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대양 7대주에서

  • 오피니언
  • 문화칼럼

6대양 7대주에서

  • 승인 2004-03-04 00:00
  • 최충식 논설위원최충식 논설위원
강바람이 매섭다. 대한이 '형님, 형님' 하는 소한 추위가 한강물도 유등천도 꽁꽁 얼렸다. 겨울잠을 못 이루는 반달곰처럼 끙끙대고 있는데 폭설 후에 거짓말처럼 '조용한 폭설'이라는 책이 사람을 반긴다. 경기도 파주 사는 신동근이라는, 같은 매체로 데뷔한 동인이 보내온 것이다.

덕분에 "민물, 그 흐르는 본바탕에 노니는 이쁜 고기떼와 물풀"과 "얼음장 가리고 남몰래 흐르는" 강물의 눈맛을 좀 더 선연히 즐기고 있다. 빙어 낚시라도 하자는 권유도 있지만 저 예쁜 고기들을 왜 잡으란 말이냐.

내가 말해온 관계(네트워크)의 즐거움이란 고작 이런 유(類)다. 하다 못하면 '접속'의 한석규와 전도연 같은, '유브 갓 메일'의 톰 행크스와 멕 라이언 같은 관계라도 괜찮겠다. 그렇지만 샌드라 불록이 냉동에서 깨어난 20세기 남자 실베스터 스탤론에게 "비위생적인" 방법 대신 사이버 섹스를 권하는 '데몰리션 맨' 속의 그것처럼 참 걱정스러운 관계도 있다.

미국 월가의 주식투자를 일시 마비시킨 것은 텔레비전의 사이버 섹스 특집 탓이었고, 한 조사에 따르면 젊은 부부의 가정파탄의 3분의 1이 직․간접으로 인터넷과 관련이 있다. 여기서 네트워크의 유용성은 사용자의 수와 비례한다는 메카프의 법칙(Metcalfe's law)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신문 매체나 인간관계도 하나보다 둘이 재미있고 담쟁이넝쿨처럼 얽히고설켜야 재미가 있다. 회원수가 많은 카페가 더 아기자기하고 손맛 좋은 식당은 기다려서 먹어야 하는 불편쯤은 감수해야 한다.

희소성의 가치가 때로 무시되는 게 또한 인터넷 세상의 논리다. "두고 보세요. 네티즌이 일낼 겁니다" 해도 "까짓 컴퓨터로 장난질하는 젊은이들 몇몇"이라며 시큰둥해하다가, 우리가 미국이 인정하는 인터넷 강국임을 깜빡 잊고 지내다가, 언론을 제4부라 하면 사이버 공간은 제7대륙이다. 감히 나는 5대양에 인터넷이란 양양한 대양을 보태 6대양 7대주로 명명하려 한다. 로그인의 로그(log)는 '항해'를 뜻하니 닻을 올려 항해(인터넷 사용)를 개시하는 게 로그인이고 끝내는 게 로그아웃이다. 마음에 들거나 안 들거나 관계가 지속되는 한 로그인을 해서 한 배를 타고 간다.

그런데 말이다. 중국 고전 산문인 담원춘의 '배는 그만 두고 뗏목을 타지'라는 구절을 읽으면 막혔던 기가 탁 트인다. 수천 년 전에도 한 템포 늦춰 세상을 살자는 선인들이 계셨다. 요새로 치면 피에로 쌍소 같은 사람들이다. 다시금 그 중용의 미덕은 수천 년을 뛰어넘어 픽션(허구)과 팩트(사실)가 뒤엉키고 고속철도가 시속 300㎞를 넘나드는 현세에서 화려하게 부활하고 있다.

말이 나왔으니 말인데, 국정은 (아직 타보진 못했지만) 기관사가 졸면 멈춰 서는 장치가 있는 고속철도와는 다르다. 말레이시아에서 골프 치다 실수하니 그쪽 사람들이 "괜찮아 샷!"을 외치더라는 얘기도 그 얘기다. 실수할 때마다 "괜찮아"를 연발하는 한국인들을 빈정거린 것이다.

