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수능이 끝나면 늘 그렇듯, 올해도 수능의 문제점에 대한 지적과 비판이 온 매체를 덮고 있다. 이 중요하고 엄청난 화두에 참여하고 싶은 욕망도 있었지만, 그게 어디 한 쪽 분량으로 될 일인가! 나는 시험을 치른 당사자인 예비 대학생들에게 앞으로의 대학생활을 이렇게 보내면 어떨까하는 조언을 하고 싶다.
먼저, 다양하고 많은 경험을 할 것을 권하고 싶다. 이 경험은 책과 매체를 통한 간접 경험일 수도 있고, 직접 자신이 체험한 일일 수도 있다. 인생을 먼저 살다간 사람들의 좋은 이야기를 많이 듣고 또 실제로 겪음으로써 대학시절 한번쯤은 꼭 자신의 인생과 앞으로 살아갈 길에 대해 깊이 생각해보길 권한다. 대학 졸업 후의 현실은 이런 고뇌를 할 수 있을 만큼 여유롭지 않을 뿐만 아니라, 그럴 경우 스스로를 오히려 비현실적인 사람으로 격하시킬 수 있다. 어차피 현실을 살아가야 한다면 이는 대단히 비생산적인 일이다. 대학시절의 현실에 대한 고민은 우리에게 앞으로의 삶을 더 긍정적으로, 다시 말해서 더욱 ‘나답게’ 살아갈 수 있게 한다.
다음으로는 사랑을 해보아야 한다. 이는 이성에 대한 사랑일 수도 있고, 친구 사이의 우정이 될 수도 있다. 살아 있는 생명체에 대한 애정이 결여돼서는 이 세상은 살기에 너무 삭막하다. 자신만을 사랑해서도 안 된다.
그런 사람은 정말 꼴불견이다. 꼴불견이기 못해 애처롭기까지 하다. 단순히 누군가와 데이트를 한다는 것, 편의상 혹은 없으면 불편하니까 누구를 사귀는 것은 지극히 자기배반적이고 대학생답지 못하다. 누군가를 너무도 사랑해서 그를 위해서라면 이 세상의 모든 것을 다 버릴 수 있을 것 같은 감정을 가져보면 세상은 너무도 아름답고 나란 인간의 가치에 새삼 놀라움을 느낄 때가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자신의 자질을 발견하고 그 능력을 계발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무언가에 미쳐야 한다. 미치지 않고서는 내 잠재성을 깨울 수 없는데, 예를 들어 오늘날 많은 사람들이 영어에 어려움을 느끼고 있는 이유가 바로 그들이 영어에 미쳐 있지 않기 때문이다. 미친다는 말은 애정을 갖는다는 것과 상통하는데, 바로 자신이 하고 있는 것 그리고 해야하는 것에 대한 애정이 있어야 비로소 그것을 이룰 수 있다는 단순한 사실을 잊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영어에 애정을 갖는다는 것은 우리말에 대한 애정이 선행되어야 하며 그 중심을 차지하고 있어야 한다.
애정과 미침은 항상 같이 있어야함을 기억해야 한다. 예를 들어, 고시공부를 하는 사람들 중에는 법에 대한 애정을 가지고 시험을 준비하는 진정한 법조인과 합격이 보장하는 핑크빛 미래만을 위해 시험 준비에 미쳐 있는 법쟁이가 있을 수 있다. 내가 미쳐 있는 것, 그리고 하고 있는 것에 대한 지극한 애정은 나를 아름답게 만들어 준다.
대학생활은 길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순간처럼 지나간다. 순식간에 ‘지나가려고만 하는 대학시절’을 ‘자신이 보내는 대학시절’로 바꾸기 위해서는 올 겨울 그 준비작업을 시작해야 한다. 오랫동안 못 본 친구에게 편지도 보내고, 책꽂이 한켠에 놓아둔 교양서적도 둘러보자.
낙엽은 이제 다 떨어져 벌거벗은 산과 거리만 보이는 이때, 자신을 벌거벗겨 새로운 모습으로 거듭 태어난다면 겨울로 가고 있는 이 가을은 참으로 아름답고 변함없이 눈부신 나만의 소중한 갈라진 길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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