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학자들은 우리 한국인만의 특성이 아닌 공과 사의 구별이 약한 아시아인의 가치로 평가하는 경우도 있다. 주지하는 바와 같이 불과 5년 전 만해도 동아시아의 기적이라고 불려질 정도로 아시아국가의 경제발전은 대단하였다. 1997년의 아시아 위기는 아시아적 가치의 열등성으로 평가되어 우리에게 새로운 가치를 부여하였다. 폴 크루그만 교수의 지적대로 아시아는 투명성과 신뢰성, 질서의 결핍으로 아시아의 경제발전이 신기루 현상으로 표현될 정도이다.
또한 그는 일본을 비롯한 아시아국가들은 아시아적 특수론을 주장하지만 이것은 투명성 결영의 논리로 이어진다고 하였다. 다시 말하면 네트워크중시형의 아시아적 특징과 친족의 기업진출과 경영권지배를 불투명성으로 보고 불공정하다고 보고 있었다.
서구에서 200~300년 동안에 경험한 산업화를 우리나라는 불과 30-40년만에 압축적으로 겪다보니 질서보다는 편법이 앞섰고 장기적 신뢰보다는 단기적 이익에 중심을 두지 않을 수 없었다. 이러한 우리의 저력이 아시아의 기적으로 표현되기도 하였지만 법과 질서보다는 인간적인 면이 중시되다 보니 서로가 서로를 믿지 못하는 경우가 나타나기 시작하였다.
‘국제투명성기구(TI)’가 발표한 부패인식지수(CPI)를 보면은 정말 우리를 실망케 한다. 말레이시아나 대만보다도 뒤떨어진 것은 물론 쿠바보다도 하위를 기록한 50위(전체133개국)를 기록하였음은 우리 전체가 새로운 마음으로 임하여야 함을 뜻한다.
이러한 문제를 지적한 사람은 후쿠야마(Fukuyama)이다. 그는 트러스트라는 저서에서 한국은 신용적인 면에서 보면 선진국이 될 수 없다고 하였는데 필자는 질서면에서도 우리의 선진국 ‘진입’은 아직도 먼 이야기라고 느끼고 있다.
작지만 선진국으로 발돋움하고 있는 나라인 싱가포르는 질서의 나라이고 다민족국가인 미국이나 이웃 일본도 질서 면에서는 우리보다 훨씬 앞선다. 각자가 법과 질서를 지키면 교통질서가 좋아짐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나부터 먼저라는 사고하에 전체가 늦어지는 것은 경제면에서도 심각하게 작용한다. 이러한 것은 우리경제에서 물류비용이 차지하는 것이 3할이 된다는 것을 보면 짐작이 가는 이야기이다. 법을 지키는 사람이 피해를 보는 현상이 발생한다면 나라의 미래는 없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작지만 강한 핀란드와 싱가포르 등의 나라를 보면서 모든 사람이 약간 불편하면 모든 사람이 다 편해진다는 최소한의 원칙과 누가보아도 투명한 투명경영의 중요성을 재삼 느낀다. 이제는 남의 배려 속에서 나의 편함이 있고 나의 약간의 불편함속에서 전체의 편함을 찾아야 한다. 이것이 우리가 선진국으로 가는 길이요 진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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