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우현 탐나라 상상그룹 대표이사가 제주 탐나라공화국에 첫발을 내딛은 뒤 한 말이다.
오현숙 대전시 복지여성특별보좌관의 주선으로 함께하는경영자연합회(회장 김동석) 임원들과 함께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한림읍 금악리 정물오름 맞은편에 위치한 탐나라공화국을 찾았다.
강우현 대표는 오는 18일 오후 6시 대전엑스포시민광장에서 열리는 함께하는경영자연합회(회장 김동석) 주최 2019 컨퍼런스 2000에서 성공경영자로서의 특강을 들려줄 예정이다.
쓰레기땅 남이섬을 세계적인 관광지로 만든 신화의 주인공 강우현 탐나라 상상그룹 대표이사가 직접 탐나라공화국에 대한 가이드를 해주고 인터뷰에 응해주었다.
▲물 한방울, 나무 한그루 없는 황무지 가시덤불, 쓸모를 찾을 수 없는 불가능의 땅에서 10개월 만에 문을 열고 세계인을 불러모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불가능에 대한 도전이었죠. 남이섬 사장으로 14년을 있는 동안 27만명이던 관광객이 330만명으로 늘어났지요. 이제는 후배들에게 물려줘도 되겠다 싶었습니다. ‘박수 칠 때 떠나라’라는 말이 있죠.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렇게 못하지만 저는 과감히 떠났습니다(하하하). ‘미스테리파크’라는 이름은 뭐가 될지 모르니까 붙인 이름입니다. 돌은 조형물을 만들고, 빗물은 모아 연못을 만들었지요. 나무는 숲을 조성했습니다. 무에서 유가 탄생하는 과정이 재밌어 무와 유를 연결하는 작업을 계속 했습니다. 노자 책 500권으로 노자 예술관을 만들고, 헌책 30만권을 기증받아 책골방을 만들었습니다. 아무것도 없는 맨땅에서 새로운 창작물들이 탄생할때마다 혁신과 창조를 떠올립니다. 얻어쓰고, 아껴쓰고 재활용하면서 재미있는 예술세계를 창조해나가는게 탐나공화국 컨셉이라고 할까요. 기업은 이윤 추구가 목적이고, 사람과 돈과 자본이 우선인데 대부분의 망하는 기업은 돈이 아닌 사람 때문에 망합니다. 돈을 갑자기 벌면 빨리 망합니다. 우리는 돈보다 사람을 중시합니다.
맨 땅의 황무지에서 지역 주민들과 단 한 번의 트러블도 없이 탐나라공화국을 건설할 수 있었던 것은 지역민과의 상생이 중요한 역할을 했습니다. 저희 공화국에 숙박시설을 짓지 않고 인근 마을의 숙박시설들을 소개시켜줬습니다. 자연스레 민심을 얻게 됐죠. 부지 개발 초기에는 황무지를 가꿀 특별한 구상이 없었습니다. '아무 것도 없으니 무엇이든 할 수 있겠지'라는 막연한 자신감으로 공사 현장에 펜스를 세우고 '미스터리 파크'라고 써 붙였습니다. 장래 어떤 모습으로 변할지 우리도 상상할 수 없다는 뜻입니다.
필자와 강우현 대표 |
▲예. 2014년 2월 20일, 이제 안착이 된 남이섬을 직원들에게 맡기고, 새로운 미지의 세계에서 상상의 날개를 펼치기 위해 제주에 몸을 실어 이 곳 황무지땅에 터를 잡았습니다. 출사표를 던지기 전에 주변의 돌을 긁어모아 돌담을 쌓고 제주 땅신에게 시작을 고했습니다.투석문로(投石問路), 돌을 던져놓고 길을 묻는다는 뜻이지요. 정성을 담아 차린 소박한 제단에 맑은 술 한잔을 올렸습니다. 주변의 오름신들에게 땅 속을 파는 일을 허락해 달라는 우리만의 의식이지요. 生은 살림, 學은 배움, 和는 어울림, 美는 아름다움, 敎는 가르침, 習은 익힘, 平은 나눔, 藝는 예술, 材는 재능을 뜻합니다. 탐나라공화국이 지향하는 주제어들이죠.
