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25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교육관계 장관회의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왼쪽은 유은혜 교육부 장관. /연합뉴스 |
대입의 공정성을 높이겠다는 의지는 공감하는 분위기지만, 교육계는 정시확대가 교육의 공정성 확보방안이 되지는 못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지역 학부모들은 그래도 가장 공정한 것은 '정시'라는 처지와 오락가락 교육정책에 불안하다는 반응이 교차했다.
특히 올해 80% 이상 수시로 신입생을 충원한 대전권 대학들은 정시확대 기조가 지역대에도 불똥이 튀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다. 교과 비율이 높은 지역대는 정시 확대의 표적이 아니었지만, 대대적 학생부 종합전형 개선이 어떤 효과를 가져올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정시 비율 상향 조정 폭에 대해서 "2018년 대입 공론화 과정에서 이미 합의했던 내용과 현장 의견을 들어 최종적으로 확정하겠다"라며 "구체적인 상향 비율과 적용 시기는 11월 중 발표하겠다"라고 말했다. 또 대입제도 부분에서 "부모의 정보력과 경제력이 영향을 크게 준다고 평가되는 학생부 종합전형은 획기적으로 개선하기로 했다"라면서 "학생부 비교과 영역 중 부모 지위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는 부분을 과감하게 손질하겠다"라고 강조했다.
유 부총리는 고교 서열화 해소를 위해 "애초 설립 취지와 달리 입시 위주 교육으로 치우친 자사고·외고·국제고를 2025년 고교학점제 도입과 함께 일괄 일반고로 전환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다"라며 "구체적 내용은 '가까운 시일' 내에 발표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대통령과 교육부 입장 발표가 나오자 시도교육감협의회는 즉각 반대의 뜻을 밝혔고, 그동안 정부의 교육정책을 지지해 온 각종 교육단체도 일제히 우려를 표명하며 합리적 입시제도 마련을 위한 사회적 대화의 자리를 요구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정시·수시 불균형 해소에는 공감하나, 자사고 등 일반고 일괄전환에 대해서는 반발하고 있다. 교사노동조합연맹은 "정시 비중 확대는 결국 수능 비중의 강화로 이어져 학교와 교실을 사교육 학원으로 전락시킬 것"이라며 "교육과정 운영의 파행과 교사와 학생의 열패감을 증가시키고 결국 학생을 수능점수에 의해 줄 세우는 비참한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지적했다.
지역의 학부모들은 엇갈리는 반응을 보였다. 중구에 거주하는 학부모 A 씨는 "조국 사태처럼 학생부 종합전형 비리가 터질 때마다 국민의 상실감과 좌절감은 엄청난 수준"이라며 "교육이 부모의 사회경제적 지위를 대물림하는 수단이 되어선 안 된다"고 말했다. 반면, 지방일수록 정시보다는 수시가 낫다는 견해도 있다. 고1 학부모인 B 씨는 "대입제도 개편은 관련법에 따라 4년 전에 예고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2022학년도부터 상향된 정시 비율을 적용할지 걱정된다"라며 "내신과 수행평가에 주력해 온 고1 아이들에게 혼란을 줄 수 있다"라고 토로했다.
학원업계 관계자들은 정시확대를 모두 환영하는 분위기라고 귀띔했다. 사교육을 잘 받은 학생들이 수능에도 강할 수밖에 없다. 둔산권 학원 강사 C 씨는 "정시 확대를 찬성하는 학부모들은 대다수 내신성적이 좋지 않은 경우일 것"이라며 "내신이 좋지 않은데, 정시로 대학을 잘 보낼 것이라고 믿는 것은 위험하다"라고 말했다.
지역대는 서울 주요 대학들이 정시 위주로 입시 정책을 바꾼다면 지방 대학들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지만, 지역대의 현실적인 상황을 고려하면 수시 비중을 이른 시일 내에 줄이기엔 무리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오종운 종로학원하늘교육 평가 이사는 "최근 학령인구 감소와 함께 학교 현장에서 공교육을 강화하는 점과 대학의 입학 선발의 자율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실제로 정시모집 비중은 최대 40%까지 확대하는 것(평균적으로 정시 모집비율은 약 35% 정도)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며 "수시 중심의 대입 구도는 크게 흔들리지 않는 조건에서 제한적인 범위에서 정시 비중을 늘릴 것으로 예상한다"라고 밝혔다.
김유진 기자 1226yuj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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