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8년 귀국한 이래 정부출연연구소와 인연을 맺었던 정 총장이 22개 출연연이 설립한 연합대학원(UST)총장으로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단지 대학총장으로써의 도전이 아니라 전에 볼수 없었던 새로운 교육패러다임을 시도하는 교육자로써의 미션인 것이다.
평생직업처럼 여겼던 연구와는 달리 이제는 후학을 양성하는 선생으로 변신한 그를 지켜보는 출연연은 기대가 크다.
“연구와 산업현장에서 필요로 하는 ‘쓸만한 인재’ 양성이 나의 생에 마지막 미션으로 주어진 것 같다”며 “우수한 인력을 기르기 위해 질 위주의 교육을 실시하겠다”고 말했다. 요즘 첫 신입생 선발을 위해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정 총장은 마치 스타트라인에 선 달리기 선수와 같은 긴장감과 인생 3락중에 하나인 후학양성의 떨림으로 인해 생동감마저 느끼게 하고 있다.
지난 1일 총장 취임이후 그가 해결해야 될 첫 미션은 ‘연합대학원 본부 공간 확보’. 당초 쉽게 마련될 것으로 예상됐던 대학 본부건물이 이런저런 이유로 난항을 겪었다. 연합대학원 본부 공간을 확보하기 위해 동분서주한 그는 최근 대덕연구단지내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에 대학본부 공간을 마련해, 한 숨 돌렸다
그는 대학본부 공간 확보하는 1차 관문을 통과했지만 숨을 돌릴 틈도 없이 이제부터는 우수한 학생을 선발하기 위해 뛰고 있다.
처음 시작한다는 것은 설레임과 함께 두려움이 동반하는 법. 1차 관문을 통과한 그의 얼굴에서는 두려움보다는 당당함과 자신감을 엿볼 수 있다.
“초기 설립 멤버로 참여하는 것이 이번이 세 번째인데 그동안의 노하우를 살려 연합대학원을 성공적으로 운영하겠다”는 자신감을 나타냈다.
지난 69년 대한과학공업과 78년 표준연구원 설립 구성원으로 참여했지만 이번에는 다르다.
설립 멤버이면서도 기관을 총지휘하는 총장으로 참여하기 때문에 부담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는 듯하다.
이어더해 22개 출연연의 숙원사업인 연합대학원의 총장이라는 중책이 그를 뛰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캠퍼스도 강의실도 없는 대학
연합대학원은 22개 정부출연연이 설립한 전문 대학원으로 신생융합기술 수요에 대응하는 전문인력 양성과 현장 실무형 전문 연구인력 배출을 위해 설립돼 내년 3월 본격 출범한다.
출연연의 연구자원의 효율적 활용을 통한 신기술과 학제융합분야의 연구인력 양성이 주목적이다.
연합대학원은 학부과정 없이 석박사학위과정(석박사 통합과정 포함)으로 운영되며 기존 출연연의 연구인력은 교수로 연구장비 는 실험장비 등으로 그대로 활용하는 형태로 운영된다.
연합대학원은 캠퍼스도 강의실도 따로 없다.
연합대학원에 참여하고 있는 22개 출연연구소가 연합대학원의 캠퍼스이자 강의실,실험 실습장인 것이다.
이 때문에 전교생이 115명에 불과하지만 지나치다 얼굴을 볼일도 극히 드물 것으로 보인다.
출연연에서 연구원을 겸직하고 있는 교수의 연구실이 강의실로 활용되고 학생들도 교수가 근무하는 연구소에서 도제식(徒弟式)으로 공부하는 국내에서는 보기 드문 독특한 형태로 학사과정이 운영되기 때문이다. 특히 도제식교육은 강의식 정적인 교육을 최소화 하고 연구현장에서 교수와 연구를 함께하며 부딪히며 배우는 직접경험이 강조된다.
▲새로운 교육패러다임 전도사로
정총장은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보기드문 형태로 운영되는 학사과정이 연합대학원이 자랑이며 이러한 새로운 형태의 교육패러다임을 성공적으로 정착시키기 위한 구성원들의 각오와 노력은 높이 살 만하다”고 말했다.
새로운 교육과정을 정착시려는 정 총장의 생각은 남다르다.
그는 115명의 정원을 채우는데 급급하지 않고 정말로 쓸만한 인재만을 선발하는 식의 학사과정을 운영할 계획이다.
우수한 학생들이 지원하지 않는다면 굳이 정원을 채우지 않겠다는 것이 그의 방침이다.
