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or not TV, that is the question.'(TV냐 아니냐, 그것이 문제로다.)
셰익스피어 작 ‘햄릿’의 대사를 패러디한 것인데 저간의 내 심경이기도 하다. 시청자이면서 현명하신 독자들은 비키니가 풀어져 젖가슴이 노출되는 장면이 그대로 방영된 지난해의 충격을 아직 잊지 못한다. 일본 제1위의 무선통신 사업자 NTT도코모는 ‘i모드 서비스’ 개발로 명망이 높다. 그런데 이 서비스에 중장년층까지 몰려드는 이유는 ‘비키니 여성’으로 대변도는 ‘황색’ 콘텐츠 덕이라는 얘기를 들었다. 지하상가 가판대 아주머니는 스포츠지에 박찬호와 비키니걸이 실리지 않으면 안 팔린다고 푸념한다.
그래서 많은 여성들은 준비된 노출을 위해 몸매를 가꾸고 비키니라인의 털을 제거하느라 제모(除毛) 레이저를 쓰는 등 야단들인 걸로 알고 있다. 외신(外信)은 또 비치발리볼 경기가 열리는 시드니가 인산인해라고 전한다. 그야 공식 유니폼인 비키니를 입은 팔등신 미녀들을 안 놓치려는 관중들 때문일 것이다.
처음이나 지금이나 한결같이 비키니는 메가톤급이었다. 종전(終戰)의 흥분이 가시지 않은 1946년, 디자이너 루이 레아르가 만든 전혀 신개념의 수영복이 등장했다. 때는 서태평양 마셜군도의 비키니환초(環礁)에서 히로시마 투하 원폭의 50배인 수폭 실험을 강행해 꼬마 섬 3개가 훌렁 날아갔을 무렵, 레아르는 자신의 작품에 세계의 이목이 집중된 이 작은 섬의 이름을 붙여 대박을 터뜨린 것이다.
요새야 대천이나 춘장대만 가도 눈이 아파 못 볼 지경이지만 당시의, 더구나 비키니 차림의 모델이 백주에 파리 시내를 활보했을 때의 반응은 원폭 이상이었고, 지중해 연안의 열풍은 전세계로 불어닥쳤다. 초등학교 3학년 때 해수욕장에서 투피스 수영복만 보고도 가슴이 벌떡거린 경험을 가진 나는 그 충격의 도를 능히 헤아릴 수 있겠다.
그 죽음의 섬, 비키니섬이 무공해 관광지로 부상하고 있다. 은빛 모래 위로 바다거북이 기어오르고 비취빛 바다가 원래의 색깔을 되찾음으로써 핵에 대한 반어(反語) 컨셉트가 매력 포인트가 됐다. 비키니섬에서 비키니를 입고 수영을 하면 얼마나 환상적인가.
바다의 수온이 24도가 되는 등치선을 ‘비키니 전선’이라 한다. 이때 해수욕을 시작해야 좋다 화장기 없는 얼굴로 바닷물에 홀딱 젖은 해변의 여인―금지와 거부, 경탄과 선망 속에 시작된 비키니의 충격은 세세년년 계속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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