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관이냐 사랑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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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관이냐 사랑이냐

  • 승인 2004-03-04 00:00
  • 최충식 논설위원최충식 논설위원
마흔한 살에 왕이 된 에드워드 8세는 아서왕 이래 첫총각왕이었다. 즉위 후 에드워드는 자기 배필로 심프슨 부인을 지목했다. 그녀는 5년 전 대서양 항로의 한 선상에서 함께 춤을 춘 바로 그 처녀였다. 이 사실이 공표되자 영국은 긴급 각의(閣議)를 여는 등 걷잡을 수 없는 충격으로 들끓었고, 마침내 결혼이냐 왕관이냐의 양자택일 앞에 서야 했다.

그때, 왕의 선택은 단호했다. 사랑을 위해 왕위를 버리고 도버해협을 건너 망명길에 올랐던 것. 둘은 장미꽃을, 그리고 서로에 대한 사랑을 가꾸는 일 말고는 하지 않았다. 윈저공(公)이 된 에드워드는 먼훗날 확신에 찬 어조로 일점일획의 후회 없이 한 세상 살았노라고 밝혔다. 그는 사랑의 승리자였다.

비슷한 일이 네덜란드에서 또 벌어지려 한다. 사랑을 버리자니 왕위가 울고 왕위를 버리자니 사랑이 운다. 이 두 명제 사이에서 고민에 빠진 웰렘 알렉산더 왕세자가 아르헨티나 출신 막시마 조레귀에타와 결혼을 선언했다. 둘은 한때 심각한 여론의 반대로 깨질 위기에 처했으나 베아트릭스 여왕의 윤허를 받아냈다. 상대 규수는 아르헨티나 독재정권에서 농업장관을 지낸 호르게 조레귀에타의 딸이다. 딸이 아버지의 행동까지 책임질 수 없지만 원체 악명 높은 아버지였던가 보다.

두 사람이 결혼하자면 의회는 동의를 얻어야 한다. 그러지 못하면 왕세자는 왕위계승권을 버려야만 결혼할 수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여성 소프라노 살럿 처치도 영국의 윌리엄 왕자에게 사랑을 느껴 결혼하고 싶다고 고백했다. 그런데 윌리엄 왕자는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의 조카딸인 어린 로렌 부시와 이메일로 데이트를 즐기는 중이라니, 그 어린 영국 처녀의 애간장이 탈 만하다.

듣기로는 미모와 총명함, 유머 감각을 겸비한 로렌 부시는 얼굴이며 스타일이 윌리엄의 어머니인 고 다이애너 왕세자비와 닮은데다 ‘새 피’가 요구되는 윈저 가문의 혈통을 잇는 데 적임자로 영국 왕실이 후끈 달아올랐다는 소문이 나돈다. 로렌의 할아버지인 조지 부시 전 대통령도 이들의 결합을 노심초사 바라는 모양이다. 양국 로열 패밀리가 사돈지간이 될지를 점치기에는 아직 이르다.

새로 탄생할지도 모르는 세기의 사랑을 조마조마하게 지켜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전쟁의 승리자보다 사랑의 승리자가 더 위대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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