“연합대학원이 기존의 대학과 같아서는 새로운 교육 패러다임이 뿌리내릴 수 없다”라며 차별화된 교육 시스템과 운영, 그리고 교육의 질을 통해 연합대학원이 추구하는 미션을 달성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연합대학원은 이러한 새로운 교육 패러다임의 제시뿐 아니라 22개 출연연을 묶는 역할도 부여됐다.
22개 출연연이 공동 설립한 연합대학원은 이들 모두가 주인이기 때문이다.
연합대학원을 통해 진정한 학연간 협동연구을 진행, 출연연간 보이지 않는 벽을 허무는 초석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다양한 분야와 다양한 현장을 경험한 연합대학원 졸업생들이 단지 훌륭한 연구자뿐 아니라 연구와 산업현장의 리더로 육성하는 것이 목표”라며 연구 뿐 아니라 기술경영,기술정책,글쓰기 등 테크노리더로 키워나갈 방침이다.
▲표준처럼 살아 온 정총장
평남 강서에서 태어난 정 총장은 65년 서울대 물리학과를 졸업하고 미국테네시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정총장은 유치과학자로 78년 귀국해 한국표준연구원의 전신인 한국표준연구소 창립멤버로 출연연과 인연을 맺었다.
“그당시 대덕연구단지는 건설초기여서 허허벌판과 다름없었다. 비가 오면 진흙투성이 길을 걷다보며 신발에 흙이 달라 붙여 30미터쯤 가다 흙을 터는 일을 반복했다”는 그는 “그러한 악 조건속에서도 국내 과학기술을 선도하겠다는 원대한 포부가 있어 보람이 있었다”고 회고했다.
연구기반이 취약했지만 연구장비를 사고 인력도 보강해 국가 측정표준을 개발보급하는 데 주력해 표준과학연구원이 이제는 세계 10위권의 선진 국가표준기관으로 도약하는데 일조했다.
그는 94년 설립멤버로 참여했던 표준연의 수장으로 취임했으며 97년 표준연 원장으로 재선임됐다.
1m라는 거리는 ‘오차가 거의 없는 빛이 30억분의 1초동안 간 거리를 측정한 것으로 이러한 표준이 흔들리면 세상은 뒤죽박죽 될 수 밖에 없는 일. 연구자로서의 그의 삶이 흔들렸다면 지금의 연합대학원 총장이라는 중책은 약속될 수 없었다.
그는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단위와 길이 등 도량형의 유엔총회라 할 수 있는 국제도량형위원회 이사로도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다.
표준연 원장 퇴임후에는 벤처기업을 창업한 연구실 후배 제자가 설립한 (주)덕인의 회장이라는 직함을 지녔으며 이후 기초기술연구회 이사장으로 취임했다.
흐드러짐 없는 ‘표준’같아던 그의 삶이 그를 표준원 원장에서 벤처기업회장,그리고 기초기술연구회 이사장으로 만들었다. 이제는 그가 입버릇처럼 말하는 인생의 마지막 미션인 총장으로 취임, 연합대학원을 우수한 인력을 배출시킬수 있는 고급인력의 저수지로 만들어야 한다.
그는 “박사, 소장,원장,회장, 이사장 등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다양한 호칭으로 불렸지만 ‘총장’이라는 호칭이 가장 좋은 것 같다”며 웃음을 지었다.
‘출연연들의 석박사 학위과정 운영 노력은 지난 1990년대초 로 거슬러 올라간다’고 소개한 그는 “지난 10여년간의 노력끝에 연합대학원이라는 구체적인 결실을 맺게됐다. 연합대학원이라는 새로운 교육패러다임에 대해 일부에서는 우려를 표하고 있지만 연합대학원이 국내 이공계 우수인력양성의 새로운 요람으로 자리잡을 수 있도록 노려하겠다”며 관심과 애정을 당부했다.
◇생년월일 1942년 4월 28일
◇학력
1960.2 휘문고등학교(52회)
1965.2 서울대학교 물리학 학사
1978.6 Univ.of Tennessee물리학 박사
◇경력
1965.3 육군통신장교
1967 대한광학공업(주) 검사과장
1969.3~72.2 서울대학교 공과대학 조교
1978.6~78.12 (미)국립표준원 방문연구원
1978.6~94.4 한국표준과학연구원 실장. 부장. 선임부장. 이사
1987.9~88.9 (미)Oak Ridge 국립연구소 방문연구원
1994.4~99.11 한국표준과학연구원 원장
1994.4~99.11 한국측정기기교정협회 회장
1996.4~99.11 대덕연구단지 기관장협의회 의장
1994.11~현재 한국과학기술한림원 정회원
1996.4~현재 국제도량형위원회(CIPM)위원
2000.1~현재 (주)덕인 회장
2000.5~현재 공공기술연구회 이사
◇상훈
1987 국문훈장 목련장
2000 국문훈장 모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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