왼쪽부터 김동석 함께하는경영자연합회 상임대표와 강우현 탐나라 상상그룹 대표이사와 필자 |
▲무는 유를 낳고 유는 무로 되돌아갑니다. 나무가 없으면 나무를 심고, 물이 없으면 빗물을 모읍니다. 흔한 돌은 많이 쓰고, 귀한 흙은 조금만 씁니다. 우리는 이 땅을 살리기로 했습니다. 동서남북 네 개의 오름이 병풍처럼 고마웠습니다. 눈에 보이는 것, 손과 발에 닿는 모든 것이 우리에게는 재료였습니다. 물과 불, 흙, 바람,들과 풀까지 모두 재료입니다. 상상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실현하는 것이 실현 가능성을 상상하는 것보다 낫습니다. 돌밭을 일구어 흙을 모읍니다. 나무를 심고 꽃씨를 뿌립니다. 현무암이 용암처럼 녹아내리고 먼지,바람, 돌 틈에서 작은 생명들이 움틉니다. 크고 작은 연못에 빗물이 고입니다. 무심코 뿌려 놓은 꽃씨들이 야산을 물들입니다. 새가 새를 부르고 사람이 사람을 부릅니다. 황무지에 생기가 돕니다. 길을 내며 나오는 돌로 담을 쌓았습니다. 직원들이 현장에서 돌쌓기를 배우고 익힙니다. 돌담을 쌓은 후 나무를 심었습니다. 흙을 긁어모아 동산을 만들고 나무를 심습니다. 골파기를 하는데 땅 속의 암반을 살리려면 호미로 흙을 파내야 합니다. 태고의 자연이 손 끝에서 되살아납니다.
저희는 자연환경에 어울리는 집을 짓습니다. 나무는 돌과 잘 조화되는 재료입니다. 현장에서는 누구나 목수가 됩니다. 버려지는 페트병이나 굴러다니는 대나무도 재료입니다. 쓰지 않는 쇳조각과 시멘트 덩어리까지, 무에서 유를 상상하면 모두 재료가 됩니다. 아트웍의 세계가 열리게 되죠.
▲쓸모가 없으면 '무'이고, 효용 가치가 있으면 '유'라고 합니다. 쓸모와 효용 가치에 관심을 가지면 모든 물건이 재료가 됩니다. 쓰고, 그리고, 만들 수 있다면 무와 유는 따로 존재하지 않습니다. 재료를 발견하는 것은 상상이 아니라 관심입니다. 제주 현무암은 용암이 식은 것입니다. 산소로 1300도의 열을 가하면 용암이 녹아 흐릅니다. 이 용암이 점토와 섞이면 도자가 되고,조형물이 되고, 접시가 됩니다.
비어있는 도시락을 사람들은 '무'라고 하고, 밥이 들어 있으면 '유'라고 합니다. 빈 도시락은 도화지라고 생각하면 그림을 그릴 수 있습니다. 맛과 멋을 담고 삶과 사랑을 담습니다.
세계 각국에서 방문한 방문자들을 기념해 그들 나라의 국기를 달았다. |
▲6월2일부터 7월2일까지 한달간 제주노랑축제를 열었는데요. 초여름부터 꽃피우는 노랑꽃도 재료입니다. 버려지는 노란 헝겊으로 노랑꽃을 만듭니다. 노랑색으로 축제를 열고 노랑축제라 부릅니다.
▲'아무 것도 없다면 모든 것이 내 것이다'란 말이 있죠. 황무지를 일구다 만난 모든 것은 재료가 됩니다. 돌,흙, 물, 불, 바람을 마주한 현장의 경험들이 무와 유의 경계를 넘어설 수 있게 합니다. 경계 너머로 상상이 이어집니다. 새로운 길을 만납니다. 무와 유의 희롱마당으로 향하는 삶의 길입니다. 상상은 상상을 낳고 상상으로 상상을 만듭니다. 황무지에서 옥토로 향하는 길이 바로 ‘무유도’입니다. 없는 것과 있는 것을 연결하는 길이 바로 道입니다. 무와 유를 이으면 길이 됩니다. 길은 道라 하고 道는 길이라 합니다. 도를 새겨 길을 만듭니다. 그게 바로 도로입니다. 돌을 쌓아 벽을 만듭니다. 돌담을 쌓다가 우연히 발견한 道, 도벽이라 합니다. 그 아래 자연석을 갈아 글을 새깁니다. 여기서 노자를 만납니다. 道는 황무지에서 재료를 다듬다가 만난 우연입니다.
▲노자예술관과 노자서원은 중국 낙양사범대학 노자연구원 양중유 원장의 주선으로 하남성 문화청이 노자도서 500권을 기증해 2015년 7월에 문을 열었습니다. 하남성 문화청과 한국학중앙연구원이 한중국제노자학술대회를 세 차례 개최했습니다. 도를 알고 덕을 베풀면 좋은 삶입니다. 도를 알고 덕으로 사는 것입니다. 도덕으로 도덕경을 상상합니다. 도덕경은 노자, 노자는 중국 하남성 루이현 사람, 노자 고향으로 달려가 노자를 만납니다. 노자 예술관을 세우고 도서관을 엽니다. 버리는 책들을 모아 도서관을 채웁니다. 이게 바로 노자서원입니다. 노자처럼 살고 싶은 이들을 위한 쉼터로 노인정도 만들어놨습니다. 바둑을 두거나 책을 읽으며 여유를 즐기는 공간이지요. 두 개의 연못이 흡사 나비를 닮았다고 해서 지은 이름인 나비 연못은 원래 이름이 장자의 호접몽에서 유래하는데 어린이들이 이해하기 쉽게 하기 위해 나비연못이라고 명명했습니다.
