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와 행정의 관계에 대해서는 정치행정 ‘일원론’이니 ‘이원론’이니 하여 논란도 많았던 게 사실이다. 또 한창 민선 지방자치가 뿌리를 내려가고 있는 요즘에는 지방정치와 지방행정의 관계도 과거와는 사뭇 달라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물론 어느 경우든 직업공무원제는 행정운영의 근간이 돼야 하며, 이것이 흔들려서는 결코 안된다. 공직은 정치적 중립화라는 제도적 테두리 내에서 보호를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국가발전도 그렇거니와 지역발전에 있어서 정치와 행정은 서로 바람직한 관계를 유지하지 않으면 안된다. 정치는 가치의 권위 있는 배분이며, 행정은 이를 집행하는 위치에 있기 때문이다. 이는 중앙 차원이나 지방 차원 동일하다. 따라서 행정의 영역은 정치적 가치를 구현하는 입장에 서있다. 물론 정책기획이나 통합조정을 포함하여 행정을 적극적으로 펼치는 경우라 하더라도 정치적 가치를 구체화하는데 국한된다.
그런데 문제는 수도권 지역과 같이 막강한 정치력에, 막대한 자원동원력을 갖춘 경우와 그렇지 못한 대다수의 지방과는 엄청난 차이가 난다는 점이다. 이 점에서 충청권은 지역의 역량이 취약한 지역임을 부인할 수 없다.
그러한 예는 신행정수도 충청권 이전 입법화 과정에서 아직도 반대 움직임이 계속되거나 최소한 잠복되어 있으나, 이를 정치력으로 해결하기에는 역부족한 현실이 이를 반증한다. 충남도의회 홍표근 의원의 삭발소식을 접하고선 가슴이 비통함을 금할 수 없었다. 또한 얼마 전 계룡시 승격에서 충청권 출신 국회의원과 지방의원들이 뜻을 모아 성사되는데 큰 역할을 수행하였음에도 불구하고, 그 과정에서는 충청권의 정치력 부재로 인한 차가운 냉대와 수모를 견디지 않으면 안되었던 기억이 생생하다.
더욱이 충남도의 최대 지역현안이기도 한 당진항 분리지정은 중앙정부와 상대지역(경기도 평택시)과의 복잡한 관계 속에서 해결이 계속 지연되고 있다. 당진항 지정이 제17, 19회 중앙항만정책심의회에서 당위성이 인정되는 등 나름대로 여건조성과 가시적인 성과가 기대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헌법재판소 소 취하를 전제로 협의에 응하겠다는 입장이며, 특히 주무부서인 해양수산부는 원칙과 소신보다는 時流에 편승하여 결정을 유보하고 있는 상태이다.
그동안 나름대로 정책개발에 임해오면서 행정 스스로 홀로서기란 참으로 어렵다는 점을 점점 강렬하게 느낀다. 어쩌면 정치와 행정은 서로 분리되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연속선상에 있다는 사실이 더욱 뚜렷하게 다가옴을 느낀다.
이제 충청권은 국가의 중핵기능을 능동적으로 수용해야 하며, 오랫동안 보편적 삶을 간단없이 살아온 이 아름다운 공동의 터전에서 무언가 신선하고도 감동 어린 좋은 일들이 많이 일어나야만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많은 과제들이 있겠으나, 그 중에서 행정의 부족한 부분을 정치가 메워주고, 용기와 힘을 보태주는 그런 정치의 역할이 긴요하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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