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정리하자면 세상은 학교요, 인생은 시험이고, 인간은 시험 치는 학생이다. 크고 작은 부정을 저지르는 상동성(相同性)도 닮았다. 부정은 교도소 담벽 밖에 오히려 많고, 상아탑으로 지칭되는 대학의 책상 위의 깨알 같은 흔적들을 없애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할 것이다.
부정행위를 뜻하는 커닝을 미국 본토에서는 치팅(cheating)이라 한다. S대생의 30%가 커닝 경험이 있다는 자체 설문조사 결과가 나왔다. 일명 ‘족보(族譜)’라는 모범 답안지를 베끼는 집단 커닝으로 물의를 빚은 것도 이 학교다. 지방의 J대에서 커닝 학생 명단을 홈페이지에 올린 것도 이런 고심의 일단이다.
우리나라는 대통령이 외국 손님에게 자랑했을만치 오랜 시험의 전통이 있다. 그만큼 커닝의 내력도 깊은데 사서삼경으로 똘똘 뭉친 옛날 성균관 유생들도 할 짓은 다 했다.
가령 책이나 쪽지를 과거시험장으로 갖고 들어가는 협서(狹書)는 커닝 페이퍼에 해당한다. 이를 넉넉한 두루마기나 붓, 콧구멍 안에까지 숨겨 몰래 꺼내 참조했다. 신원 확인이 힘들어 대리시험인 차시(次試)를 치르기도 용이했을 터다. 과장(科場) 근처에는 과거시험 예상문제집인 초집(抄集)이 나돌았다. 그 수법들도 어째 전혀 낯설지 않다.
성균관 사성 이형하가 지적한 과거 시험의 여덟 폐단에는 커닝의 원형이 고스란히 다 들어 있다. 남의 글을 빌려 쓰는 일, 책을 시험장에 가지고 들어가는 일, 시험장에 아무나 들어가는 일, 시험지를 바꿔 내는 일, 밖에서 써 내는 일, 시험문제를 미리 알게 하는 일, (감독하는) 이졸(吏卒)이 바꾸어 다니는 일, 시권(詩卷:시험지)을 농간하는 일 등.
예나제나 시험 역시 인류의 위대한 '발명품' 축에 든다. 그러나 장담하건대 환산된 점수가 영구히 남아 졸업 후에도 영향력을 끼치는 기록이 되는 한, 커닝은 영원하다. 이번 수능 시험생들은 어땠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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