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선 충남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
그는 '의도적인 허위 조작정보는 표현의 자유 보호 범위 밖'에 있고 따라서 규제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의 발언을 이명박 전 대통령식 어법으로 재구성하면 "내가 법률가여서 잘 아는데, 누구보다 잘 아는데, 의도적인 허위조작 정보는 헌법 21조의 표현자유 보호대상이 아니야"라는 뜻일 것이다. 혹시 재판정에서는 누구보다 잘 안다고 말하는 것이 효과적일 수 있을지 모르겠다. 그러나 미디어관련 정부부처를 책임지는 고위 공직자가 스스로 누구보다 잘 안다고 공공연하게 말하는 것은 그 자체로 바람직하지 않다.
무릇 공직자라면 자신의 지식이 부족하므로 미흡한 부분에 대해 '경청'과 구성원의 지혜를 빌리겠다는 발언을 앞세워야 한다. 설령 자타가 공인하는 최고의 경지에 올랐더라도 미디어와 소통 정책을 책임지는 부서의 책임자라면 스스로 듣는 귀의 높이를 낮추어야 한다. 그러한 상황을 만들어주더라도 부하들은 건설적인 의견을 표현해야할지 아니면 자제하는 것이 나을지 고민할 것이다. 하물며 '누구보다 내가 잘 아는데 허위조작 정보 그거 보호대상 아니야, 그러니까 규제가 당연해'라고 말한다면 위계적인 공직사회에서 누가 감히 비판적인 의견을 순순히 제시하겠는가?
더욱이 그는 '의도적인 허위조작 정보'는 헌법상 표현의 자유 보호 범위 밖이라고 단호하게 잘라 말했다. 그의 주장에 동의하지 않는다. 의도적인 허위조작 정보를 생산하고 유통하는 자에 대해 상응하는 법적 책임을 추궁하는 것 자체를 반대하지 않는다. 우리 헌법 21조 4항은 언론·출판이 타인의 명예나 권리 또는 공중도덕이나 사회윤리를 침해하면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조문의 성격을 어떻게 해석할 것인가를 두고 헌법재판소 재판관들은 두 세 차례 논쟁을 했다. 헌법재판소의 잠정적인 결론에 따르면 이 규정은 '선언적'인 것이다. 의도적인 허위조작 정보라고 하더라도 기본적으로 헌법상 표현의 자유 보호 범위 안에 있는 것으로 전제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그래야만 '의도적인 허위조작 정보'를 규제하는 법률이 위헌인지 아닌지를 판단할 토대가 만들어진다.
이를테면 헌법재판소는 애초 '음란한 표현'은 헌법의 표현자유 보호 대상이 아니라고 판정했다. 후에 헌재는 '음란한 표현'도 표현의 자유 보호 범위 안에 있다고 선례를 변경했다. 정말로 보호를 받을 수 없는 음란한 표현과 보호를 받아야 할 음란한 표현을 제대로 구분하려면 음란한 표현이 보호 영역에 있다는 점을 전제해야 한다는 논리의 귀결이었다. 의도적인 허위조작 정보에 대해서도 같은 논리가 적용되지 않겠는가.
이효성 방송통신위원장이 임기 중에 사의를 표명한 것을 두고 '가짜뉴스 소극 대응설'이 불거졌다. 한상혁 후보자가 지명을 받은 직후 '의도적 허위조작 정보'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겠다는 의사를 공연히 밝힌 맥락을 이해 못할 바 아니다. 가짜뉴스나 허위조작 정보가 우리 사회의 공론을 오염시키고 시민의 이성을 마비시켜 민주주의를 위태롭게 만들고 있다는 점도 분명하다. 그러나 사법적 판단이 이뤄지기도 전에 특정한 정보를 두고 행정부가 미리 '의도적인 허위조작 정보'라고 '단정'하고 제재하려는 태도가 민주주의에 더욱 해롭다고 생각한다. 소통을 다루는 정부기관의 최고 책임자가 그러한 인식을 한다면 더더욱 해롭고 위험한 일이다.
/이승선 충남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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