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라대왕으로부터 퇴짜를 맞고 저승을 맴돌던 사나이가 퇴계 이황을 만났는데 삐쩍 말라서 길바닥에 누워 있었다. 어찌된 영문이냐고 물었더니 다 죽어가는 목소리로 '글쎄, 자손 놈들이 일은 안 하고 그저 나만 뜯어 먹고 있으니 아무리 영양을 섭취해도 도무지 배겨낼 도리가 있어야지' 하고 하소연을 했다.
그렇다면 반상(班常)의 차별이 사라진 우리 사회는 어떠한가. 주권은 없고 통치권만 모로 가려 하고 그 기층은 양반 콤플렉스에 휩싸여 있다. 갓 고쳐 쓰고, 은장죽 빼어 물고, 안 먹어도 긴 트림 해야 하고, 죽어도 문자를 쓰며 폼 잡는 양반들.
지도자라면 문자 속이 밝아야 하고 정치적 상징 조작에 능해야 한다. 주류와 비주류 논쟁을 가열시킨 이른바 '메인 스트림'론도 그렇다. 뒤이어 다른 인사가 고향을 찾아 경쟁적으로 제기한 '뉴 스트림'론은 또 무슨 물줄기인가. 주류 대 비주류, 신주류와 구주류…….
이미 신물날 대로 난 국민에게 그것을 강요하는 것은 정치의 계절이 다가오고 있다는 얘기일 것이다. 나라 발전을 위해 양식 있는 지사, 학식 있는 재사들이 합치자는 취지보다는 선거도 가까웠으니 A도가 뭉치고 B당이 대동단결하자는, 수상쩍은 소리인 것이다. 메인 스트림은 주류(主流)나 본류(本流)로 풀이되지만, 만에 하나 기득권 세력( 주류)과 사회적 약자( 비주류)를 포장하는 이분법으로 잘못 쓰일 수도 있음을 경계해야 한다.
현대사회에서 지식인은 소수 상류층을 견제하면서 다수 하류층의 수범이 되는 지난날의 양반과 귀족 노릇을 할 수도 있겠지만, 제아무리 번드레한 통합론 연합론도 정략에 흐르면 구성원간 불화만 야기시킨다는 의심을 벗지 못한다.
더군다나 미래에 그것은 절대로 새로운 패러다임이 될 수 없다. 지역, 계층, 노사를 끝없이 갈등에 빠뜨려 줄세우기나 편가르기에나 내몬다면, 그 하나만으로도 사회통합에 힘써야 할 대통령 감으론 0점이다. 합리적인 메인 스트림의 지향점은 잘났거나 못났거나 전체 국민이어야 한다.
그 어떤 물줄기라도 '우리'로서의 동질감을 묽게 하고, "그런 따위들"이라고 거부 배척 의심하며 떠돌게 하는 네거티브 준거(準據)로 작용해서는 안 될 것이다. 이런 차원에서라도 아직도 온존하는 양반론은 경계해야 마땅하고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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