새정부 10대 국정 과제를 중고품으로 비하하는 사람들, e-청와대 계획이나 인터넷 장관 추천제를 의심쩍게 째려보는 사람들의 심정도 이와 얼추 비슷하지 않을까? 생각하면 "괜찮아 샷"이나 외칠 때가 아닌 것이다. 거듭 말하지만, 강은 얼었어도 강심엔 물이 흐르고 고기가 숨쉰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2. [현장]3층 높이 쓰레기더미 주택 대청소…일부만 치웠는데 21톤 쏟아져
  3. 차세대 스마트 교통안전 플랫폼 전문기업, '(주)퀀텀게이트' 주목
  4.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5. 유등노인복지관, 후원자.자원봉사자의 날
  1. 생명종합사회복지관, 마을축제 '세대공감 뉴-트로 축제' 개최
  2. [화제의 인물]직원들 환갑잔치 해주는 대전아너소사이어티 117호 고윤석 (주)파인네스트 대표
  3. 대전장애인단체총연합회, 한남대 공동학술 세미나
  4. 월평종합사회복지관과 '사랑의 오누이 & 사랑 나누기' 결연활동한 동방고 국무총리 표창
  5. "함께 새마을, 미래로! 세계로!"

헤드라인 뉴스


`2026 세종 국제정원도시박람회` 실낱 희망도 깨졌다

'2026 세종 국제정원도시박람회' 실낱 희망도 깨졌다

2026년 세종 국제정원도시박람회 개최가 2024년 가을 문턱을 넘지 못하며 먼 미래를 다시 기약하게 됐다. 세간의 시선은 11월 22일 오후 열린 세종시의회 산업건설위원회(이하 산건위, 위원장 김재형)로 모아졌으나, 결국 더불어민주당 주도의 산건위가 기존의 '삭감 입장'을 바꾸지 않으면서다. 민주당은 지난 9월 추가경정예산안(14.5억여 원) 삭감이란 당론을 정한 뒤, 세종시 집행부가 개최 시기를 2026년 하반기로 미뤄 제출한 2025년 예산안(65억여 원)마저 반영할 수 없다는 판단을 분명히 내보였다. 2시간 가까운 심의와 표..

[드림인대전]생존 수영 배우다 국가대표까지… 대전체고 김도연 선수
[드림인대전]생존 수영 배우다 국가대표까지… 대전체고 김도연 선수

"생존 수영 배우러 갔다가 수영의 매력에 빠졌어요." 접영 청소년 국가대표 김도연(대전체고)선수에게 수영은 운명처럼 찾아 왔다. 친구와 함께 생존수영을 배우러 간 수영장에서 뜻밖의 재능을 발견했고 초등학교 4학년부터 본격 선수 생활을 시작했다. 김 선수의 주 종목은 접영이다. 선수 본인은 종목보다 수영 자체가 좋았지만 수영하는 폼을 본 지도자들 모두 접영을 추천했다. 올 10월 경남에서 열린 105회 전국체전에서 김도연 선수는 여고부 접영 200m에서 금메달, 100m 은메달, 혼계영 단체전에서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무려 3개의..

[현장]구청·경찰 합동 쓰레기집 청소… 일부만 치웠는데 21톤 쏟아져
[현장]구청·경찰 합동 쓰레기집 청소… 일부만 치웠는데 21톤 쏟아져

<속보>="내 나름대로 노아의 방주 같아…'나는 자연인이다' 이런 식으로, 환경이 다른 사람하고 떨어져서 살고 싶어서 그런 거 같아요." 22일 오전 10시께 대전 중구 산성동에서 3층 높이 폐기물을 쌓아온 집 주인 김모(60대) 씨는 버려진 물건을 모은 이유를 묻자 이같이 대답했다. 이날 동네 주민들의 오랜 골칫거리였던 쓰레기 성이 드디어 무너졌다. <중도일보 11월 13일 6면 보도> 70평(231.4㎡)에 달하는 3층 규모 주택에 쌓인 거대한 쓰레기 더미를 청소하는 날. 청소를 위해 중구청 환경과, 공무원노동조합, 산성동 자율..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