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교육은 생각하는 방법을 가르치는 것

  • 정치/행정
  • 국회/정당

[칼럼]교육은 생각하는 방법을 가르치는 것

육동일 충남대 교수

  • 승인 2019-07-29 08:09
  • 신문게재 2019-07-29 18면
  • 강제일 기자강제일 기자
KakaoTalk_20190728_111656833
교수의 직급은 전임강사, 조교수, 부교수, 정교수 순으로 나뉜다. 요즘은 교수 승진이 엄격해졌지만, 그 전에는 시간이 지나면 큰 무리없이 승진이 되었다. 그래서 이런 말이 있다. 전임강사 시절에는 누구도 모르는 내용을 혼자 아는 양 가르치려 한다. 조교수가 되어도 본인이 아는 것 이상으로 가르치려 하다가, 부교수가 돼서야 비로소 본인이 아는 것만 가르치게 된다. 경륜이 쌓여 정교수가 되고 나서야 학생들이 이해하는 것만 가르친다고 한다. 그만큼 교수가 학생들이 이해하도록 가르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그런데 한 5,6년 전 어느날 인가 부터 나는 도대체 교수로서 학생들에게 무엇을, 왜 가르치려 하는지에 대해서 회의와 고민에 빠지기 시작했다. 학생들보다 조금 먼저 알고 있는 지식과 정보를 전달하는 단순한 지식의 전달자 같은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새로운 정보를 모두가 동시에 공유하는 인터넷 시대에 그런 교수는 더 이상 설 자리가 없다. 지난 30여년 동안 만난 많은 제자들은 물론 여러 외부 강의와 다양한 언론 활동을 통해서 내가 전달하고 가르치려고 했던 것은 무엇이고, 무슨 의미가 있는지에 대한 나름대로의 정립이 절실히 필요하게 된 것이다. 많은 고민과 생각 끝에 가르침과 배움의 목표와 의미에 관해 세가지로 정리하게 되었다.

우리가 교육을 통해 가르치고 또 배우는 목적은 단순히 지식과 정보를 전달하는 것이 아니다. 더 근본적인 목표와 의미가 있다. 그것은 나 자신이 얼마나 잘 모르는가를 정확히 알기 위함이다. 그래서 첫 번째 교육의 목표는 겸손을 가르치고 배우는 것이다. 우리 인간은 격이 있다. 인간을 격으로 나누는 기준이 바로 인격(人格)이다. 요즘 대부분의 젊은이들은 외모를 가지고 격을 나눈다. 그러나 인간의 격을 나누는 가장 중요한 기준은 내적인 아름다움, 즉 교양이다. 교양을 가진 사람이 진정으로 아름다운 사람이다. 이 교양은 끊임없는 배움을 통해서만 연마되는 것이다. 교양있는 사람만이 진정으로 겸손해질 수 있다. 배울수록 본인의 무지를 깨닫고 인정하는 용기가 생기기 때문이다.

두 번째가 사랑이다. 사랑을 가르치고 배우는 것이다. 그 사랑의 대상은 인간일 수도 있고 자연일 수도 있고 또 진리에 대한 사랑일 수도 있다. 그래서 나도 교수로서 지방자치와 지역발전에 대해 오랫동안 연구하고 가르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지역에 대한 사랑, 지역주민에 대한 사랑 또 그것과 관련된 진리에 대한 사랑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우리가 아무리 많이 배워도 그것을 사랑할 줄 모르면 그 지식은 별로 유용하지 않다. 많이 배워서 좋은 직업을 가져도 행복하지 않다. 지역을 발전시키려면 지역에 대한 사랑이 있어야 하고, 주민의 복지를 향상시키는 일을 하려면 지역주민에 대한 사랑이 있어야 된다. 그렇지 않으면 그 노력들이 결코 행복감으로 느껴지지 않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중요한 교육목표가 바로'생각하는 방법'을 가르치고 배우는 것이다. 정보의 홍수시대에는 지식과 정보가 넘쳐나는 한편 끊임없이 바뀐다.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유익한 지식과 정보도 시간이 지나면 쓸모없는 것이 되고 만다. 그런데 사람들은 대개 한 번 자기 머릿속으로 들어온 지식과 정보를 잘 버리지 않으려고 한다. 더 이상 유용하지 않은 낡은 지식과 정보에 집착한다면 그것은 곧 편견과 독단이 되고 만다. 제대로 배우려면 일단 기존의 모든 것을 내려놓고 비워야 한다. 그래야 양질의 새 것이 채워진다. 따라서, 미래지향적 안목과 균형적인 시각에서 세상과 현상을 볼 수 있도록 생각하는 방법과 틀을 자기 스스로 만들어 가는 것이 대단히 중요하다. 교수는 한쪽의 시각만을 편향적으로 정리해서 가르쳐서는 안된다. 학생들도 독단적인 교수나 선배로부터 일방적으로 물려받은 생각의 틀을 검증없이 무조건 수용해서도 안된다. 항상 열린 마음을 가지고 다양한 남의 얘기를 귀 기울여 듣고 객관적으로 판단하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 결국, 스스로 생각하는 방법과 틀을 각자 정립해서 사회현상을 제대로 분석, 판단한 후 합리적이고 책임있는 행동을 하도록 도와주는 것이 교육의 진정한 목표가 되어야 할 것이다. 그것이 오랜 교수 겸험을 통해 터득한 나의 교육철학이자 교수법이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대전시, 도시철도 2호선 트램 8개 잔여공구 발주 요청… 건설업계 '예의주시'
  2. 세종시 '바로타', 행복도시권 대중교통 편익 극대화
  3. 세종시 '희망2025나눔캠페인' 반전의 역사 쓰고 마무리
  4. '올해가 마지막' 지역대 글로컬대학30 향해 막판 스퍼트
  5. [사설] 지자체 재난관리기금이 의료공백 ‘쌈짓돈’인가
  1. [2025 대전서부교육청] 박세권 교육장 "직원들 힘 합쳐야 일선 학교에 효과'"
  2. [사설] 지역 수출기업 '관세전쟁' 파고 대비를
  3. 점조직 중고거래 사기 활개 쳐 대전도 피해 급증…예방법은?
  4. [2025 대전서부교육청] 인성과 학력, 균형 잡힌 교육으로 미래 준비
  5. 충남도, 올해 첫 추경으로 소상공인 현물 지원 575억 반영 요구

