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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제3회 조선일보판타지문학상' 1억 원 고료 당선작인 장편 판타지 소설 <풀잎의 제국>의 저자이자 제7회 대한민국디지털작가상을 수상한 장편 범죄스릴러 소설 <식스코드>의 작가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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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파실 언덕에서 필자와 김재석 작가가 대담하고 있다. |
그를 만나 그의 작품 세계와 심신이 지친 도시인에게 전하는 청량감 가득한 귀농 이야기, 웹툰, 웹소설이 부상하면서 순수문학의 시대를 지나 장르문학으로 흐르는 세태 이야기를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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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에서 순창으로 귀농해서 시골살이를 한 지 5년 차에 들어서네요. 1000 평 정도의 땅에서 블루베리를 재배하고 있습니다. 주경야독한다고 해야 하나요. 주로 밤에 작품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제가 태어난 고향 부산에서 부산경상대학과 경성대학교 겸임교수 일을 할 때도 밤과 주말을 활용해서 글을 썼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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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파실언덕에서 필자와 김재석 작가가 대담을 나눴다. |
▲ <리야드 연가>(2019년 9월, 부크크 펴냄)를 재미있게 읽으셨다니 고맙습니다. 통합검색사이트 'daum'에서 작가들을 위해 만든 '브런치(brunch)'라는 작품 연재 공간이 있는데, 그 곳에 연재를 마무리하고 소설을 냈죠. 로맨스 소설이긴 한데 장르소설만을 지향한 것은 아니고, 순수소설의 기법도 가미되었죠. 순수소설의 심리묘사와 장르소설의 빠른 전개, '케미(남녀궁합)' 가득한 캐릭터를 그리면서 '5줄마다 한 번씩 쿡쿡 웃음 짓게 하고 말 거야' 하며 '밀당'과 '재미'를 담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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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가 저를 만나기 전이니까(하하), 만난 후라고 해도 어쩔 수 없고요. '다른 늑대가 당신 마음 채가면 안 돼!' 하는 마음으로 썼죠(하하하). 책 앞 장에 'This book is a gift for my wife' 라고 했는데 오직 그녀의 이야기를 담은 책을 선물하고 싶었네요. 제가 좀 '로맨틱 가이'거든요(하하하). 그렇다고 개인의 일화만 담은 이야기는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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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있게 말하면 '개인들의 삶이 쌓이면 드러나는 역사가 된다' 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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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 작가님, 귀농한 이야기를 해 주실까요? 센티멘털한 도시남, 차도남 같으시고, 전혀 귀농작가 스타일로 안 보이시네요(하하하).
▲지금 '브런치'에 '詩골살이'라는 시골사는 이야기를 담은 에세이와 시를 연재하고 있습니다. 시골 사는 담론을 풀어가려고 시작했죠. 사실 안락하고 편리한 삶을 추구한다면 오히려 도시가 훨씬 낫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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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장은 뭔 별장을…, 단지 위화감 들지 않게, 시골 분들의 삶과 동화될 수 있는 촌스러우면서도, 촌티(?)나지 않는 집을 지으려고 했죠. 지붕을 보통 삼각지붕으로 하는데 저는 특이하게 X자 지붕을 해서 지붕이 엇갈리게 만들었어요. 제 친형이 지붕을 보고 도덕경 48장에 나오는 문구로 붓글씨를 써서 액자를 만들어 주셨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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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문은 배울수록 더해가고, 도는 닦을수록 덜어낸다. 그 역동적 균형' 정도로 해석할 수 있는 말이죠.
집,
저 그릇엔 뭘 담을까
해 뜰 무렵 나와 저물녘까지
똑딱 뚝딱
집을 짓다 되물었다.
