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속원 제공 |
강성복 지음│민속원
프랑스의 철학자 가스통 바슐라르는 '바다란 어머니이며 바닷물은 그 어머니에게서 나온 기적의 우유'라고 했다. 바다의 풍요로움에 대한 감탄과 찬사가 담긴 표현이다. 그 넉넉함이 바다 위 외딴 섬에서도 사람을 살게 하는 원동력이 되는지도 모르겠다.
충남 보령시 서해의 끝자락에 떠 있는 30여 개의 섬과 바위섬을 일컫는 외연열도는 바슐라르의 표현에 잘 어울리는 섬이었다. 지난날 '고기를 깔고 앉았다'는 어민들의 말이 과언이 아닐정도로 어장은 풍요로웠다. 그러나 육지와 먼 낙도는 오랜 세월 빈곤과 가까웠다. '외연(外燃)'이라는 이름처럼 '연기가 피어나듯 해무에 휩싸인 외로운 섬'은 2008년 TV의 기행프로그램에 등장하면서 낙도체험 탐방객들이 찾는 여행지로 떠올랐다.
충청민속문화연구소 소장이자 충청남도 무형문화재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저자는 처음 외연열도를 찾게 된 까닭이 자책감 같은 것이었다고 고백한다. 이전에 외연도와 관련된 몇 편의 글을 쓰면서 현지답사를 하지 않았던 기억이 있었던 것. 본래 섬을 찾은 이유는 개인의 치유에 가까웠지만 민속 연구자로서 그의 본능은 섬사람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그 삶의 기록을 촘촘히 적어 내려가게 했다. '외연열도를 통해 변화하는 서해안 어촌사회를 조망하고, 서해안 어로민속과 해양문화의 전통 속에서 외연열도의 역동적 모습을 수면 위로 드러내'겠다는 목적이 생겼다. 이후 현지조사가 수십 차례 이어진다.
책은 외연열도를 읽는 열두 가지 문화코드라는 프롤로그 삼아 섬마을의 상징적인 키워드를 사회사·문화사의 시선으로 먼저 풀어낸다. 이어 1장에서는 외연열도의 지리와 자연환경, 지명유래를 살피고 2장은 선사시대부터 근현대사에 이르는 역사, 3장은 어촌계의 역할, 4장은 어족자원과 어업생산력을 다룬다. 5~6장은 서해안 당신앙의 마지막 보루인 외연열도 당제에 대한 현지조사 및 참여관찰 기록이다. 7장은 세시풍속과 민간신앙을 갈무리하고 8장은 섬에서 채록한 소리와 구비전승 자료를 담았다. 부록으로 설정한 '외연열도 작은 문화사전'은 어로기술, 사회조직, 방언 등 현장에서 채록한 단어들을 주제별로 간추려 섬사람들의 삶에 대한 이해를 돕는다.
저자가 붙인 '황금담치'라는 제목의 의도는 지속가능한 어촌공동체의 구현에 대한 바람이다. 담치는 홍합의 별칭이다. 적정한 채취로 제값을 유지하는 외연열도의 담치는, 바다라는 공유자원을 어촌공동체가 남획하지 않고 이용할 때 지속가능한 미래를 담보한다는 사실을 각인시키는 존재다. 책장마다 세심한 관찰기록과 생생한 섬사람들의 목소리가 파도친다. 바다만큼 풍요로운 외연열도의 삶과 어로문화가 그 너머로 넘실댄다.
박새롬 기자 onoino@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