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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장애인의 달을 보내면서 유성구장애인종합복지관장실을 찾아가 김영근 유성구장애인종합복지관장을 만나 장애를 딛고 기관장의 길을 걸어오기까지 애틋하면서도 감동적인 삶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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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원들이 흘린 귀한 땀방울 덕분에 위탁사업들을 많이 하게 됐는데요. 직원들에게 잘 할 수 있다, 충분히 할 수 있다, 도전해보자 하면서 등 떠밀었더니 좋은 기회를 잡은 겁니다(하하하). 복지관에서 직원들이 더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제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이 곳 관장으로 부임한 지 1년 반 정도 되는 동안 직원들과 함께 열심히 클라이언트들을 섬기며 살아왔네요. 하루 1000여 명씩 복지관을 방문해주셔서 한 달에 3만 여명의 이용자들이 복지관 시설들을 활용해주신 셈인데요. 올해는 코로나로 인해 아직까지 복지관이 임시 휴관인지라 참 안타까운 상황이네요. 복지관은 지난 한 해 동안만 해도 한국장애인고용공단 대전지역본부 위탁으로 직무지도원 관리 사업에 선정돼 3000여 만원의 사업비를 받아 직무지도원들을 관리하게 됐고, 한국장애인개발원 중증장애인직업재활지원사업 현장중심직업재활센터로 선정돼 1억4000여 만원의 예산으로 장애인들의 재활을 돕게 됐습니다. 또 행복누리재단 뷰티풀 아트 플라워 사업에 선정돼 여성장애인 8명을 대상으로 꽃꽂이를 통해 성취감과 심리적 안정감을 제공했답니다. 문체부와 만화영상진흥원의 청년장애인 웹툰아카데미에 선정돼 1억6000만 원을 지원받아 웹툰 교육을 통해 장애인들의 새로운 직종 개발로 웹툰 작가와 보조작가로 취업을 연계시킬 수 있었습니다. 또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하는 산책 프로그램 ‘꽃길을 걷다’ 행사를 복지관 인근 산책로에서 진행했지요. 지난해 4월에는 ‘벚꽃愛 희망 품은 콘서트’ 야외 공연도 펼쳤습니다.올해는 벚꽃 콘서트를 코로나 19로 인해 열지 못해서 매우 아쉬웠답니다. 저희 복지관은 유성구보건소 버스를 복지관 프로그램에 활용 가능하도록 무상 대부받았고, 대전복지재단 사회복지시설 경영컨설팅(비전설계 분야)에 선정돼 2020년 새로운 복지관의 미션과 비전 설계를 통해 한마음 한뜻으로 복지서비스를 실천하게 됐습니다. 또 직원들의 근무 환경 개선을 위해 2200만 원의 자부담으로 복지관 통합사무실 공사를 진행했습니다. 이외에도 기존의 노후화되어 운행이 불가능한 버스 대신 대형승합차량(초저상버스)을 유성구청에서 무상 대부받아 시승식을 할 수 있었습니다. 감사한 일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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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세 살 때 소아마비에 걸려 목발을 짚고 다니게 됐는데 초등학교 4학년 때 아이들이 저를 놀리면서 제 목발을 빼앗아 저를 때리고 도망갔습니다. 제가 울면서 집에 왔는데 저를 본 온 집안 식구들이 다 울음을 터뜨리는 겁니다. 그 모습을 보면서 다시는 그렇게 울고 오지 말아야지 결심하게 됐습니다. 고교 시절엔 서울대 교육학과에 다니시던 이종사촌 형님네 놀러갔다가 사회과학책을 많이 접하게 됐습니다. 서양철학책도 많이 보았지요. 형님은 지금 충남대 교육학과 교수님으로 재직 중이신데요. 저는 지금도 여가 시간이 되면 사회과학서적을 많이 읽게 됩니다. 저는 고교 졸업 후 부모님의 뜻대로 경영학과에 가서 기업에 취직했는데 IMF로 인해 3년 만에 실업자가 되었습니다. 서너 달 쉬는 동안 신혼이던 아내의 권유로 장애인고용안정협회에 들어가 일을 하게 되면서 21년째 한국지체장애인협회에 몸을 담는 계기가 됐습니다. 김광환 한국지체장애인협회 중앙회장님이 저의 멘토가 되어주시고 길을 열어주시고 터를 닦아주시고 오늘날까지 따뜻하게 보살펴주셔서 감사드릴 따름입니다. 김 회장님은 IMF 때 실업자이던 저를 그 길에서 벗어나게 해주시고 이 안에서 계속 일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셨으니 은인이신 거죠. 장애인들의 사회활동과 경제활동을 독려하시고 밖으로 나올 수 있도록 응원해주시는 김 회장님은 세상에 대해 많은 것을 보게 해주신 고마운 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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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 제가 좀 더 주의를 기울이는 것은 다른 사람들에게 상처를 주는 일이 없도록 하는 것입니다. 