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7일 향토예비군의 날] 시급 2천원의 예비군을 아십니까?
2023-04-06 17:28
|
예비군 훈련 보상금 지급 통장 내역. 독자 제공. |
#1. 1인 프랜차이즈 카페를 운영하는 A씨는 최근 예비군 소집 통지서를 보고 한숨을 내쉬었다. 동원훈련 기간 운영 중인 카페를 닫아야 했기 때문이다. A씨는 "매번 방문하는 단골이 3일 내내 문이 닫혀있는 매장을 보고 다른 곳으로 발길을 돌리면 어쩌나 훈련 내내 조마조마한 마음이다"며 "유통기한이 소진된 유제품과 제과류도 전부 폐기 처분해야 한다. 파트타임 직원을 고용하려 했지만, 숙련도 부족과 서비스가 걱정 돼 선뜻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고 하소연했다. A씨가 사흘간 매장을 비우며 발생하는 손실 금액은 150만 원 정도다. 그러나 A씨는 훈련 명목으로 통장에 입금된 액수는 8만 2000원이 전부였다.
#2. 음성에 사는 B씨는 올해 3월 괴산에 있는 청안예비군훈련장에서 동원 미지정자 예비군 훈련을 받고 훈련 보상금으로 1만600원을 받았다. 중식비 7000원이 제외된 금액이다. B씨는 "회사에 공가를 내고 자차로 발생한 유류비만 8000원이 넘는데 훈련에 들어간 시간과 비용을 생각하면 너무 적은 액수"라며 "지난 작계 훈련 소집 때는 이마저도 받지 못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보상금이 터무니없이 적다"고 토로했다.
예비군 훈련수당이 턱없이 낮아 예비역들의 불만과 인상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최근 정부가 동원훈련 보상비와 일반훈련 실비 인상안 등을 발표했지만 인상수준이 미미해 지급액 현실화가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6일 '예비군 교육훈련 훈령'에 따르면 군 복무를 마친 남성들은 병장 만기 전역 후 연차에 따라 128~160시간의 동원 또는 지역 예비군 훈련을 받게 되어 있다. 동원 예비군 훈련은 2박 3일간 진행하는데 이들에게 지급되는 훈련 보상금은 교통비·중식비를 포함해 8만2000원이다. 지역예비군 훈련의 경우 통상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점심시간 1시간 제외) 진행하고 일반훈련 실비로 중식비 8000원, 교통비 8000원을 예비군들에 지급한다.
|
지역예비군 훈련시간 및 입소·퇴소 내용이 담긴 표. 법제처 캡처. |
다른 나라의 사례는 어떨까? 한 매체의 2018년 보도에 따르면 미국 예비군 훈련수당은 현역에 준하는 수준으로 병사 기준 하루 16만 원을 지급한다. 성별 구분 없이 의무 복무제를 채택하고 있는 이스라엘은 38~44세까지 예비군으로 편성되는데 하루 8만~14만 원의 훈련비를 주고 기본급·특별급·세금 공제 등 혜택을 받는다. 이에 더해 훈련 기간에 따라 10~37일까지 40만5000원~162만 2000원의 보조금을 받는다.
독일의 경우 '부대예비군'과 '지역예비군'으로 나뉘는데 1년에 최대 30일을 훈련하고 현역에 준하는 봉급을 비롯해 동원 기간 생업을 못해 수입이 줄면 100%를 보상해주는 시스템을 갖췄다. 대만은 연간 예비군 기간이 평균 일주일 정도인데 일당 개념으로 훈련비를 주고 2일 이상 복무 시 해당 계급에 준하는 수당이 발생한다.
|
1968년 4월 1일 대전공설운동장 향토예비군 창설식. 국방부 제공 |
우리나라는 2023년 국군 병장의 월급이 역대 최초로 세자릿수인 100만 원을 돌파했지만, 예비군 훈련 보상금은 그에 비해 소폭 상승에 그쳐 인상률에 차이를 보이고 있다.
국방부는 2020년 8월 '2021-2025 국방중기계획'을 발표하면서 "상비 병력 감축에 따른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동원 위주 부대 전투장구류 보강과 동원훈련보상금을 인상(병장 봉급 수준)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2022년 12월 국방부가 발표한 '2023-2027 국방중기계획'에서 향후 국방비를 5년간 331조 4000억을 투입하고 이 중 2025년까지 병사 봉급을 150만 원(병장 기준)으로 인상하겠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하지만 예비군 보상금과 관련된 내용은 없었다. 올해 1월 들어 동원훈련 보상비를 전년 6만2000원에서 8만2000원으로, 일반훈련 실비(교통비·중식비)는 1만5000원에서 1만6000원으로 인상한다는 정부의 발표만 있었다.
정부의 발표대로라면 일반훈련 8시간에 대한 보상비 1만6000원은 시급으로 환산 시 2000원에 불과하다. 이는 현재 최저시급인 9620원에도 턱없이 못 미치는 수준이다.
|
예비군 훈련 보상금 인상 건의 민원 캡처본. 독자제공 |
누리꾼 C씨는 "한반도가 분단국가로 국방이 중요하다고 말하면서도 정작 예비군의 대우나 보상이 너무 미흡해 국민신문고에 왜 돈을 적게 주는지 올해 3월 국방부에 문의해봤다"며 "이에 대해 국방부 측에서 '예비군법' 및 동법 시행령에 따라 예산의 범위에서 훈련비를 지급하고 있으며, 훈련비의 현실화를 위한 연차적 증액을 위해 적극 노력하고 있다. 다만, 예산은 계획부터 편성까지 관계부처 협의와 국회 동의 등 많은 절차와 심의를 거쳐 운영되는 것이므로 단시간에 예산을 확보하여 훈련비를 인상하기는 어렵다는 점을 양해해 달라는 답변을 받았다"고 말했다.
윤주원 기자 sob2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