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에게 가장 호감이 가는 얼굴을 찾으라고 했을 때의 최다득표는 가장 여러 사람의 얼굴을 뒤범벅한 합성사진이 차지한다. 만약 당신이 초면인데도 어디선가 본 듯하다는 말을 자주 듣는 편이라면 그만큼 친근감 있는 얼굴이라고 자족해도 좋다. 이를 '평균 가설'이라고도 하는데 미남 미녀는 아니라도 동네 아저씨나 아줌마, 이웃집 처녀나 총각 같은 편한 얼굴을 선호하는 것이다. 반면에 당신이 수려한 미인이라면 특정 부위를 강조하면 더 예쁘게 보인다는 '특정 가설'에 귀기울이면 된다.
대체로 외국인들의 우리 얼굴에 대한 인상은 무뚝뚝하다, 평면적이다, 생기다 말았다(미국인 친구의 말) 등이다. 지금 식탁 앞이 아니라면 자신의 머리를 넌즈시 만져보시라. 정수리 끝 부분이 솟아오른 고구마형이면 한국인의 7할을 차지하는 북방계, 네모 각지고 편편해 땅콩형에 가깝다면 남방계다. 쉽게 우리 대통령들을 예로 들면 이승만 김영삼은 북방계형, 박정희 전두환은 남방계형, 노태우 김대중은 절충형이라 할 수 있다.
그렇지만 먼 미래에는 큰 코와 쌍꺼풀진 눈, 갸름한 뺨의 역삼각형 얼굴로 변모할지 모른다. 작은 눈, 큰 턱, 튀어나온 광대뼈가 토종이라는 기존 관념이 확 바뀌는 것이다.
현재의 서른 살 이후 세대부터 턱이 현저히 좁아진다는 표본적 실측 자료도 있다. 인스턴트식품 섭취로 턱의 '조깅' 횟수가 줄거나 환경 요인도 작용하겠지만, 한국인의 얼굴을 정밀 분석하면 일본인의 변화 추이를 뒤쫓는다는 것도 흥미롭다. 서양인과 닮은 남방계가 우세를 보이면서 체형이 하체가 긴 '롱다리형'으로 변화하는 것도 이채롭다. 아주 조심스럽게 결론을 내리자면 인류의 얼굴은 같은 방향을 지향하며 서서히 진화하는 것이다.
자, 우리 코가 커지고 100년 뒤에는 턱길이가 현재의 86퍼센트로 감소한다는 전망치도 나왔다. 뒷모습만으론 서양인과 얼른 구별이 안 될 날이 도래할 수도 있다.
당장 이 가설을 확인할 도리는 없다. 대신 100년 뒤의 후손들(사랑하는 후손들이여!)이 이 글을 읽게 되거든 부디 조상들의 얼굴과, 특히 전도연의 얼굴과 그대들의 얼굴을 비교해 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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