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 건너 섬나라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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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 건너 섬나라처럼…”

  • 승인 2004-03-06 00:00
  • 아산=남정민 기자아산=남정민 기자
▲  아산=남정민 부장
▲ 아산=남정민 부장
경부고속철도 역사명을 놓고 진을 빼야했던 지난 여름은 아산시민에게 있어 그 어느해보다도 뜨겁고 짜증스러웠던 시간으로 기억될 것이다. 두 눈 벌겋게 치켜뜨고 내 땅에 남의 문패가 걸리는 ‘울화통 터지는' 경우를 지켜보아야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들어 또다시 악몽과도 같은 ‘지난 여름의 기억'을 되살리게 하는 빛 바랜 필름이 돌고 있어 아산시민들을 울분케하고 있다.

건교부로부터 천안판 ‘창씨 개명'과도 같은 ‘천안아산역(온양온천)' 이라는 ‘소가 웃을' 역명을 만들도록 원인을 제공한 천안시가 문패를 달았으니 이번에는 아예 집까지 비워달라는 식으로 대문을 두드리고 있는 것이다.

내용인 즉 지난주 천안시측에서 부시장을 아산시에 보내 고속철도 개통 후 양 도시간의 발전을 모색하자며 각각 대표자 10명씩 참여하는 연석회의 개최를 제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얼핏보기에는 미래지향적인 제안으로 양 도시간 화합의 계기가 될 수 있는 고무적인 발상이라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내용을 들여다보면 ‘바다 건너 섬나라'를 연상케하는 기가 막힐 문구들이 들어차 있어 아산시민들을 자극하고 있다.

역명 ‘수탈'로 인한 울분과 허탈감이 채 가시기도 전에 택시 영업권을 비롯 쓰레기장과 하수장 등 혐오시설 설치문제 등 지역 이기주의 속내가 뻔히 들여다 보이는 의제를 버젓이 들이밀고 손짓을 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갈등의 골을 메우고 두 도시간 향후 발전을 위한 숙의는 백번 천번을 거듭해도 부족함이야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일방적으로 유리한 안건을 결정해 놓고 협상테이블로 나오지 않는다고 책임을 전가하는 식의 행위는 지극히 비신사적이고도 몰상식한 발상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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