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과 눈높이를 맞추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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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과 눈높이를 맞추자

  • 승인 2004-03-04 00:00
  • 정순훈 배재대학교 총장정순훈 배재대학교 총장
겨울과 함께 대학 입시 철이 돌아왔다. 오랜 기간 동안 입시 공부에 매달렸던 학생들이 대학의 선택을 놓고 고민을 하고 있다. 바야흐로 뜨거운 입시 열풍이 피부로 느껴지는 계절이다. 오랫 동안 대학 강단에 선 필자는 이때가 되면 과거의 교육과 현재의 교육에 대한 여러 가지를 생각하게 된다. 과거 우리에게는 보릿고개 시절이 있었다. 겨울 내내 먹을 것이 없어 산으로 들로 먹을만한 것을 찾아 헤매기도 했다.

또 왜 그렇게 식구는 많은지 밥상이 들어오면 쌀 한 톨이라도 더 입에 넣으려고 형제들의 숟가락이 바쁘게 오갔다. 지금 사람들이 식당에 가서 빨리 빨리를 외치는 것도 그 영향을 크게 받았기 때문인 것 같다. 그 시절 우리는 생일이나 제사 때가 되어야 쌀밥을 먹을 수 있었고, 동네에서 누가 대학생이 되기라도 하면 온 동네사람들 모두가 경사스러워 했다. 그리고 학생들은 학교에 갔다오면 밭에서 일하고 밤이면 호롱불을 밝혀놓고 공부를 했다. 때문에 학생들은 먹고사는 것에 대한 소중함과 공부의 중요성을 체험을 통해 배울 수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완전히 달라졌다. 국민들의 삶의 질이 많이 향상됐고, 대부분이 두 자녀를 두기 때문에 학부모들의 교육에 대한 관심이 지대해졌다. 학교에 갔다온 학생들은 여러 학원을 다니며 과외 학습을 받는다. 그리고 운동이나 예능교육도 다양하게 받는다. 집에서는 컴퓨터를 하고, 친구들과 핸드폰으로 메일을 주고받기도 한다. 이렇게 학업 환경이 바뀐 만큼 학생들의 의식도 예전과는 많이 달라졌다. 학생들은 자기소신을 확실하게 밝히고, 톡톡 튀는 행동을 한다. 남의 눈을 의식하지 않고 데이트를 하며 과감하게 애정표현을 하기도 한다. 기성세대들은 이러한 학생들을 당돌하고 버릇이 없다고 표현하기도 한다.

이처럼 과거와 현재의 교육환경은 매우 큰 차이를 보인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과거와 현재의 교육환경은 그 나름대로의 장단점이 있다는 점이다. 요즘 많은 기성세대들은 청소년들의 자유분방한 행동과 자기중심적인 사고방식에 대해 우려를 하고 있다. 그러나 이제 그들을 이해하려는 긍정적인 사고방식을 가질 필요성이 있다. 청소년들이 랩을 즐기고, 찢어진 청바지를 입고, 자유분방하게 생활하는 것은 현재 세계 어느 나라나 마찬가지 추세이다. 이제 우리 기성 세대들도 가끔은 청소년들과 눈 높이를 맞출 필요성이 있다.

그래야만 그들이 무슨 생각을 하고 어떠한 질서와 체계 속에서 살아가는가를 올바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가끔은 랩을 듣고, 컴퓨터를 하며 메일을 보낼 줄 알아야 한다. 그것이 바로 청소년들을 이해하고 눈 높이를 맞추는 기본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나는 대학 캠퍼스에서 톡톡 튀는 많은 학생들을 대한다. 그들에게는 자신들 나름대로의 소신과 꿈이 있고 진취적인 기상이 있다. 그리고 희망이 있다. 그래서 난 그들과 눈 높이를 맞추어 가며 교육을 시키고 있다. 이것이 바로 나의 조그마한 교육철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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