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 이후

  • 오피니언
  • 문화칼럼

‘대부’ 이후

  • 승인 2004-03-04 00:00
  • 최충식 논설위원최충식 논설위원
‘대부(代父)’를 기억할 것이다. 중1 때 이 영화를 처음 본 이래 비디오나 TV로 몇 번 더 보았다. 이탈리아 이민 출신으로 미국 마피아 1인자로 성장한 주인공들의 갈등과 애증이 잘 묘사된, 대단히 혁신적인 갱영화다.

2편에서 프랜시스 코폴라 감독의 아버지가 가세해 아카데미 작곡상을 받았고, 감독의 누이까지 마이클 콜로오네의 누이 역을 맡아 가족끼리 북 치고 장구 친 것도 특기할 만하다. 뒤에 여러 가수들이 줄지어 부른 주제곡 ‘Speak Softly Love’는 영화음악의 백미로 꼽힌다.

말론 브랜도와 알 파치노를 이소룡과 함께 선망한 우리는 이런 철부지 얘기를 했었다. “미국 깡패들은 다 어디 갔나. 이탈리아 사람들이 설치게….” 미국이 이민사회라는 걸 모르고 한 소리였다. 지금 미국내 최대 민족은 독일 민족(21%·5800만)이다. 다음으로 아일랜드계(3700만)로, 주류인 앵글로색슨(3200만)보다 많다. 뉴욕의 가장 큰 명절인 세인트패트릭데이는 아일랜드 명절이다. 그러나 흑인 숫자와 엇비슷한 13%의 앵글로색슨이 미국을 움직인다. 독일계나 아일랜드계는 튼튼한 중산층을 형성하지만 꼭대기로 가면 머릿수가 적다.

역시 소수인 이탈리아계는 거의 ‘미국백인’에 편입되었으나 한때는 히스패닉처럼 이방인 취급을 당했다. 조디 마지오가 56게임 연속 안타를 치자 비로소 그들을 제대로 된 백인으로 끼워줘 미국백인 숫자를 늘렸다고도 한다. 백인이라고 다 백인이 아닌 것이다.
어찌되었건 영화를 통해 낯익은 미국내 이탈리아 이민자의 독특한 문화를 이제 찾아보기 힘들게 됐다. 이민 2, 3세대는 미국 문화에 완전히 젖어들었다. 자기들끼린 결혼도 되도록 피한다고 한다.

가난과 범죄 속에서 리틀 이탈리아란 신조어를 낳은 초기 모습은 완전히 자취를 감춘 것이다. 그들에게 종교적 경지에 가까운 일요일의 파스타 점심도 미국식 ‘아점’인 브런치에 자리를 내줘야 했다. 또, 세계에서 호평받는 자신들의 에스프레소 커피를 외면하고 스타벅스 등 미국의 커피문화를 더 선호한다.

영화 속, 비토의 이탈리아 고향이 떠오른다. 아버지의 장례식 중 형 파울로가 살해당하고 어머니의 희생으로 목숨을 건져 미국으로 도망치는 비토의 모습, 그것과 미국내 한 불법이민 규제단체 홈페이지의 ‘미국이 침공당하고 있다’는 메시지가 중첩된다.

미국 경제가 하향선을 그릴수록 반(反)이민정서는 고개를 들 것이고, 그러면 이민자들은 기득권을 위한 미국 사회 편입을 더 열망할 것이다.
미국 속의 이탈리아인들처럼…….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2. [현장]3층 높이 쓰레기더미 주택 대청소…일부만 치웠는데 21톤 쏟아져
  3. 차세대 스마트 교통안전 플랫폼 전문기업, '(주)퀀텀게이트' 주목
  4.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5. 유등노인복지관, 후원자.자원봉사자의 날
  1. 생명종합사회복지관, 마을축제 '세대공감 뉴-트로 축제' 개최
  2. [화제의 인물]직원들 환갑잔치 해주는 대전아너소사이어티 117호 고윤석 (주)파인네스트 대표
  3. 대전장애인단체총연합회, 한남대 공동학술 세미나
  4. 월평종합사회복지관과 '사랑의 오누이 & 사랑 나누기' 결연활동한 동방고 국무총리 표창
  5. "함께 새마을, 미래로! 세계로!"

헤드라인 뉴스


`2026 세종 국제정원도시박람회` 실낱 희망도 깨졌다

'2026 세종 국제정원도시박람회' 실낱 희망도 깨졌다

2026년 세종 국제정원도시박람회 개최가 2024년 가을 문턱을 넘지 못하며 먼 미래를 다시 기약하게 됐다. 세간의 시선은 11월 22일 오후 열린 세종시의회 산업건설위원회(이하 산건위, 위원장 김재형)로 모아졌으나, 결국 더불어민주당 주도의 산건위가 기존의 '삭감 입장'을 바꾸지 않으면서다. 민주당은 지난 9월 추가경정예산안(14.5억여 원) 삭감이란 당론을 정한 뒤, 세종시 집행부가 개최 시기를 2026년 하반기로 미뤄 제출한 2025년 예산안(65억여 원)마저 반영할 수 없다는 판단을 분명히 내보였다. 2시간 가까운 심의와 표..

[드림인대전]생존 수영 배우다 국가대표까지… 대전체고 김도연 선수
[드림인대전]생존 수영 배우다 국가대표까지… 대전체고 김도연 선수

"생존 수영 배우러 갔다가 수영의 매력에 빠졌어요." 접영 청소년 국가대표 김도연(대전체고)선수에게 수영은 운명처럼 찾아 왔다. 친구와 함께 생존수영을 배우러 간 수영장에서 뜻밖의 재능을 발견했고 초등학교 4학년부터 본격 선수 생활을 시작했다. 김 선수의 주 종목은 접영이다. 선수 본인은 종목보다 수영 자체가 좋았지만 수영하는 폼을 본 지도자들 모두 접영을 추천했다. 올 10월 경남에서 열린 105회 전국체전에서 김도연 선수는 여고부 접영 200m에서 금메달, 100m 은메달, 혼계영 단체전에서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무려 3개의..

[현장]구청·경찰 합동 쓰레기집 청소… 일부만 치웠는데 21톤 쏟아져
[현장]구청·경찰 합동 쓰레기집 청소… 일부만 치웠는데 21톤 쏟아져

<속보>="내 나름대로 노아의 방주 같아…'나는 자연인이다' 이런 식으로, 환경이 다른 사람하고 떨어져서 살고 싶어서 그런 거 같아요." 22일 오전 10시께 대전 중구 산성동에서 3층 높이 폐기물을 쌓아온 집 주인 김모(60대) 씨는 버려진 물건을 모은 이유를 묻자 이같이 대답했다. 이날 동네 주민들의 오랜 골칫거리였던 쓰레기 성이 드디어 무너졌다. <중도일보 11월 13일 6면 보도> 70평(231.4㎡)에 달하는 3층 규모 주택에 쌓인 거대한 쓰레기 더미를 청소하는 날. 청소를 위해 중구청 환경과, 공무원노동조합, 산성동 자율..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