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 주위에 동그랗게 둘러앉은 네 명의 남자 아이들이 틀림없다는 눈으로 나를 바라본다.
“왜?”
“고래 잡으러 가거든요.”
“고래?”
전경린 소설 ‘염소를 모는 여자’ 중 ‘고래는 왜 바다로 갔을까’의 일부분이다. 내가 이 책을 다시 읽게 된 데는 이유가 있다. 누가 ‘첫사랑’이라는 책을 선물했는데 그 안에 ‘염소를 모는 여자’가 들어 있었다. 전에 ‘염소를 모는 여자’란 단행본에서 읽었다. 그에 앞서 동인문학상 수상작품집에서도 읽었다. 이 책을 처음 읽은 건 그 훨씬 전인데 문학지에 처음 실렸을 때다.
하여튼 ‘고래를 잡는다’는 말은 포경수술의 은유적 표현으로 아이들에게까지 불어닥친 포경수술 열풍을 표현한 대목이다. 왜 이리 극성일까? 유태인이나 이슬람권처럼 종교적인 이유도 아니고 왜 그럴까?
한국 남성 전체의 포경수술률은 60%, 고등학생은 95%에 이른다. 일본은 고작 1~2%이고 미국, 캐나다, 필리핀만이 이례적으로 많을 뿐이다. 영국의 비뇨기과 전문지는 특집호에서 “한국이 다른 나라와는 매우 다른 특이한 현상을 보이고 있다”며 호들갑을 떨만도 하다.
한편, 서울대 김부식 교수는 ‘우멍거지 이야기’를 출간했다. 우멍거지는 포경(包莖)을 뜻하는 순우리말. 포경수술을 인권 침해 차원에서 다룬 김 교수의 일관된 주장은 “자연 그대로가 좋다.” 그는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운동을 벌인 공적이 인정돼 국제인권상을 받았다. 성심리학자 홍성묵 교수 역시 수술 반대론을 책으로 묶어 펴냈다.
수술 반대론엔 이런 것도 있다. 남성 성기 귀두를 감싸고 있는 포피가 일단 유사시(?) 글라이딩 이펙트(미끄럼 효과)를 얻는 중요 기관이라는 거다. 히딩크 감독, 소크라테스, 박정희 전 대통령도 포경수술을 하지 않았다.
포경수술을 받아야할지 어떨지, 시사 토론을 멈추고라도 사회적 공론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조폭영화 ‘두사부일체’에서는 학교 재단에서 운영하는 비뇨기과의 영업실적이 안 좋자 회장이 전교생에게 포경수술을 받으라고 명령하기도 한다.
대~한민국 남자라면 누구나 느낄 법한 ‘진짜남자 콤플렉스’.
‘염소를 모는 여자’에는 이런 대화로 이어진다.
“겁나지 않니?”
“겁나요. 그래도 남자로 되어야 되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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