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단 한번도 누구에게 거짓말을 한 적이 없으며 결코 이 진술은 거짓이 아니다.”(I never told anybody to lie, not a single time, never, this allegations are not false.)
집에서 힐러리에게 쿠키를 만들어 주고 있을 클린턴이 재임 당시 백악관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밝힌 말이었다.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성 스캔들 때문이었는데, ‘트로스터’라는 거짓말탐지 프로그램을 이용해 이 마지막 두 마디의 진위를 가리기로 했다. 컴퓨터와 연결된 전화기에 말을 하는 동안 음성을 분석하고, 모니터 화면에 진실인지 거짓인지 나오는 방식이었다. 결과는 많은 사람들의 기대를 허물고 이 말이 ‘진실’이라는 맥빠진 결과로 나타나 두고두고 구설에 올랐다.
국내에서 거짓말탐지기(폴리그래프)가 법적으로 평가받은 최초의 예는 양조장 술통 속 여고생 변사사건이었다. 스무 명의 용의자를 불러다 검사하던 중에 한 사람의 검사 차트에서만 거짓말 반응이 나왔던 것.
이때 던진 네 가지 질문은 “1978년 4월 8일 새벽 이을녀(18・가명)를 만난 사실이 있는가?”, “이을녀의 옷을 벗겨 술독에 빠뜨린 사실이 있는가?”, “이을녀가 어떻게 2층 실험실에 들어갔는지 알고 있는가?”, “이을녀가 어떻게 죽었는지 알고 있는가?”였다.
피고인의 대답은 각각 다음 네 마디였다. “없습니다.”, “아닙니다.”, “모릅니다.”, “모릅니다.” 실험 결과, 거짓말로 들통나자 범인은 고개를 떨구어 자백하였고 다른 보강증거가 충분하여 그 증거능력을 인정받았다.
사람이 의식적인 거짓말을 하게 되면 심리적으로 흥분・초조・불안・공포・갈등 상태를 불러온다. 거짓말이 탄로나서 처벌받을 것을 겁내며 긴장하는 것이다. 곧 자율신경, 특히 교감신경(交感神經)의 작용에 따라 생리적 변화가 오는데, 이런 미세한 반응을 이용한 것이 거짓말탐지기다.
이번 밸런타인데이에는 연인용 거짓말탐지기가 등장했다. 거짓이 횡행하는 세태라지만 앙증스런 휴대폰처럼 생긴 이 웃기는 물건으로 사랑의 진실을 가려낸다니 애교를 넘어 참담하기까지 하다.
참, 일구이언이 아니라 백언, 천언도 모자랄 정치인용 거짓말탐지기는 언제쯤 나오는 것일까?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