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과내일] 전문가 실종시대

  • 오피니언
  • 오늘과내일

[오늘과내일] 전문가 실종시대

손종학 충남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 승인 2019-09-15 11:48
  • 신문게재 2019-09-16 23면
  • 조훈희 기자조훈희 기자
손종학
손종학 충남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성숙한 시민사회는 일반 시민의 품격 있는 시민의식과 건전한 상식을 토대로 해 다양하고도 깊은 전문지식과 경륜을 갖춘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상호 보완, 협력하면서 이뤄지는 사회다. 전문가들이 본인의 전문지식에 도취돼 일반 시민의 건전한 의식과 공동체 정신을 도외시하거나 자기 잘난 맛에 그 지식을 남용하는 순간, 사회로부터 먹물이라는 모욕을 당하면서 퇴출될 수 있다. 전문가들이 구성원들로부터 인정받지 못하고 퇴출될 때 그 사회에 발전이 있을 수 없음은 자명하다.

일반인 또한 마찬가지이다. 일반 시민들이 전문가들의 전문지식을 존중하지 않고 상식선으로만 사물을 접근하려는 태도가 만연해지는 순간, 거기에 성숙은 존재할 수 없다. 즉, 전문가와 일반인이 모두 각자의 영역을 존중할 때 사회는 진보한다.

여기서 잊지 말 것이 있다. 전문가와 일반인은 결코 분리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일반인 따로 있고, 전문가 따로 있는 것이 아니란 말이다. 한쪽 영역에서의 전문가도 그 영역을 벗어나면 일반인일 뿐이고, 일반인도 자신의 전문 영역에 들어서면 어엿한 전문가다. 전문가와 일반인 각각의 생각과 판단을 존중할 필요가 여기서 나온다.

작금의 우리 사회로 눈을 돌려보자. 전문가가 사라졌다. 전문가의 의견을 일반인들은 더 이상 경청하려 하지 않고, 신뢰하지도 않는다. 이는 더 이상 전문가를 전문가로 인정하지 않겠다는 일반인들의 생각이 표출된 결과다. 왜일까? 믿을 수 없기에, 곡학아세하기에, 이해관계를 갖고 전문지식을 설파한다고 느끼기기에, 더 이상 전문가의 판단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다. 그 원인 제공은 1차적으로 전문가들에게 있다. 깊이 있고 내공을 갖춘 지식 없이 전문가 행세를 하기에, 논리에 의한 결론 도출이 아닌 결론을 내려놓고 단지 그 결론을 합리화하기 위해 논리를 세웠기에, 진영 논리로 접근하였기에, 그 판단을, 그 논리를 일반인들은 더 이상 믿지도, 존중하지도 않는 것이다.



어떻게 할 것인가? 전문가의 양식을 회복하는 길 외에는 달리 방도가 없다. 더 깊이 있는 전문지식의 연마에 힘쓰는 것, 자신의 전문지식과 경륜을 일반인의 의식에 항상 견줘가면서 동행하려는 마음을 가지려고 노력하는 것만이 전문가의 전문성을 일반인들로부터 인정받는 길이다. 전문가의 대오각성이 필요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하지만 이로써 해결되지는 않는다. 일반인도 본인이 전문 영역이 아닌 영역에 있어서는 해당 전문가의 판단을, 논리를 존중하려는 자세를 가질 필요가 있다. 내 상식에서, 내 경험에서는 도저히 이해되지 않는 영역이 전문 영역에서는 분명히 존재한다. 그렇기 때문에 전문가의 경험을 존중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일반인은 전문가의 의견에 마음을 줘보고, 전문가는 본인의 좁은 전문지식만으로 세상을 재단하려 하지 말고 일반인의 평균 감정을 이해해보자. 마치 난마처럼 얽혀 있는 뿌리 깊은 숙제들이 해결될 실마리가 숨어있을지도 모른다. /손종학 충남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2024 세종시 빛축제 폐막식 논란...일부 축소 진행
  2. 육군 제32보병사단, 20일부터 혹한기 훈련 실시
  3. 충남대병원 신속대응관리실, 심정지 예측 프로그램 딥카스 운영
  4. 도시미관을 저해하는 불법광고물 근절
  5. 대전중부경찰서 중촌파출소, 어르신 대상 범죄예방교실 마련
  1. [춘하추동]겨울철 도로살얼음 발생 가능 기상정보에 대해
  2. 대전평생학습관 "만학도 스승 찾아요"… 20일까지 문해교원 공개모집
  3. [현장] 개발 지연에 대전 정동 쪽방주민 시름 커져…월세 오르고 집 수리 방치
  4. 수소차 사고 미리 차단 '수소연료 품질 실시간 모니터링 장비' 개발
  5. 전남·아산은 지방정원 등록...세종시 로드맵은 깜깜

