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E-PORT:친환경보고서] 거리 위 담배꽁초 직접 주워보니

[REE-PORT:친환경보고서] 거리 위 담배꽁초 직접 주워보니

2021-08-20 09:47

컷-친환경





전 세계적으로 확산 된 'FillTheBottle' 캠페인
시작한 지 30분도 안됐는데 페트병 가득 차


중도일보는 기자가 직접 일상생활에서 환경보호를 위한 다양한 방법을 체험해보고, 독자들과 그 방법과 공유하는 'REE-PORT:친환경 보고서'를 기획연재합니다. REE-PORT는 Recycle(재활용), Eco-friendly(친환경)과 체험을 뜻하는 Experience의 앞글자를 딴 REE, 보고서를 뜻하는 Report를 합친 말입니다. 지속가능한 사회를 위한 작은 걸음을 시작한다는 의미도 갖고 있습니다. 이번에 기자가 도전한 친환경 체험은 '제로웨이스트(zero-waste)'입니다. 기자의 체험기는 동영상으로도 함께 볼 수 있습니다.<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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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단에서 발견 된 담배꽁초들. 김지윤기자



'#FillTheBottle'. 직역하면 '병을 채우다' 다.
무엇을 병에 채울까? 바로 길거리에 아무렇게나 버려지는 담배꽁초를 줍는 환경 운동이다. 지난 2019년 프랑스 파리의 한 소녀가 길에 무심코 버려진 담배꽁초들을 해결할 방법을 찾다가 시작한 생활속 실천운동이다. 이후 해시태그를 통해 사람들에게 전파돼 수 천 여명의 사람들이 참여하고 있다. 방법은 어렵지 않다. 빈 병을 들고 다니며 바닥에 버려진 담배꽁초들을 넣어주기만 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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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험 10분 후 절반 가량 채워진 페트병./김지윤기자
▲ '오전 10시 43분'= 회사를 나와 근처 아파트에 들어서니, 화단 곳곳에 담배꽁초들이 널려 있었다. 꽃과 나무가 심어진 공간에 널브러진 담배꽁초들을 보니 저절로 인상이 찌푸려졌다. 심지어는 케이크 위에 꽂는 촛불 마냥 담배꽁초를 꽂아 놓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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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화가 곳곳에서 발견한 담배꽁초들. 김지윤기자
눈에 보이는 것부터 풀 사이 사이에 숨어있는 담배꽁초들을 한 곳에 모아 페트병에 넣으니 벌써 절반 가량이 채워졌다. 시작한 지 10분도 안된 시간이었다. 페트병을 챙기기 전 점심 시간 전에 다 채우지 못하면 어쩌나 하는 걱정은 기우에 불과했다. 오히려 더 큰 용량으로 가져왔어야 했나 하는 후회를 했다.

화단에 서서 집게를 가지고 담배꽁초를 줍고 있으니 지나가던 아주머니들은 나를 신기하게 쳐다보며 "아가씨 뭐해?" 라고 질문을 던졌다. 담배 꽁초를 줍고 있다고 하며 들고 있는 페트병을 보여드리니 "거기에 담배꽁초가 그렇게 많았어?"라며 머쓱한 반응을 보이며 유유히 자리를 떠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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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거리에서 모은 담배꽁초들. 김지윤기자
▲오전 11시 40분=아파트 입구를 나와 음식점이 몰려 있는 번화가로 나오니 한숨이 절로 나왔다. 입구에서 단 세 발자국만 나왔는데 셀 수도 없이 많은 담배꽁초들이 나를 반겼다. 어딜 가나 마찬가지였다. 식당 입구는 전날 밤 손님들이 남기고 간 담배꽁초 밭이었다. 아직 문을 열기 전도 이렇게 많은 꽁초들이 있는데, 영업을 시작한 뒤 저녁 시간이 되면 어느 정도일지 상상이 되지 않았다. 하나씩 집다 보니 더 이상 셀 수도 없었고, 내가 챙겨 온 페트병으로는 어림도 없었다. 퀴퀴한 냄새는 내 코를 자극해 헛구역질까지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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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연구역 팻말 아래에서 발견한 담배꽁초들. 김지윤기자
심지어는 금연 구역이라는 안내문이 무색하게 그 아래에도 수 많은 꽁초들이 있었다. 길거리를 청소하고 계시던 청소미화원은 "매일 쓸어도 수 많은 담배꽁초로 청소 해도 티가 나질 않는다"며 한숨을 쉬기도 했다. 30분 정도 지났을까 미리 챙겨 온 페트병은 꽉 차 더 이상 진행 할 수가 없었다. 체험이 끝나고 담배꽁초가 가득 찬 병을 보니 우리 사회가 얼마나 많은 담배꽁초들로 더럽혀 지는지 피부에 와닿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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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험 30분 후 담배꽁초로 가득 찬 페트평. 김지윤기자

환경부에 따르면 지난 해 5월 전국을 대상으로 진행했던 생활 쓰레기 조사에서 전체 쓰레기 중 담배꽁초가 54%를 차지했다. 해양 오염을 일으키는 해양쓰레기 중 절반이 담배꽁초가 차지하고, 심지어는 무단으로 버려진 담배꽁초들이 하수구를 막아 장마철엔 빗물 역류 현상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이 같은 문제로 각 지역에서는 담배꽁초 무단투기를 막기 위해 혈연이지만, 수 만개의 담배꽁초들을 처리 하기엔 아직 부족하다. 금연 구역에서 흡연을 할 시 적발되는 경우도 사실상 미미한 수준이다. 사실상 지자체에서 문제 해결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하는 것도 맞지만, 담배를 '제대로' 버리는 성숙한 시민 의식을 보여줘야 할 때다.


김지윤 기자 wldbs1206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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