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렇게 중요한 문자들을 무심하게 지나치며 그냥 습관적으로 사용할 뿐이다. 또 지금까지 소개된 문자에 관한 책들은 너무나 전문적이고 난해한 내용이 대부분이어서 문자에 대한 다양한 호기심을 충족시켜 줄 수 없었고 오히려 문자에 대한 대중적 관심을 더욱 멀어지게 했다.
이번에 출간된 ‘문자이야기’는 음성, 상징, 문자의 상호관계을 알기 쉽게 설명하고 설형문자, 이집트와 마야의 상형문자에서부터 체로키 ‘알파벳’, 룬문자를 비롯해 알파벳과 중국, 일본의 문자까지 중요한 문자 체계로 차례로 풀어내는 등 문자를 체계적으로 고찰하고 있다.
특히 여러 문자들을 단순히 집합시켜 놓은 것이 아니라 각 문자를 해독하려 노력한 사람들의 삶과 탐구 여정을 흥미롭게 서술하고 있는 것이 특징. 이로서 독자들은 샹폴이옹, 벤트리스, 니부어, 에반스 등 여러 사람들의 지적 탐구에 동참할수 있다.
문자 자체의 역사와 그것을 이해하려 노력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한 데 엮음으로써 그 이야기를 따라가는 독자들은 해당 문자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이 없어도 문자 체계 하나하나를 이해해 나갈 수 있는 것이다.
이와 함께 이 책은 해독가들의 작업 노트와 참고자료들을 상세히 제시해 독자들은 마치 추리 소설을 읽는 것처럼 문자 해독 과정에 직접 참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다양한 문화와 언어 그리고 인류가 성장해 온 시대를 거의 다루고 있는 이 책은 인류학, 고고학, 예술사, 경제학, 언어학, 수학, 정치사회사, 심리학, 신학 등 다양한 학문에서 개념과 정보를 끌어와 이용하고 있다. 또 문학, 중세와 르네상스의 필사본, 서예, 활자와 인쇄에 대해서도 다루고 있다.
그렇다고 문자의 역사를 이야기하는 것은 아니다. 문자의 발달을 최초의 순간부터 현재까지 모두 추적하지는 않으며 과거와 현재의 주요 문자를 모두 다루지도 않는다.
오히려 이 책은 고대 주요 문명이 사용한 문자와 오늘날 우리가 사용하는 주요문자, 그리고 그 둘을 하나로 묶는 근본적인 원칙에 대해 중점적으로 설명한다. 이는 고대 문자가 단순히 죽은 언어나 골동품이 아니라 현대를 사는 우리의 문자 사용법과 고대 이집트인이 썼던 문자 방식과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
언어학이라는 한 부분에 국한하지 않고 정치, 경제, 종교, 문화 등 다방면의 시각에서 문자를 조망함으로써 살아 움직이는 문자의 영향력을 이해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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