진흙예술가인 중국의 위칭청 작가 작품 |
▲이 땅에 떨어지는 비는 모두 우리 것입니다. 이 땅을 비추는 태양도 우리 것입니다. 물 한 방울 솟아나지 않는 중산간 금악땅은 물이 귀합니다. 빗물은 모두 땅속으로 스며듭니다. 그래서 하늘 물을 담는 그릇인 연못을 만들었습니다. 80개가 넘는 빗물 연못이지요. 물이 흐르듯이 자연스럽게 하늘과 사람이 절반씩 키우고 손님과 주인이 절반씩 가꾸어가는 땅에서 물의 사상을 배웁니다. 물 한 방울도 나오지 않는 것이 오히려 전화위복이 되어 80개가 넘는 연못을 만들게 됐습니다. 연못 가운데 가장 큰 인당수의 넓이는 30평쯤, 깊이는 평균 1.5m입니다.
▲책골방은 책을 밝히는 이들을 위한 자료 창고입니다. 먼 훗날, 누군가 이 곳에서 단 한 권의 귀한 책을 만나 기뻐하는 모습을 상상하며 만든 지하공간입니다. 2018년 5월부터 한 달 동안 ‘헌 책에 빨대를 꽂아라’라는 제목으로 ‘헌책페어’를 열었습니다. 폐기용 제적도서만으로 꾸민 헌책 도서관은 ‘잘 정리된 책창고’입니다. 책속에서 길을 묻고 책밖에도 길을 냅니다.
▲금방 탄로 날 거짓말로 사람을 홀리는 이야기나라가 동화 스토리로 되살아납니다. 길가의 돌멩이와 바람에 나뒹구는 낙엽들, 죽은 나뭇가지, 낡은 기왓장, 떠다니는 구름, 일상에서 만나는 먼지 같은 것들이 눈을 달고 생명을 얻습니다. 책이나 가구, 벽돌과 타일, 종이나 철판, 버리는 귤 상자에 간벌 나무, 깨진 도자, 소주병, 당구대 돌판, 맨홀까지도 생명으로 재탄생합니다. 리사이클이건 업사이클이건 무조건 살립니다. 살아 있어야 느낍니다. 무한변신을 이끄는 무한상상의 세계가 바로 이 곳에서 펼쳐집니다. 버려지는 것이 너무 많습니다. 써버리면 살아나고 내버리면 사라집니다. 써버리면 ‘창조’, 내버리면 ‘청소’입니다. 이 곳 탐나라공화국에서는 버려지는 폐자재로 만든 업사이클링 체험장을 ‘호롱궁’이라 이름 붙였습니다. 돼지 죽통과 일반 철물을 이용해 만든 기능성 조형물도 재미있는 발상이죠.
▲무와 유를 이은 건 우연입니다. 무와 유가 도를 만나고 노자와 양중유, 하남성과 제주 탐나라, 탐나라에 류홍쥔과 로저멜로, 강우현과 남이섬의 만남도 우연입니다. 영화 ‘마지막 황제’ 주제가를 작곡한 음악가 류홍쥔은 일본에서 활동하고 있는 중국 출신의 음악가로 NHK ‘실크로드’ 배경 음악을 작곡했습니다. 하늘울림터는 류홍쥔 선생이 방문객들과 교감하는 소리와 음악의 체험공간입니다.
하늘에서 보내주는 햇빛이나 빗물이나 이 땅에서 만나는 건 인연입니다. 스치는 바람에 날려가는 낙엽이나 새들까지도 이 땅에서 만나는 건 인연입니다. 잠시 머물거나 스쳐 간 인연으로 또 다른 인연을 만납니다. 인연과 인연이 인연으로 이어지는 소중한 기억들을 흔적으로 남깁니다. 버려지는 책들을 모아 노자서원을 만들고, 남는 책을 쌓아둔 창고는 도서관이 됩니다. 도서관을 찾는 이들이 펼치는 상상은 상상을 낳고 인연과 상상이 사람과 사람을 잇습니다. 상상과 상상의 우연한 만남, 우연한 상상으로 태어난 인연을 소중히 남깁니다. 저는 직원들을 채용할때도 ‘강우현의 마지막 제자를 모집합니다.’라고 공고를 내고 뽑았지요.직원들의 마음을 훔친겁니다(하하하).제가 마음의 도둑이죠(하하하).
