 반드시 성공"… 제2차 위원총회
충청권 4개시도 "2027 하계U대회 반드시 성공"… 제2차 위원총회

충청권 4개 시도가 2027년 열리는 하걔세계대학경기대회 성공 개최를 재차 다짐했다. 2027 충청권 하계세계대학경기대회 조직위원회(위원장 강창희, 이하 조직위)는 27일 대전 호텔 ICC 크리스탈볼룸에서 2024년 제2차 위원총회를 개최했다. 이날 총회는 지난 3월 강 위원장이 조직위원장으로 취임한 이후 처음 개최된 것이다. 행사에는 대전시 세종시 충남도 충북도 등 충청권 4개 시도 부지사와 대한체육회 부회장, 대한대학스포츠위원회 위원장, 시도 체육회장, 시도의회 의장 등이 참석했다. 강 위원장과 조직위원회 위원이 공식적으로 첫..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거리 나설 준비 마친 구세군 자선냄비 거리 나설 준비 마친 구세군 자선냄비

  • 12월부터 5인승 이상 자동차 소화기 설치 의무화 12월부터 5인승 이상 자동차 소화기 설치 의무화

  • 첫 눈 맞으며 출근 첫 눈 맞으며 출근

  • 가을의 끝자락 ‘낙엽쌓인 도심’ 가을의 끝자락 ‘낙엽쌓인 도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