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톰 소여의 모험'을 쓴 마크 트웨인이 생각난다. 그가 지방신문 기자 출신이래서가 아니다. 최초로 타자기로 글을 발표한 이 작가는 "가장 쉬운 일이 금연이었다. 나는 수백 번도 넘게 담배를 끊어봤다"는 역설적인 표현으로 더 유명하다.
금연은 어렵다. 에구, 담배 끊다 스트레스 받느니 차라리 피우고 말지, 하는 심정이 들 정도다. 게다가 금연구역 지정이 늘어날수록 흡연자들도 자꾸 밖으로 내몰린다. 사람이 많은 길거리나 실외에서 담배를 못 피도록 하는 내용의 국민건강증진법 개정안까지 국회에 제출되니 또 골치아프다고 뻑뻑…. 사나흘전 유수의 담배 회사인 필립 모리스가 사내를 금연구역으로 지정한 것도 특이하다.
훔쳐 먹은 사과처럼 몰래 피는 담배맛의 유혹은 장난이 아니다. 실제 경험자가 지금 글을 끄적이고 있다. 대전 어느 중학교에서 학생이 담배를 피면 교무실의 학생부장 책상 앞에 연결된 비상벨이 울리는 기발한 장치를 보고 실소를 머금은 일이 있다. 화장실에 달린 센서가 포인트인데 모 벤처회사가 기증한 시제품이라 한다.
교육부는 올해를 '학생 흡연을 없애는 해'로 정했는가 하면 학교 전체를 절대금연지역으로 선포한 곳도 상당수지만 효과는 미지수다. 내년 전문대 모집 가이드를 보면 헌혈 및 장기 기증자(대전 혜천대), 장남·장녀(전남과학대), 전업주부(진주보건대), 애견대회 입상자(김천대), 대안학교 출신자(대전보건대) 등 다양한 선발 기준이 이채롭다. 금연자(전주 기전여대)를 뽑는 곳도 있다.
KBS가 '드라마 금연선포의 날'로 지정했다. SBS도 드라마 등에서 흡연욕구를 유발하는 장면을 곧 배제키로 했다. 007 영화 시리즈의 최신작에서 제임스 본드가 흡연을 했다고 금연운동 단체의 반발을 산다는 소식도 들려온다. 영화가 워낙 시가의 고향 쿠바를 배경으로 한 것인데도 그렇단다.
마크 트웨인 얘기 할 것도 없다. 이 '경험자'는 금연에 수백 번 실패, 아니 성공해본 '경험'이 있다. 두갑 반을 피다가(글 쓸 때는 줄담배) 근 10년째 금연 중이다. 지금은 냄새조차 맡기 싫으니 완전한 성공이라 봐도 될 것 같다. 예전에 내 담배 연기 때문에 애를 먹은 사람들에게 진심으로 사과드려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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