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을 ‘필(feel)’이든 ‘센스(sense)’라 하든 그 공부를 뛰어넘는 뭔가가 부단히 요구된다. 그 무엇이란, 전문가들조차 인정하는 ‘감’인데, 척 본 순간 왠지 찝찔하면 가짜란다. 그림이라면 화가의 필선을 꿰뚫고 시대의 화풍을 예의 살펴야 할 것이며 구석에 처박힌 글씨나 도장 하나라도 놓칠 수 없다.
대가의 것일수록 가짜가 많은 것은 당연히 그게 돈이 되기 때문이다. 단원 김홍도, 대원군의 그림, 추사체 글씨가 거개가 가짜다. 상대적으로 별로 돈이 되지 않는 토기 등에는 가짜가 적다. 제작기술의 눈부신 진보는 감식안이 따라가기 벅찰 정도다. 천경자 화백의 예처럼 본인을 둘러싼 진위 시비의 전면에 나선 해프닝도 있다. 가짜 거북선총통이 국보로 둔갑한 일, 일본에서 온 신윤복의 야릇한 속화첩(俗畵帖)을 두고 한 바탕 홍역을 치른 일도 감정사에 기록되리라 생각된다.
또 하나의 볼거리는 예술의 전당에서 열린 ‘명작과 가짜명작’전이다. 명작(진작)과, 명작을 베낀 가짜(위작)가 사이좋게 내걸린 것이다. 명대의 구영의 적벽도, 문징명, 동기창 등, 청대의 왕감, 왕원기, 석도, 이밖에 근대기의 임백년, 고검부, 제백석, 장대천을 위시한 쟁쟁한 대가들의 걸작 40점이 다 모였다. 남송 시대의 마린의 하향청하도(荷香淸夏圖)를 베꼈으나 숲속에 써넣은 서명이 없는 청대의 위작, 새가 앉은 폼이 어정쩡한 제백석의 모작 등 진위를 아주 가리기 힘든 것도 많다.
고미술계에서 논란에 휘말린 ‘고잔도장축도(古棧道長軸圖)’도 그 일종이다. 조선 화가 안견이 진품인지를 가리기 위해 서울 수운회관에서 일반에도 공개됐다. 당 현종이 안녹산의 난을 피해 애첩 양귀비와 수도 장안(長安)에서 서촉(西蜀)으로 가는 모습이 담긴 31.5×585cm 크기의 두루마리 그림인데 어떻게 판가름날지 잠자코 지켜봐야겠다.
중국에서는 가짜라도 미술사 연구의 중요 자료로 쓰임과 동시에 보물로 지정돼 박물관에 모셔지기도 한다. 국내 국립박물관에도 모작과 방작이 꽤 많이 소장돼 있다고는 하나, 일단 가짜라는 레테르가 붙자마자 쓰레기통에 처박히기 십상이다.
자연히 ‘서화감정학’도 걸음마 단계를 못 면한다. ‘모 아니면 도’인 우리 사회 풍조와도 무관치 않겠지만, 어디서나 진짜와 의도적인 가짜를 구별하는 눈은 필요하다. 꼭 예술작품이 아니더라도 회사 또는 사회에 진짜 행세하는 가짜들이 무릇 얼마나 많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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