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새 차도 마찬가지다. 행여나 긁진 않을지, 주차 중 누군가 '문콕'이라도 하진 않을지…. 내가 주인인지 차가 주인인지 헷갈릴 정도로 여간 신경 쓰이는 것이 아니었다. 차를 아끼는 마음 탓에, 내 감정과 주의력의 몇할을 기꺼이 빼앗기는 것에 불편한 감정마저 들었다. 하지만 나는 얼마 안가 비로소 마음을 내려놓을 수 있게 됐다. 차를 뽑은지 갓 한달을 넘긴 어느 날 세워놓았던 내 차를 누군가 박아 범퍼를 통으로 교체하게 된 것이 아이러니하게도 계기가 됐다. 정비소에서 잘 고쳐 나온 차는 육안으론 크게 변한 것이 없었지만 행여나 흠집이라도 날까 초조해하던 내 마음은 조금 가벼워졌다. 나는 알았다. 차를 소중히 여기던 그 마음이 오히려 나를 옥죄었던 것을…. 어차피 완벽하지 않는 차, 설령 또 흠집이 나더라도 처음처럼 마음 아프지 않다.
완벽에 대한 강박은 비단 사물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다. 신체적 장애인에 대한 사회적 차별, 또는 나와 다른 사람에 대한 곱지 않은 시선 또한 이것에 기인한다. 적당한 나이에 결혼해 먹고 살만한 부를 축적하고 행복한 가정을 이루는 것. 보통의 사람들이 선택하는 사회통념적인 경로에서 이탈하는 이들을 우리 사회는 얼마나 포용하고 있는가.
때로는 스스로 완벽하지 않아서 또는 완벽할 수 없어서 패배감을 느끼기도 한다. 불완전의 연속인 인생에서 완전함을 좇고자 잃는 것이 더 많다면 그 자체로 불완전하다. 모든 존재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때 열등은 더 이상 열등이 아니다.
훌륭한 상태에 대한 열등한 상태를 뜻하는 말인 와비사비(わびさび)는 불완전함의 미학을 나타내는 일본의 문화적 전통 미의식 또는 미적 관념의 하나다. 덜 완벽하고 단순하며 본질적인 것을 뜻하는 '와비'와, 오래되고 낡은 것을 뜻하는 '사비'가 합해진 단어로, 부족하지만 그 내면의 깊이가 충만함을 의미한다.
와비사비가 물질적 풍요보다는 부족하지만 남들에게 비쳐지는 삶이 아닌 자신의 본질적인 삶을 추구하는 새로운 트렌드로 주목 받고 있다는 건 현대사회의 획일적인 완전함에 대한 통쾌한 반란이기도 하다.
채울 수 있음에 열정 가득한 삶이다. 향기 없는 조화보다 흠결 있는 생화가 아름답듯, 반짝반짝한 새 가구보다 손 때 묻은 오래된 가구가 더 정겹지 않은가. 욕심내지 말고 느긋하게 관조하자. 실수투성이인 스스로를 쓰다듬어 주자. 여기저기 상처 나고 부족하면 어떠한가. 우리 모두는 완벽하지 않아도 아름답다.
이은지 편집2국 기자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