헤드라인 뉴스


尹체포 이젠  `민생의 시간`  충청현안 동력공급 시급

尹체포 이젠 '민생의 시간' 충청현안 동력공급 시급

윤석열 대통령이 15일 체포된 가운데 탄핵 정국 속 주춤했던 충청현안에 대해 동력을 재차 공급하는 중대 모멘텀으로 삼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12·3 계엄선포로 우리나라 정치 경제 등 리스크를 촉발한 윤 대통령 신병 확보로 정국 불확실성이 다소 걷히면서 이제는 '민생의 시간'이라는 여론이 고조되고 있기 때문이다.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는 이날 내란 우두머리 등의 혐의로 발부된 윤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을 전격 집행했다. 윤 대통령에 대한 수사가 본격화 되면서 헌법재판소 탄핵심판 사건 심리에도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형사사건..

긴박했던 윤 대통령 체포작전… 치밀한 공수처 충돌 없이 집행
긴박했던 윤 대통령 체포작전… 치밀한 공수처 충돌 없이 집행

15일 오전 3시 20분,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2차 체포영장 작전이 시작됐다. 캄캄한 어둠 속에 서울 용산구 한남대 대통령 관저 인근에 공수처와 경찰이 집결했다. 형사기동대 54개 부대, 3200명이 참여한 대규모 작전이다. 150명 수준이던 1차 집행 당시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다. 특히 현장 경험이 풍부한 서울과 수도권 광역수사단 소속 형사를 투입하고, 진입조와 체포조·호송조 등 역할을 분담했다. 차벽과 철조망 등으로 '요새'가 된 관저에 진입하기 위해 사다리와 절단기 등의 장비도 준비했다. 오전 4시 30분 전후 경찰이 확..

[대전 자영업은 처음이지?] 지역상권 분석 24. 대전 서구 탄방동 카페
[대전 자영업은 처음이지?] 지역상권 분석 24. 대전 서구 탄방동 카페

자영업으로 제2의 인생에 도전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정년퇴직을 앞두거나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자신만의 가게를 차리는 소상공인의 길로 접어들기도 한다. 자영업은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음식이나 메뉴 등을 주제로 해야 성공한다는 법칙이 있다. 무엇이든 한 가지에 몰두해 질리도록 파악하고 있어야 소비자에게 선택받기 때문이다. 자영업은 포화상태인 레드오션으로 불린다. 그러나 위치와 입지 등을 세밀하게 분석하고, 아이템을 선정하면 성공의 가능성은 충분하다. 이에 중도일보는 자영업 시작의 첫 단추를 올바르게 끼울 수 있도록 대전의 주요 상권..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소방차 길 열어주세요’…소방 출동로 확보훈련 ‘소방차 길 열어주세요’…소방 출동로 확보훈련

  • ‘대전’ 패싱 논란에도 완공 앞둔 한화이글스 신축 야구장 ‘대전’ 패싱 논란에도 완공 앞둔 한화이글스 신축 야구장

  • 윤석열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에 쏠린 눈 윤석열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에 쏠린 눈

  • 양지서당 겨울캠프 찾은 꼬마선비들 양지서당 겨울캠프 찾은 꼬마선비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