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어느 학교나 교문 앞에 보면 언제나 ○○대 수석 합격, ○○학력고사 1등, ○○경시대회 1등 등 주로 학력 위주의 현수막들 뿐인데, 이왕 플래카드를 붙이려면 거기에 덧붙여 교내 상이라도 좋으니 선행상, 효행상 또는 자주상 받은 걸 더 크게 앞에 내걸어 주체성 있고 창의적이며 바른 심성을 가진 학생들을 더욱더 칭찬하고 격려해야 한다. 물론 학교에서는 학력을 높이는 일에 최선을 다 해야 하지만 인성을 우선해야 한다.
지난 2002년 대선에서 이른바 KS마크(경기고, 서울법대)를 나온 사람들의 행태를 보라. 좋은 학교를 나왔다고 다 좋은 사람들은 아니다. 그런 의미에서 온양온천초등학교를 방문했을 때 나는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교장선생님께서는 그 학교를 나온 판·검사들보다는 ‘학교를 빛낸 사람들’ 코너에, 예를 들면 고향을 지키며 포도농사를 잘 지은 모교출신을 가장 앞에다 걸어 놓는 게 좋지 않겠냐고 말씀하시는 게 아닌가. 우리 교육계 구석구석에서 이런 발상의 전환을 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백년지대계인 교육은 어디까지나 전인 교육을 지향해야 한다. 전통적으로 우리가 지향하는 교육 모토인 지덕체는 애초부터 순서가 잘못되었다. 덕체지가 올바른 순서다. 덕성을 기르고 체력을 기른 후에 쌓여진 학력이 더 큰 쓸모가 있다.
거창고등학교의 건학 이념 중 직업 선택의 10계중에는 ‘가족들이 한사코 반대하는 직업을 택하라’는 조항에 쇼크를 받은 적이 있는데, 바로 우리 교육 현장에도 체력은 물론 학력도 높이고 인성도 바르게 하는 신선한 충격이 곳곳에서 목격되었으면 하는 것이 나의 희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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