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가 때인지라 멀리 나가지 않아도 새소리를 자주 듣는다. 가끔 자동차에 실례할 때는 귀찮은 마음이다가도 이내 반갑다. 짝짓기를 통해 새로운 개체를 번성시키려는 자연의 질서를 슬쩍 엿보는 것만으로 경이롭다.
청주 근교에서 살 때는 어렸을적 고향에서 듣지 못한 새소리를 많이 들었다. 노래하는 새를 ‘명금류’라 하는데 종다리, 쇠유리새, 휘파람새 등을 말한다. 엄밀히 보면 까치나 멧비둘기는 단순히 소리만 반복하는 것이다.
흥미로운 것은 새들도 사투리를 쓴다는 점이다. 이 중 휘파람새는 필리핀에 갔다가 오는 철새이면서 사투리를 쓴다. 교원대 박시룡 교수와 경희대 윤무부 교수는 휘파람새의 소리를 녹음해 정밀 분석했다. 북으로 경기도 가평에서 남으로 제주도에 걸쳐 20여군데에서 녹음한 새소리를 음성분석기인 소나그램의 주파수 변화로 분석했다.
그 결과, 놀라운 사실을 밝혀냈다. 제주도 휘파람새는 앞부분의 소리가 길게 이어지지만, 내륙지방 휘파람새 소리는 짧게 끊어졌다. 경남 거제도나 전남 완도에 사는 휘파람새들은 그 중간 정도에 해당하는 소리를 냈다.
휘파람 소리 다음에 이어지는 음절들도 제각기 달랐다. 경상도 새들은 V자 모양의 음절을 주로 내고, 충청도 L자 모양, 전라도 새들에게서는 I자음을 빈번히 볼 수 있었다.
이번에는 휘파람새의 다리에 인식표인 고리를 달았다. 이 실험을 통해 수천km 떨어진 남쪽나라에 갔다가 어김없이 자기가 태어난 그 곳으로 찾아간다는 사실도 알게 됐다. 더 흥미로운 현상은 같은 베타음을 내더라도 가평의 휘파람새에게 청원의 휘파람새 소리를 스피커로 들려주니 격렬하게 반응하는 것이었다.
새들의 사투리는 매년 봄, 그들을 한 자리에 모이게 하는 길잡이 구실을 하고 배필을 고름에 있어 활용되기도 한다. 노래하지 못하는 암컷은 동일한 사투리를 쓰는 수컷에게 친밀감을 느껴 짝짓기 상대를 고르는 기준으로 삼는다.
새끼 휘파람새는 보름 가까이 둥지에서 머물면서 아빠 휘파람새나 이웃 둥지의 아저씨 휘파람새한테서 언어학습을 받고 2세에게 대물림까지 한다. 새들의 사투리는 그들 나름의 의사소통 수단이면서, 자기네 지역 출신끼리 뭉치고 어울리게 하는 구실을 한다.
천만 다행히도 그들은 선거를 하지 않는다. 재선거나 보궐선거를 할 일은 더더욱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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