한 쪽에선 쌓고 쌓다
한 편에선 마음 내려놓는다
엇갈림(X)
한 집에 든 두 생각
삶을 보듬는
-브런치 연재 詩골살이 3화, 내 집을 내가 짓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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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할 곳은 많고, 생계 걱정은 되고, 나무는 언제 자라나 싶고…. 그때 도시에 사는 선배가 집들이 선물로 저에게 보내준 나무 액자가 눈에 들어왔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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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파실언덕 큐브에서 김재석 작가가 자연을 이야기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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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길을 걷다
진흙 발가락 뿌리에 고여오는 溫氣
한걸음, 한걸음
느림 步마다
수천 갈래 모세혈관을 타고
온몸으로 붉은 벼꽃이 피고 진다
논길을 걷자
바삐 뛰지 않아도
길은 4천 년 농부의 知慧로
생명의 싹을 틔우기에 넉넉하니
동서남북,
실루엣 빛 노을 속으로,
흙뿌리로……
그 한 잔털 위를 걷자
-브런치 연재 詩골살이 2화, 논길을 걷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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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농한 순창에서 제14회 순창장류축제의 준비위원으로 활동한 김재석 작가. |
어떤 이는 '내가 가는 길이 곧 길이다'란 말씀을 하셨는데 저는 제 앞에 무수한 길이 펼쳐져 있다고 생각해요. 이런 두 부류의 삶을 프랑스 철학자 '질 들뢰즈'가 멋진 말로 잘 표현해 주었죠. '편집증'과 '분열증'(하하하). 경력을 쌓고 쌓아 자기 길을 만드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지금의 상황을 예민하게 살피면서 순간순간에 모든 것을 걸며 끊임없이 도망치는 사람이 있죠. 저는 제 자신이 그물코 안에 갇힐 수 없는 작은 물고기인 걸 알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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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석 작가는 필자에게 그의 작품 세계와 자연주의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들려줬다. |
▲뭔 이런 날카로운 질문을 던지시나요. 벌써 저 마음 베였어요(하하하). 맞는 말이죠. 단지 제가 환경을 중시하는 이유는 과거와의 결별이겠죠. 인생에는 큰 전환점들이 몇 번 있다고 생각해요. 저에게도 시골살이가 큰 전환점이 되었겠죠. 그런데 과거에 만났던 사람, 하던 일을 그대로 두고 전환한다고 하는 건 흐지부지하겠다는 뜻과 무엇이 다르겠어요. 흐지부지되는 모든 개혁은 과거와의 결별을 제대로 못했기 때문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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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작가가 좋아한다는 정지용 시인의 옥천 생가와 문학관을 찾은 김재석 작가. |
순창읍에 새롭게 문을 연 농부의 식당이 있어요. 이름하여 '요일부엌 마슬'인데 마슬은 마을의 예스러운 이름이죠. 이 마슬은 각 요일마다 주방장이 바뀝니다. 주방장이라기보다는 '요리하는 농부'라고 표현하는 편이 낫겠네요. 왠지 느낌이 오지 않나요?
'귀농한 농부들이 차린 제철 마을밥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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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석 작가는 파파실 언덕의 북스테이에서 귀농 귀촌해 작품활동을 하는 이야기, 시골살이 이야기를 다음카페 '브런치'에 연재하고 있는 이야기를 들려줬다. |
저는 가끔 요일을 골라 점심을 먹으러 가지요. 마치 요일을 고르는 것이 메뉴를 고르는 꼴이라니.
화요일에는 '백발소녀의 쌀밥'.흰 머리카락을 우아하게 드러낸 그녀는 아마 50대 초반으로 마음만은 소녀 못지않을 거예요. 밭에서 자란 제철식 재료만 가지고 반찬을 만들고 유기농 쌀로 밥을 지어주죠. 그녀의 블로그에는 '오늘은 밭에서 OO를 채취했어요. 이걸로 반찬 만들거에요' 하고 가끔씩 올라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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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땅심을 살리는, 작은 농부들이 키운 작물로 밥을 짓고 빵을 만들겠습니다'라는 그녀들의 슬로건을 응원하러 저는 요일부엌 마슬을 찾아가죠.
한국도 언제부터인가 공유경제란 말이 유행어처럼 번지고 있잖아요. 요일부엌 마슬도 어떻게 보면 공유경제의 한 모습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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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엌이나 요리에 대한 각자의 취향이 다를 텐데 용케 같이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어요. 처음 갔을 때 제가 그릇에 대해 투덜거린 적이 있어요. 요리가 돋보이게 좀 더 모양 있고, 깔끔했으면 했는데…, 그런데 마슬의 요리를 담는 그릇이나 음료 컵 등은 다 주변 지인들에게서 기증(공유?)받았다는 말을 듣고 뼛속까지 스며드는 전율을 느꼈어요. 그녀들이 '뼛속까지 시골형 인간이구나' 했죠. 그렇다고 반대형이 겉만 번지르르한 이기적인 도시형 인간이란 뜻은 전혀 아니니까 오해는 마세요(히히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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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담 속에 있는 뼈는 물렁뼈이니까 아작아작 잘 씹어 드시면 돼요(하하하). 그녀들을 보며 단지 이런 생각이 들었죠. 세계는 지금 4차 산업혁명을 맞아 AI(인공지능)나 휴먼형 로봇이 일자리를 대체해 가고 있고, 세계화란 미명 하에 지역의 가치와 생태적 삶이 부정되고, 부의 양극화는 정말 극을 향해 달려가는데…. 결국 살아남는 포스트 휴먼은 호모 사피엔스 종이 아닐 지도 모른다는 경고가 곳곳에서 울리는 마당에 '아나바다'의 정신으로 이익을 나누고, 부엌을 공유하고, 자연주의와 그 사회적 가치에 대한 강한 연대감을 가진 그녀들은 과연 살아남을까?
