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수도권·비수도권 간 발전 격차와 정책 방향' 보고서는 수도권 집중 현상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국토의 12%를 차지하는 수도권에 총인구 50.3%, 청년 인구 55.0%, 일자리 50.5%, 1000대 기업 86.9%가 집중돼 있다. 수도권의 1인당 지역내총생산(GRDP)은 3710만 원으로 비수도권보다 300만 원 많고, 단위면적당 주택 매매 가격은 비수도권 대비 3배 이상 높았다. 수도권이 사람과 돈, 일자리를 빨아들이고 있는 구조다. 특히 1000대 기업의 90%가량이 몰려 있는 것은 심각한 불균형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2000년대 초반에는 비수도권이 수도권보다 총인구수와 GRDP를 앞섰다. 하지만, 매년 격차가 줄어 2010년대 중반 이후 역전 현상이 벌어졌다. 지역 생산수준 차이는 인구 유출의 큰 원인으로 꼽힌다. 수도권에 일자리가 몰리면서 인구 편중 현상이 발생한 것이다.
정부는 2004년 지역 간 불균형을 해소하고 지역 특성에 맞는 자립적 발전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국가균형발전법'을 제정했으며, 이후 공공기관 지방 이전, 지방투자 촉진보조금 등 다양한 정책을 벌였지만, 크게 개선되지는 않았다.
정부별 균형발전 핵심지표에 따른 시도별 순위 변화를 살펴보면 대전은 참여정부와 이명박 정부, 박근혜 정부에서 모두 5위(지수값 6.88, 6.75, 6.31)였지만, 문재인 정부에서는 한 단계 떨어진 6위(6.48)를 기록했다. 충남은 13위, 12위, 13위, 13위를, 충북은 11위, 11위, 12위, 12위로 정체 현상을 보였다. 반면 세종시는 박근혜 정부에서 7위(5.57)였지만, 문재인 정부에서는 1위(8.10)을 기록했다.
수도권과 비수도권 간의 구조적인 생산성 격차는 다양한 삶의 균형발전 정도를 보여주는 균형발전 지표에서도 격차를 보인다. 행정수도로 거듭나고 있는 세종시를 제외하고는 충청지역에 발전이 크게 이뤄지지 않았다는 의미다. 즉, 시도 간 균형발전 수준이 수도권과 비수도권 간 고착되고 있다는 의미다.
산업연은 비수도권 지역에 기업이 입지하고, 대규모 투자를 유도할 수 있도록 법인세, 상속세 등 조세 감면 정책과 규제혁신제도가 이루어지는 공간을 지정하고 조성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이와 함께 지역의 역량을 충분히 활용할 수 있는 특화 산업육성에 정책 초점을 두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현우 국가균형발전연구센터 지역정책실 전문연구원은 "지역의 균형발전 수준과 지표를 보다 생산성에 초점을 맞추고 객관적인 기준에 기반한 차등 지원을 통해 지역의 생산성을 제고할 필요가 있다"면서 "중앙부처 공모사업은 균형발전지표를 공통으로 적용할 필요가 있으며, 지역의 균형발전을 위한 지역사업의 경우, 사업기획의 우수성과 기대효과 이외에도 지역발전 수준에 따라 사업 참여의 기회 확대 및 보조율 차등지원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이상문 기자 ubot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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