▲2016년부터 매년 각국 도예가를 초청, 제주 현무암으로 도자 실험을 하고 있습니다. 돌가루와 점토를 혼합하거나 현무암 자체를 녹여서 점토와 용해시키는 등 다양한 조형 실험으로 도자의 새로운 세계를 모색하고 있습니다. 재료 혼합을 통해 제작된 조형물은 부지 여러 곳에 장식되기도 하는데 제주만의 세라믹스 혼합방식으로 태어난 도자 작품을 ‘제주-도(陶)’라 합니다.
▲야외무대 조성과정에 도움을 준 ‘엘리시안 제주’ 직원들에게 고마움을 전하기 위해 ‘엘리시안 스테이지’라고 명명했습니다. 이후 19개국 외교관들이 내방해 ‘19’를 추가, ‘엘리시안 나인틴 스테이지’라 부릅니다. 공연이나 연회 등 다목적으로 쓰이고 있습니다.
▲하동대 옆에 조성한 가짜 동물원인데요. 거대한 암반을 이용해 여러 가지 동물의 형상을 만들었습니다. 연못에 잉어를 방생했더니 청둥오리가 날아들어 진짜 동물원처럼 보입니다.
▲용암이 식어서 굳은 현무암은 액체도, 고체도 아닌 창작의 소재인데 착안해 현무암을 녹여서 제주 특유의 기념품을 만들기로 했습니다. 1300도에서 끓고 있는 용암을 떠서 약간의 가공을 거쳐 사흘 정도 식히면 전혀 새로운 소재로 바뀝니다. 에너지의 힘입니다.
▲보세 구역은 탐나라 입국 수속을 하지 않고 무료로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는 공간입니다. 흔히 중요한 공간에 상업시설이 있지만 탐나라에는 문화공간이 전진배치돼 있습니다. 문화공간은 ‘라바(LAVA) 하우스’로 통칭하고 여러 개의 부대시설로 나뉘어집니다. 현무암을 녹여 새로운 조형실험과 문화상품을 만드는 ‘라바 스튜디오’와 가스가마를 구비해 놓은 ‘도예공방’, 땅 속 용암 소년과 제주 해녀의 스토리를 담은 ‘마그마보이’ ,원화 전시장인 ‘갤러리 라바’, 음료 시식을 할 수 있는 ‘카페 라바’ 등이 있습니다.
▲문명의 산물인 전기 에너지에 문화를 입히면 문화발전이라 합니다. 탐나라 주변 유휴 부지를 활용해 에너지원을 확보하기 위해 동서발전과 협약했습니다.
여름은 겨울처럼, 겨울은 여름처럼 마음 놓고 에너지를 사용하는 에너지 무한리필 시대를 상상해봅니다.
민둥산에 나무를 심으면 ‘녹화’라 하고, 빨갛게 물들면 ‘적화’, 이야기가 모이면 ‘문화’라 합니다. 사람의 손길이 닿은 곳에는 저마다의 이야기와 이름이 있습니다. 예부터 전해져 내려오는 이야기는 여기 없습니다. 있어도 우리는 쓰지 않습니다. 우리는 오늘의 일상에서 탄생한 어제의 이야기를 만듭니다. 제주에 많은 것이 탐나라에는 없고, 탐나라에 있는 것이 제주에는 없습니다.
18일 오후 6시 대전 엑스포시민의광장에서 2019 경영자컨퍼런스 2000 특강때 만나요. 그리고 내년 5월1일 탐나라공화국이 그랜드오픈을 할 예정이니 중도일보 독자님들도 많이 관심 갖고 찾아주시길 바랄게요. 감사합니다.
제주에서 한성일 국장 겸 편집위원 hansung007@
▲53년 츙북 단양 출생. 그래픽 디자이너. 기업인. 홍익대학교 응용미술학과 졸업. 홍익대학교 산업미술대학원 광고디자인 석사. 전 문화체육부 자문위원, 전 알씨컨텐츠 대표이사, 전 한국도자재단 이사장, 프랑스 칸 영화제 공식포스터 제작자. 현 탐나라상상그룹 대표이사, 자나라인(남이섬) 부회장.
NOMA 국제 픽쳐북 콩쿠르 그랑프리, 체코 BIB-89 골든플라크, 환경문화예술상, 한국어린이도서상, 어린이문화대상, 한국디자이너대상 국무총리상, 산업자원부장관상,월간 디자인 올해의 디자이너상, 일본 고단사 출판문화상 그림책상 등 수상.
에세이로 <남이잠상>,<남이상자>,<샘물과 바가지>,<콩심은데 콩난다>,<나는 남이섬에 산다>,<흰종이 수염>,<남이섬에 가고 싶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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