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면에 날달걀은 속이 출렁거려 브레이크 작용을 하므로 웬만해선 잘 돌지 않는다. 달걀이 서는 현상은 무게중심이 위로 올라가는 것으로 중력의 법칙과는 어긋난다. 초등학생들이 즐겨 하는 이 실험의 원리를 발견하기까지 ‘회전달걀의 역설’이니 뭐니 하여 무려 300년 동안 물리학자들과 수학자들은 애를 태웠다는 게 쉬이 믿기지 않는다.
이걸로도 모자라 달걀은 여전히 과학자들의 관심거리다. 뉴턴의 운동법칙,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원리, 이것과 나란히 물리학사상 3대 공헌인 ‘전기와 자기에 관한 수학방정식’을 만든 제임스 맥스웰은 ‘달걀형 곡선을 그리는 방법’에 관한 논문으로 유명하다.
‘콜럼버스의 달걀’ 하면 누구나 안다. 대서양 횡단을 빈정대는 사람에게 콜럼버스는 달걀 한쪽 끝을 깨서 세웠다. 남이 성공을 본 후엔 누가 못할까? 천안의 한국기술교육대학교 제어시스템공학과에서 주최하는 ‘계란을 살려라’는 대회가 관심거리다.
요령은 3층 도서관에서 플라스틱 빨대와 접착용 테이프만을 사용해 날계란을 바닥에 떨어뜨려야 한다. 물론 깨지면 안 된다. 장학금도 내걸렸다.
비슷한 대회는 SBS ‘카이스트’팀 주최로도 열렸다. 달걀을 6층 높이에서 가장 빨리 안전하게 떨어뜨리는 경기였는데 1등은 밥알을 가득 채운 컵 속에 달걀을 집어넣고 테이프로 붙여 떨어뜨린 학생이 차지했다. 두 경우 모두 단순한 게임이기보다 역학 이론의 경연장에 가깝다고 할 것이다.
달걀은 중세봉건적 사고방식과 세계관에 일대 변혁을 가져왔다. 달걀은 깨뜨려서라도 똑바로 세워야 한다는 경험적 진리가 근대 서구 가치관의 중심 원리로 기능한 것은 우연이 아니다.
콜럼버스가 가르쳐 준 것은 따로 있다. 발상의 쇄신이다. 독창성, 창의성이 없으면 성공하지 못한다는 평범한 진리다. 사소한 관점 바꾸기에서 출발하는, 별것도 아닌 것처럼 보이는 것들의 별스러움을 깨달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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