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비스트로스는 ‘슬픈 열대(Tristes Tropiques)’에서 남자는 조각가이고 여자는 화가인 카두베오족(族)을 관찰하고 있다. 남자들은 대개 푸르스름한 유창목으로 인형을 만든다. 여자들은 도자기와 피부 장식만 하는데, 동료나 어린 아이에 이르기까지 얼굴이나 몸에 현란한 무늬를 그려넣는다. 그리고 화장인지 분장인지로 그들만의 문화, 그들만의 꿈을 장식한다고 본 것이다.
나는 분장에 가까운 화장을 하는 현대 여성들을 보면서 레비스트로스의 혜안에 다시금 탄복하게 된다. 우리 전통으로 볼 때 화장은 은은한 색조와 자연스러움이 주류였다. 그 기원은 고구려 시대까지 소급하지만 타고난 용모를 가꾸는 데 그쳤다.
불과 20~30년 전만 해도 짙은 화장은 술집 색시 같다고 손가락질을 당했으며, 예부터 분장 수준의 미용은 야용(冶容)이라 하여 천박히 여겼다. 물론 고려시대에 와서야 야한 화장이 본격 등장했지만, 기생처럼 ‘노는 계집’에 한하는 것이었다.
일부 여성 네티즌들 사이엔 ‘야용’ 뺨치는 화장술이 유행이라 한다. ‘캠발’(모니터 위의 화상 카메라인 캠코더에서 온 말)을 좋게 하기 위해서다. 채팅 때 미모를 한껏 도두뵈려고 덕지덕지 분장하는 것이다. 보나마나 미모가 좀 떨어진다 싶으면 대화방에 들어와 인사하기가 무섭게 빠져나가는 수모를 사전에 막으려는 의도이다.
일상에서도 화장이 번들거리거나 들뜨지 않으면서 맨얼굴처럼 투명하고 보송보송하게 보이려고 외출하기 1시간 반 전부터 갖은 공을 들여 화장을 하기 십상이다. 화장발, 캠발, 조명발을 받쳐 주는 성형발도 무시할 수 없다.
이젠 점심시간에 잠깐 짬을 내서 쌍꺼풀 수술을 마치기도 하며 일흔 넘은 할머니까지 주저없이 얼굴 주름 펴는 수술을 하기에 이르렀다. 여기저기 ‘아름다운 선은 만들어지는 것’이라는 성형수술 광고 천지요, 가히 성형 공화국이다.
이런 지경이니 캠발은 더욱 믿을 게 못 된다. 레비스트로스가 언급한 대로 ‘분장’은 그들 나름의 축복이며 황금시대를 서술하는 상형문자일까? 그렇다면 몸이 화두가 되는 이 시대에 클레오파트라가 살아 있다면 여전히 인기를 누릴 것인지, 캠발은 어떨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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