헤드라인 뉴스


대전 `한강 효과` 손 놨나…제2 계룡문고 사태 우려

대전 '한강 효과' 손 놨나…제2 계룡문고 사태 우려

대전시가 올해 지역 서점 활성화를 위한 지원 예산을 대폭 삭감해 논란이 되고 있다. 이는 최근 한강 작가의 노벨 문학상 수상에 따른 독서 문화 확산 등 이른바 '한강 효과'가 커지는 데 찬물을 끼얹는 처사라는 지적이다. 뿐만 아니라 일각에선 이번 행정당국의 예산 삭감으로 지난해 경영난으로 폐업한 계룡문고와 유사한 사례가 반복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3일 대전시와 5개 구에 따르면, 올해 시는 지역서점 관련 지원으로 지역서점위원회 운영만을 계획하고 있으며 해당 위원회의 운영비는 210만 원에 불과하다. 지난해에는 약 1억..

지방 미분양 급증…비수도권 ‘DSR 한시 완화’ 등장할까
지방 미분양 급증…비수도권 ‘DSR 한시 완화’ 등장할까

지방을 중심으로 악성 미분양 사태가 급증하면서 비수도권에 대한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한시 완화 시행 여부가 핵심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여당은 DSR 한시 완화를 통해 비수도권 미분양 주택 구입을 촉진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지만, 금융당국은 최대한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5일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2024년 12월 주택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전국의 미분양 주택은 7만 173세대로 집계됐다. 수도권 미분양은 1만 6997세대로 전월보다 17.3%(2503세대) 늘었고, 지방은 5만 3176..

흉물된 중구 메가시티 데이터센터 건립 추진… 절차 산넘어 산
흉물된 중구 메가시티 데이터센터 건립 추진… 절차 산넘어 산

대전 중구 도심 속 흉물로 방치된 메가시티 건물에 대한 재공사 움직임이 본격화되면서 관심이 집중된다. 지역 대표적인 장기 방치 건축물이 17년 만에 정비에 나서면서 지역사회에 긍정적인 바람을 일으킬 것으로 보이나 건물 활용 방식을 두고 우려가 적지 않다. 새롭게 완성되는 건물을 두고 공공기관 유치 등 경제 활성화 견인을 오랜 기간 기대했지만, 사실상 기피시설로 인식되는 데이터 센터 설립이 확정되면서 주민 반대 등의 난항이 전망된다. 4일 중구와 대전시 등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메가시티 소유주 측이 신청한 '방송통신장비시설 및 업무..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새 출발을 응원합니다’…대전보건대학교 학위수여식 ‘새 출발을 응원합니다’…대전보건대학교 학위수여식

  • 마을의 안녕과 평화를 기원하는 용신제 마을의 안녕과 평화를 기원하는 용신제

  • 한파에 춥지 않도록 한파에 춥지 않도록

  • 봄철 산불예방 ‘이상무’ 봄철 산불예방 ‘이상무’