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은 울고 싶어도 마음대로 울지 못한다. 절친한 사이라도 이것만은 극비사항이고 창피해 술이나 한 잔 걸치고서야 처자식 몰래 찔끔거린다. 이런 부류는 거창한 남성학이나 남성해방이 아닌 콤플렉스 차원으로 다뤄져야 어울릴 영역이다. 그렇다고 남성의 의무, 역할, 책임 모두를 거부하는 반란이라도 일으킬 처지는 아니다.
프랑스, 독일, 스웨덴 등 팔자 좋은 나라들에서처럼 남성들에 대한 각종 차별을 철폐하고 남성을 해방시키자고 부르짖지도 못한다. 통계 숫자를 들이대지 않더라도 칠칠찮게 매맞는 남자가 꽤나 있는 게 현실이고, 실제로 주위에서 이러한 사례를 직접 보기도 했다.
남성들이여, 하지만 우리 모습을 적나라하게 드러낸 제 모습을 찾기엔 아직은 때가 아닌 것 같다. 지금도 병원 응급실을 찾는 여성의 상당수가 여성학대와 연관되었음은 다 아는 사실이다.
8살 연하의 남편에게 20년간 매맞고 살다가 이혼한 작가 윤정모는 천사의 탈을 쓴 남편의 탈을 부수고 싶어서였다는 너무나 솔직한 자기고백으로 충격파를 던졌다. 그렇게 맞고 차이고 자근자근 짓밟힌 지난날들과 결별했지만, 그 상흔은 영원히 씻을 수 없을 것이다.
배우 제인 폰다가 13살이었을 때, 그녀의 어머니는 욕실에서 문을 잠그고 귀에서 귀까지를 잘라 자살했다. 가정부에게 안쪽이 엉망이니 깨끗이 치우라는 쪽지만을 남긴 채였다.
그날 밤, 제인의 아버지 헨리 폰다는 여느때와 같이 브로드웨이에서 자신이 주연인 ‘미스터 로버츠’ 역을 훌륭히 소화해냈다.
딸 제인 폰다는 남성에 대한 승리의 날, V데이 창설자이면서 남성혐오를 다룬 ‘바기나의 독백’의 저자인 이브 엔슬러와 손을 잡았다. 이들은 이브의 군대를 자칭하며 여성해방이라기보다 남성증오운동에 가까운 몸부림을 하고 있다.
법보다 주먹이 가깝다 하듯이 법은 사후적이고 절차가 번거로우며 시간과 돈이 많이 드는 측면이 있다. 그래서 다른 형태의 폭력으로 대응하는지 모른다.
가정폭력을 견디다 못해 남편을 살해한 여성장애인 유순자 씨도 그러한 케이스이다. 이 땅에서 매맞는 여성들을 해방시켰으면, 모든 폭력의 부끄러운 고리로부터 남성들을 해방시켰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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