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이켜보면 지난 30년동안 대덕연구단지는 우리의 과학기술 수준향상에 커다란 족적을 남겼다. 정부출연연구소들이 쏟아낸 괄목할 만한 수많은 연구성과물들은 그들의 존재의 위력을 실감케하기에 충분했다. ‘한국 과학기술의 메카’란 명성에 걸맞는 실적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우리는 화려함이란 장막에 가려진채 30년동안 찌들어 고질화된 그들만의 문제점을 제대로 보아오지 못한 것 또한 사실이다. 아니 애써 감추려 했던 것이 아닌지도 모른다.
어느 조직이나 그렇듯 대덕연구단지 역시 ‘사람(연구인력)’과 ‘돈(연구비,연구과제)’으로 비유되는 근본적 문제에서 비껴가지 못했다. 연구환경, 정년, 연금, 자녀교육등 생활인으로서의 현실적 문제는 오히려 사소해 보일 정도다. 而立의 대덕연구단지가 풀어내야 할 가장 큰 숙제중 하나는 우수 연구인력의 확보 및 용병술이다. 과학기술도 핵심은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대덕단지내 정부출연연구소 대부분은 아쉽게도 연구인력면에서 기형적 구조를 갖고 있다. 계약직 연구원 숫자가 정규직을 훨씬 웃돌고 있다는 점이 그것이다.
주로 석,박사들이 주류인 이들 계약직 연구원들은 정규직에 비해 결코 뒤지지 않는 학력으로 같은 과제를 수행함에도 불구하고 경제적으로나 신분상으로 현격한 차별대우를 받고 있는게 사실이다. 때문에 이들간의 갈등은 불을 보듯 뻔하고 이는 결과적으로는 연구효율을 떨어뜨리는 요인으로까지 작용하고 있다. 정부가 기관장 공모제란 미명아래 정부출연연 기관장 선임에 절대적 힘을 발휘하고 있는 3개연구회(기초,공공,산업)에 대한 문제도 빼놓을 수 없다.
막강한 힘을 가진 장관급 이사장을 3명씩이나 만들며 지나치게 세분화된 현체제하에서 줄대기,조직 동료간 편가르기, 불필요한 접대성 경비지출등을 막기에는 애시당초 불가능하다. 국가 연구개발비가 이제는 GNP의 5%에 달한다며 호들갑을 떠는 정부의 생색내기도 대덕연구단지가 넘어야할 산중의 하나다. 美듀퐁사의 1년 연구비에도 미치지 못하는 허울뿐인 이런 현실에서 권위있고 연구업적이 뛰어난 연구원들이 과제 앵벌이(?)로 전락됨은 어찌보면 당연한 결과이다.
이제부터라도 정부출연연구소는 정부출연연구소 다워야 한다. 민간기업이 할 수 있는 것, 대학이 할 수 있는 것등은 그들에게 맡기고 정부출연연구소는 대신 그들이 하기 어렵고 장기적이며 위험부담이 많이 따르는 이른바 대형과제등을 수행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정부도 전폭적이고 정책적인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다, 그것이 정부출연연구소의 존재의 이유이기 때문이다. “정부출연연구소가 앞장서 출연연 상호간은 물론 민간연구소, 벤처기업과의 교류를 대폭 늘려야 한다.
또 차제에 부작용만 낳고 있는 3개 연구회도 1개로 통합해 보다 효율적인 수뇌부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 이와함께 이공계 대학생들을 인턴연구원으로 활용하는 방안, 벤처기업 창업을 활성화 될 수 있도록 연구원 겸직 금지 제도의 과감한 폐지등도 검토해볼 과제다.”라는 한 원로 과학자의 충고가 새삼스런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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