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라면을 한 마디로 말하면 해질 무렵 하늘에 울려 퍼지는 나팔 소리 같은 맛이군요. 다음호 라면 칼럼에 쓸 가게를 정했습니다.”
아빠들이 어렸을 때 그랬듯, 라면은 우리 아이들에게도 특식과 별식의 자리를 내주지 않고 있다. 한 해에 국민 1인당 84개의 라면을 먹는다는 통계가 있다. 전체 소비 물량을 차곡차곡 쌓으면 에베레스트 산 높이의 엄청난 양이 된다.
과연 세계 제일의 소비국답게 우리의 라면 맛은 정평이 나 있다. 해외 여행을 가더라도 라면은 고추장과 함께 필수품으로 자리잡았다. 서울올림픽 때 아무데서나 즐겨 먹는 용기면을 외국인들은 무척 신기해했는데, 이후 주문 물량이 쇄도했다는 뒷얘기가 들린다. 타스 통신 기자가 입맛의 내셔널리즘(민족주의)이라고 썼을 만큼 외국에 가서도 그 나라 고유의 음식보다는 구태여 라면을 찾는 우리와는 사뭇 다르다.
한때 국내 특정 상품을 본뜬 라면이 일부 국가에서 유통되기도 했다. 유사품에는 한자로 신랄(辛辣), 한글로 포채면이라 되어 포장의 글씨체나 디자인이 얼핏 보기에 비슷했다. 모조품의 나라로 찍혔던 우리의 지나간 한 시절에 비하면 격세지감마저 든다.
라면의 시작은 한국이 아니다. 1958년 일본인 안도 시로후쿠가 술집의 튀김요리에서 착안했는데 이듬해 치킨라면 출시와 함께 본격 등장했다. 초기에는 수프가 별도로 없고 면에다 직접 양념을 뿌린 아지스케면(味附麵)이었다.
방콕에서는 제3세계 라면정상회담이라는 진기한 회담이 열렸다. 이 자리에서 국제라면제조협회 모모후쿠 회장은 라면을 햄버거나 스파게티처럼 전세계의 일상음식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언급했다. 식량난, 기아 문제를 제2의 쌀인 라면으로 해결하자는 목소리도 나왔다.
지난 60, 70년대 배고픔을 달래던 음식임을 상기할 때 우리로서는 충분히 수긍이 가고도 남는다. 실현만 된다면 국수문화권 또는 젓가락문화권이라 할 수 있는 동양삼국인 한국, 일본, 중국과 인도네시아 등 주요 소비국에서 주도적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머잖아 근대화 과정에서 애환을 같이한 40년 노하우를 세계인의 배고픔을 달래주기 위해 활용할 때가 올 것 같다. 그때, 눈물 없인 먹을 수 없던 우리의 라면철학과 라면문화까지 전수할 수 있어야 한다. 물론 아직도 끼니를 거르는 국내 일부 극빈층이나 결식아동도 외면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갑자기 라면이 먹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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