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이 드라마의 공헌이라면 역사의 대중화였다. 부작용도 많았다. 무릇 사극들이 대개 그러하듯 권모술수만을 정치의 전부로 오해하고 처세의 발판으로 여긴다든지, 조선사를 여인네들의 안방사로 착각하도록 한 것은 대표적인 해악이었다.
지금 이 이야기를 꺼낸 데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하나는, 이 드라마가 미국으로 팔려가 현지인들로부터 반응이 좋다고 해서다. '드래곤 티어즈'라는 제목으로 아이오와 주 방송에서 매주 일요일 밤 내보내는데 다른 공중파와 케이블 방송들을 제치고 시청률 2위를 기록했고 이러한 인기에 힘입어 곧 애리조나 주에서 방영되리라 한다.
어쨌든 우리의 독립 프로그램이 미국 주류사회의 관심을 끈다는 것 자체는 쌍수를 들고 환영할 일이다. 외화도 벌고 우리 문화도 알리고 일거양득일 테니까.
문제는 미국이 아닌 한국인데, 이것이 이 얘기를 꺼낸 두 번째 이유이기도 하다. 다름아니라 한반도의 하늘에 먹장구름만 가득하지 않나 해서다. '용이 기운을 토하여 구름을 이루니 용의 신령함은 구름이 그렇게 만든 것이 아니다. 그러나 용이 구름을 타지 않으면 신묘하게 할 수 없으되, 그 의탁한 바는 스스로 하는 것이다.'
한유의 말을 줄여본 것인데, 얘기가 쉬운 듯하면서도 조금 어렵다. 현명한 임금이 있기에 어진 신하들이 있고, 어진 신하들이 있기에 임금은 더욱 현명해질 수 있다는 말로 이해하면 될 것 같다.
비록 전설상의 동물이지만 구름 속에서 몸을 감추기도 하고 드러내기도 하는 용의 모습은 상상만으로도 신비롭다. 그래서 용은 제왕에 비유되었으며, 시방도 대통령 등 최고의 권력을 상징한다. 옛날 절대권력자인 왕은 5개, 왕세자는 4개, 왕세손은 3개의 용의 발톱이 수놓아진 곤룡포를 입었다.
모두들, 킹이다 킹메이커다 해서 용포를 입는 꿈만 꾼 나머지 흉한 발톱만 드러내는 것은 아닌지. 상서로운 구름이 아닌 토룡(지렁이)들의 가느다란 흙탕물 자국만 보이는 것은 보는 사람의 마음이 혼탁해서일까, 아직 우리가 왕도정치 수준에서 한 발짝도 앞서나가지 못했다는 증거일까?
전설에 따르면 용은 춘분에 하늘로 올라가고 추분에 물에 잠긴다 한다. 그러고 보니 이 글을 쓴 날이 춘분이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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