답은 모르겠어요. 하지만 왠지 잘 살아남을 것 같지 않나요?
학자들은 멸종의 빙하기를 넘어 호모 사피엔스 종이 살아남을 수 있었던 가장 큰 특징으로 상징을 이해하고, 이타심으로 협동생활을 한데 있다고 말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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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아침에 일어나면 가끔 주역 괘로 점을 쳐요. 오백원 동전 한 개로 앞면을 양, 뒷면을 음으로 치고, 동전을 6번 던져 나오는 음양으로 주역 괘를 읽는데, 오늘은 주역의 괘에 산지박 6효의 '석과불식(碩果不食)'이란 글을 읽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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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정글당원의 SNS 포스터-
오늘의 한국에 등을 돌리셨다고요?
그 등을 누가 토닥토닥해주던가요?
내일의 한국을 위해 정글당에 투표하세요
포스트 캐피탈리즘?
금수저와 흙수저의 양대 리그
로봇과 인간이 생존 경쟁하는 사회
NO!
색다른 정글이라고 해두죠.
그 세계도 맹수야 없지 않지만
그렇다고 또 다른 맹수가 될 순 없잖아요
황제팽귄이 되는 거죠
바람막이 공동체경제를 만들어야죠.
벽으로 막혀있다고요
담쟁이가 되어 애써 그 벽을 넘고 싶나요
성공의 반대말은 실패가 아니라 도전하지 않는 것이라고
바보상자의 그 말을 지겹게 들었잖아요
두더지가 되는 거죠.
우리만의 리그, 자급자족 지하경제를 만들어야죠
그 정글에도
언어의 넝쿨이 뒤엉켜있죠.
가짜 말이 씨가 된 거죠.
다른 말씨를 뿌려야 해요
바보상자의 말을 따라 하지 마세요
그 정글의
밤하늘엔 별이 뜰 거예요
뭇별들이 내는 바람의 소리가 들리나요.
너와 나가 공명하는 소리
그 바람 길을 따라가세요
내일의 정글에 한 표를 ^ㅠ^
-브런치 연재 詩골살이 7화, 내일의 정글에 한 표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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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어도 조정래, 이문열, 황석영 같은 작가들의 작품을 좋아하는 시대는 지났겠죠. 저희 또래의 청춘들이 즐겨 읽었던…. 그래도 순수소설의 맥락은 이어질 거니까 시대가 지났다기보다도 장르문학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거죠. 워낙 영화나 TV, 웹소설 플랫폼 쪽에서 공모 상금도 많이 걸고, 콜이 많다 보니…. 저도 제 작품이 소설책으로서의 인기도 바라지만 2차 저작물로 옮겨가기를 더 바란 면도 있어요. 일종의 '원 소스 멀티 유스(one-source multi-use)' 라고 하는데 하나의 작품이 영화로, 드라마로, 연극으로, 게임으로 다양하게 퍼져나가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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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1990년대에 일본에서 유학생활을 5년 했어요. '일본공학원'이란 학교에서 방송미디어를 전공했는데, 일본유학을 하면서 일본적인 색채가 물씬 묻어나는 드라마나 소설에 관심을 많이 가졌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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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담 정리 한성일 국장 겸 편집위원 hansung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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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년 부산 출생.일본공학원 방송미디어학과 졸업.동아대학교 언론홍보대학원 석사.부산경상대학교 방송영상영화과 교수, 경성대학교 디지털콘텐츠 제작 겸임교수 역임. 일본 Sony 방송장비 전문 설비, 교육업체 '루트앤 루트' 연구소장.
2007년 제1회 해양문학상 <바다로 간 거북, 토리> 동화 당선
2009년 청소년장편소설 <마린걸> 청어람주니어 펴냄
2009년 한국안데르센아동문학상
<별박이 왕눈잠자리의 하늘여행> 금상 수상
2011년 제3회 1억고료 조선일보판타지문학상 수상
장편소설 <풀잎의 제국> 문학수첩 펴냄
2013년 제7회 대한민국디지털작가상 수상
장편소설 <식스코드> 낙산재 펴냄
2019년 브런치(다음) 연재 장편소설
<리야드 연가(戀歌)> 부크크 펴냄
2019년 출간 예정 교보문고 스토리공모전 본선 진출작 <로봇개 스카이> 장편동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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