말이 행동을 지배한다고 하는데요. 말이 거칠어지면 행동도 거칠어집니다. 말이 순해지면 행동도 순해지지요. 다른 사람에게 나쁜 말, 거친 말 하지 않고 좋은 말, 칭찬하는 말만 하고, 단점은 외면하고 장점만 보는 눈을 가지려고 노력하죠. 힘들지만 그렇게 하는 노력들이 마음을 성숙하게 해줍니다. 어린 시절 '장애를 갖고 있어서, 장애인이니까, 네가 모범을 보여야 된다, 잘해야 된다, 무시 받지 않게 행동 잘해야 된다' 이런 말을 들었을 때 반항심이 들 때도 있었죠. 장애라는 것에 대해 굳이 핸디캡이나 약점으로 보고 그것 때문에 말을 잘 들어야 되고, 착해야 되고 그래야 되나 싶었습니다. 저는 그래서 장애 극복이란 말도 안 좋아합니다. 장애 극복이란 말보다는 장애 당사자나 가족이 그 장애를 잘 수용해 주는 게 먼저라고 생각합니다. 왜 턱을 만들고 넘으려고 하나요. 장애를 극복한다는 말보다 자기 삶을 열심히 사는 사람으로 표현해주면 좋겠습니다.
나 자신에게도 ‘난 이거 못할 거야’ 대신 내가 갖고 있는 장점을 먼저 보고 잘하는 것을 먼저 찾는 게 중요하다고 봅니다. 그렇게 해서 내 마음이 나를 먼저 사랑하는 마음이 들어야 열등감과 컴플렉스에서도 벗어날 수 있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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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장애인 당사자 입장에서 보면 우리나라의 장애인 복지제도는 매우 비약적인 발전을 했습니다. 법과 제도,정책, 대외시설 등 장애인에 대한 지원이 많이 좋아졌습니다. 앞으로 더욱더 제도와 시설적인 배려가 있길 소망합니다.
장애인들이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에서 비장애인들과 자연스럽게 어울리며 살 수 있도록 배려하는 생각과 의식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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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총선에서 네 분의 장애인이 당선되셨습니다. 정치적으로 장애인에 대한 배려가 많이 있었던 결과입니다. 제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여성 할당제보다 장애 할당제가 더 앞서가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서로를 배려해주는 마음, 서로를 생각해주는 마음이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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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때문에 복지관도 지난 2월 초부터 휴관을 시작해 3월부터 본격적으로 휴관했습니다. 두 달 반 이상 휴관을 한 셈인데요. 조만간 개관을 목표로 손님들 맞이에 앞서 일주일에 한 번씩 방역 소독하고, 노후 된 시설과 배관을 교체하고 재정비가 한창입니다. 개관 이후에 해야 될 일들을 구상하고 열심히 준비중입니다. 코로나와 같은 일이 또다시 생기면 어떻게 대처해야 될지 세심하게 대비하고 있지요. 장애인 가정에서는 가족들의 돌봄 부담이 커져서 가족들이 더 힘들어졌습니다. 코로나 19 상황이 속히 안정화되어 복지관이 정상적으로 운영될 날이 오길 기대하고 기다리고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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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서울에서 한국지체장애인협회 기획정책국장으로 일하다가 유성구장애인종합복지관장으로 영전해서 왔는데요. 직원들이 워낙 일을 잘해줘서 늘 고맙게 생각하고 즐겁게 일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복지관장 일에 최선을 다하고 싶고 오래오래 우리 복지관 직원들과 행복하게 일하고 싶습니다. 제가 복지관장 임기를 마치고 떠나더라도 저는 이후의 인생도 장애인 복지 발전을 위해 일하고 싶습니다. 제가 할 수 있는 일이라면 뭐든지 찾아서 해보고 싶습니다.
그리고 사람들이 저더러 부부 싸움 없이 화기애애하게 잘 산다고 부부 금슬이 좋다고 하시는데요(하하하). 그 비결을 하나 가르쳐드린다면 아내 이야기를 잘 들어주고 잔소리를 즐겁게 들으라고 말씀드리고 싶네요(하하하). 앞으로도 가족과 직원들, 제 주위 모든 이웃들을 배려하고 존중하면서 감사한 마음으로 살겠습니다.
대담, 정리 한성일 국장 겸 편집위원 hansung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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