즉, 잘못될 가능성이 있는 것은 잘못된다는 것. 누군가는 꼭 재앙을 초래하는 방법을 쓴다는 것. 뒤에 확률, 조합, 고체역학 등을 뭉뚱그려 잘못될 가능성을 연구해 ‘천지만물은 우리에게 적대적’이라는 결론을 도출했다.
바쁜 아침 식탁에서 샌드위치를 떨어뜨리면 꼭 버터 바른 쪽이 바닥이다. 실제로 허리께에서 낙하하면 1.5바퀴를 돌아 바닥에 닿는다. 중력 탓이다. 계산대는 늘 내 줄만 느리다. 헐렁하게 걸친 날 동창생 만나고, 세차하자 비가 오고 눈까지 왔다. 마음먹고 백화점에 들르면 벼르던 물건이 하필 세일 제외 품목에 들어 있지 않나…….
‘나는 길들여지지 않는 여자가 좋다(원제 I'm wild again)’로 번역된 헬렌 브라운의 신간이 있다. 저자는 책 251쪽에서 ‘헬렌의 법칙’을 소개한다.
그 내용은 전혀 새로울 것이 없다. 약속에 늦게 출발할수록 교통은 얽힌다, 다이어트 2주째에 감자칩 한 조각도 거저 안 내놓던 레스토랑에서 래스베리 소스에 적신 초콜릿 바나나 크림 파이를 내놓는다, 극장에서 복판에 앉을수록 화장실 가고 싶은 욕구는 자주 생긴다 등 머피의 법칙의 아류에 가깝다.
우리가 잊고 사는 ‘피터의 원리’가 있다. 첫째, 모든 사람들은 무능력 수준에 도달할 때까지 승진하려 한다. 둘째, 시간이 지남에 따라 모든 부서는 무능한 사원들로 채워진다. 셋째, 아직 무능력의 수준에 도달하지 못한 사람들에 의해 일은 마감된다. 내가 몸담은 직장은 어떠한가. 족집게처럼 딱 맞지는 않은가.
세상살이든 바둑판이든 ‘장고(長考) 끝에 악수(惡手)’가 많다. 골프도 너무 사려깊으면 ‘어려운 샷’이 ‘불가능한 샷’으로 바뀐다. 동창생은 말쑥하게 차려 입고 나갈 때도 만났고, 길거리에 택시가 없을 때도 종종 있다. 왜 내 줄이 빠른 일은 잊고 사는가. 찾는 물건이 마지막 서랍에서 나오는 이유는 찾게 되면 더 이상 다른 서랍은 안 열어보니 그렇고, 처제는 내가 미혼일 때도 지금처럼 예뻤다.
무엇이든 꼬이며 재수 없는 일(머피 혹은 헬렌)보다 가급적 재수 있는 일(샐리)을 기억하고 살면 좋겠다. 나나 독자 여러분이나 머피의 법칙 따위엔 휘둘리지 말았으면 하는 소망을 갖고 글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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