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미국 산타페 세계민속박물관에는 비키니를 입은 성모 마리아가 내걸리기도 했다. 망하기 전의 탈레반이라면 사정없이 로켓포라도 쏘아댔을 일이다.
북한산 도선사에서는 무려 반년간이나 상설 산사음악회가 열렸다. 마음의 설법자, 마음이 우주와 나와 모든 것을 주관한다던 청담 스님을 기리는 행사였다. 금생의 성불을 미룰지라도 중생을 다 건져놓고 말겠다며 불교계 정화에 앞장섰던 스님이다.
일전에 도선사에서 열린 청담 스님 탄생 100주년 행사에 김수환 추기경이 참석해 축사를 했다. 추기경은 도올이 한참 드날릴 때 그의 강의에도 기꺼이 출연해 가톨릭다운 ‘충서’를 환기시켰다. 가톨릭의 또 다른 사전적 뜻은 ‘보편적인, 포용적인, 관대한……’.
결코 특정 종교나 종파를 두둔하고자 함이 아니다. 훼절되지 않는 화해와 관용의 정신 때문이다. 구부정한 노구를 끌고 타종교와 화해를 시도하는 교황, 서로 편지를 주고받는 이해인 수녀와 법정 스님, 원불교 등과 종교간 대화를 주도하는 목사의 모습에서도 신선한 감명을 받는다.
파격(破格)은 이에 그치지 않는다. 지상 최상의 젖가슴이라는 모델 클라우디아 시퍼가 이브로 등장하는 패션잡지 같은 성경이 나온다는 판이다.
만약에 말이다. 어느 정도 선만 지켜진다면, 그리하여 젊은이들의 취향에 맞춰 벽장 속의 성경을 식탁 위로 끌어내리기만 한다면 그다지 나쁘지 않은 방법이라고 본다. 댄스그룹 god의 ‘어머님께’, 패닉의 ‘왼손잡이’ 등 대중가요가 중1 부교재에 실린 허용적 자세도 환영한다.
얼마간의 파격을 감싸는 허용적 자세가 공자님의 인이고 하나님(하느님)의 사랑이고 부처님의 자비일 것이다. 지역 갈등, 여야 관계, 남북 문제, 사회 전반에 걸친 총체성의 위기를 푸는데 이런 보편 정신을 해법으로 삼으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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