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 보면 땅 위의 사람들은 고작 몇백만 년을 살고 깝신거리는 것이다. DNA를 사람만의 전유물로 착각하는데, 존재하는 모든 것들은 동물이든 식물이든 이것에 의해 생명을 이어간다.
오늘 아침 사람 값을 생각해본다. 효녀 심청은 공양미 삼백 석에 팔렸다. 시저가 해적에게 잡혔을 때 인질금으로 황소 한 마리 값인 50달란트를 냈고 스코틀랜드의 한 판결에 나타난 아내 값은 420달러였다. 미국에서는 우주인 한 사람을 안전하게 구조하기 위해 수십억 달러의 예산을 쓰기도 한다.
닭은 단지 사람이 먹는 식품인가 생명체인가. 날개 없는 닭이 나온다면 닭이라 할 수 있는가. 과연 복제인간도 신성한 인간일 것인가. 복제인간 아기가 올해 안에 태어날 것이라는 발표에 품어본 의문들이다.
이탈리아 산부인과 의사의 예고에 이어 미국의 종교집단 라엘리언의 비밀조직 클로네이드가 "임신된 복제태아 5명 가운데 하나가 태어날 것"이라고 밝혀 과학계가 술렁이고 있다. 라엘리언은 모든 지구 생명체는 비행접시를 탄 외계인이 만들었으며 인류는 복제를 통해 탄생했다고 주장하는 종교단체다.
이들의 눈엔 사람 자체가 참으로 경탄할 만한 존재가 아닐 것이다. 사람 유전자 수가 내장산의 애기장대와 엇비슷하고 하찮은 애벌레나 과실파리의 겨우 두 배로 벌레와 다를 바 없다는 데 안도하고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어차피 생로병사의 비밀을 엿본 인류지만 할 수 없는 일도 있고 해서는 도저히 안 되는 일도 많다. 사람이 사람됨은 유전자 수 때문만은 아닌 것은, 식물이 식물임은 씨알 때문이 아니요, 짐승이 짐승인 것은 가죽 때문이 아니라 그 본성 때문인 것과 같다.
만약 노벨이 발명한 다이너마이트도 그 뛰어난 성능에만 관심을 가졌다면 벌써 오래 전에 지구는 쑥대밭이 됐을 것이다. 그처럼 어쩔 수 없이 판도라의 상자가 열렸으니 흥분을 가라앉히고 살갑게 쓸 궁리나 하자고 헛기침하기엔 왠지 석연찮다.
현재의 생명공학 기술은 인간 복제가 가능한 수준에 이르렀다. 지난 96년 복제양 돌리 이후 쥐, 소, 염소, 돼지에 이어 올해는 고양이 복제에 성공했다. 그 당연한 수순처럼 이달과 다음달 차례로 복제인간이 태어날 것인가. 그래서 어쩌자는 것인가. 죽음이 있기 때문에 삶이 더욱 아름다운 것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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