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울을 보면서 같은 동작을 수없이 반복하여 미려(美麗)한 동작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에 눈물겨운 감동을 받았다. 어려서부터 줄곧 수련을 해왔으면서도 대학 입시를 위해 힘든 나날을 참고 견디며, 완성을 향하는 그들의 몸놀림은 정말 예술가의 길을 보여주는 것에 다름 아니었다.
그래서 무용을 비롯한 예술을 접하게 되면 옷깃을 여미는 자세를 취하게 된다. 그들이 창작해 보이는 ‘한 동작’, ‘한 소리’, ‘한 울림’은 그냥 이루어진 게 아니고, 오랜 기간 각고(刻苦)와 면려(勉勵)의 과정을 거쳐 이루어졌음을 짐작하기 때문이다.
2003년은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11월 초 대전무용협회 문치빈 회장 중심으로 ‘6대 광역시 연합 무용 교류전’을 개최하였는데, 그 작품을 부분이나마 감상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무용이 하늘의 계시를 몸으로 실현한다는 것을 보고 듣고 체험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하루는 직접 보고, 하루는 본인 주최의 문학행사 때문에 아내와 딸에게 관람을 권했다.
어떻든 이 공연을 보면서 대전 무용의 중심 잡기는 시작되었다고 생각했다. 6대 광역시 무용팀들이 연합하여 서로의 예술을 타 지역 애호가들에게 선보인다는 것은 예술의 이해에 크게 기여한 것이기 때문이다.
이 행사와 더불어 계룡산 동학사에서 있었던 무용 축제는 산을 찾은 사람들을 위한 특별한 이벤트였다. 원로 무용가와 신진 무용가들이 출연하여 멋진 춤을 보였다. 또한 독거노인 및 지역 주민을 위한 야외공연, 벚꽃제를 비롯한 여러 공연을 성공적으로 이룬 최영란 무용단의 역할은 주민 속의 예술이라는 특별한 모습이었다고 평가된다.
우리 가족은 가끔 예술에 대해 토론을 하는데, 2003년의 화두는 ‘무용’이었다. 그 자리에서 우리 가족은 우리 지역의 무용은 날개를 활짝 펴고 나는 알바토로스와 같다고 호들갑을 떨었다.
‘예술의 탄생은 신이 준 선물이지만, 인간이 땀 흘려야 신에게 이른다’는 잠언을 다시금 되새기는 한 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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