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보기] 절주 작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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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보기] 절주 작심

이승훈 을지대학교 의료원장

  • 승인 2020-01-30 10:41
  • 신문게재 2020-01-31 23면
  • 김성현 기자김성현 기자
이승훈
이승훈 의료원장
새해가 되면 누구나 건강한 한 해를 위해서 새로운 다짐을 하곤 한다. 우리가 건강을 지키기 위해서 먹지 말아야 할 것이 있는데 대표적인 것이 술이다. 그런데 우리가 경험으로 알고 있듯이 술에도 좋은 점이 있어서 적당한 음주는 창의력을 향상해 주고, 사교성을 높여 사회적인 관계와 결속에 윤활제 역할을 한다.

더군다나 일부 역학연구 결과에 따르면 술을 하루 두 잔 정도 마시면 심근경색과 우울증이 줄어든다고 하고, 적포도주가 특히 심장병을 예방해주며, 이탈리아 사르드니아라는 장수마을에는 항산화 물질이 많은 적포도주를 마셔서 백 세 노인이 많다고 하니, 이쯤 되면 술 마실 핑계로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이야기다.

그런데 최근에 적당한 음주가 건강에 좋다는 기존의 사실을 뒤집는 연구 결과들이 발표되고 있다. 다시 말해서 하루 한두 잔의 적은 양의 음주로도 암이나 심장질환 등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2018년 세계적으로 저명한 의학잡지인 '랜싯'에 발표된 논문에 의하면, 약 6억 명의 음주자에 대한 자료를 모아 분석한 결과, 음주량에 비례해 뇌졸중과 심부전, 치명적인 고혈압 질환, 치명적인 대동맥 동맥류와 관상 동맥 질환의 위험이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음주와 모든 원인의 사망률 사이에도 밀접한 연관 관계가 관찰됐다. 다만 소량의 음주인 경우에 심근경색의 발생만이 약간 줄어든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러면 그동안은 왜 적절한 음주가 건강에 이롭다는 연구가 나왔을까? 학자들은 비음주자로 분류한 사람 중에 많은 사람이 과거에 음주했거나 또는 건강이 나빠서 술을 마시지 않았던 사람들을 정확하게 구별하지 못했기 때문일 것이라는 의견을 제시한다.

그렇다면 술을 끊으면 어떤 효과가 나타날까? 최근 연구에 의하면 심장세동 환자가 술을 끊으면 심장세동이 확연히 좋아지는 것이 증명됐다. 그러면 자연히 뇌졸중의 발생도 낮아질 것이다.

술 소비량이 꾸준히 감소한 프랑스에서는 구강, 인후암의 사망률이 줄어든 반면 술 소비가 증가한 루마니아에서는 오히려 암 사망률이 증가했다고 한다. 5년 동안 금주하면 후두암이나 인후암 발생 위험이 15% 감소한다고 한다. 적은 음주로도 암 발생 위험이 증가한다는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국제암연구소에서는 술을 1군 발암물질로 지정했고, 와인 종주국인 프랑스에서조차 술과의 전쟁을 선포하기에 이르렀다.

그럼 우리 국민은 얼마나 술을 마시고 있을까? 2017년 조사에 의하면 19세 이상 인구 가운데 한 달에 한번 이상 술을 마신 사람의 비율이 남자의 경우 4명 중 3명, 여자는 2명 중 1 명이었다.

특이한 건 한 번에 소주 한 병 이상, 그리고 일주일에 두 번 이상 술을 마시는 고위험 음주자가 남자 5명 중 1명 정도라는 것이다. 여성은 남성보다 알코올 분해 능력이 떨어져 간 질환이나 암 발생에 더 취약하다.

그러면 우리나라에서는 음주로 얼마나 많은 국민이 사망할까? 통계에 따르면 1년에 약 5000명이 음주로 인한 질병으로 사망한다. 술을 마셔서 암 환자가 되는 국민이 약 3천명, 그리고 그 암으로 약 1000명이 사망한다. 음주운전 교통사고 사망자 수도 3천명이 넘는다.

술은 담배와 같이 절제하기가 매우 어렵고 건강에 해로운 것이다. 이제는 금연운동에 이어서 절주운동이 새로운 사회적 운동이 되어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최근 음주 운전에 대한 처벌이 대폭 강화되고 사회적으로도 음주를 자제하는 분위기가 성숙되고 있다.

특히 젊은 세대들이 기성세대보다 술을 덜 마시는 분위기는 매우 바람직하다. 새해에는 필자를 비롯하여 모든 국민이 건강한 사회를 만드는 절주 운동에 동참하기를 바라본다.

이승훈 을지대학교 의료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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